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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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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한약방에 다녀왔다.

진맥을 하신 선생님께서 나보고 그러신다.

'마음이 바빠. 느긋한 신랑의 체질하고는

정 반대야'라고.

 

나는 늘 분주했다.

누가 어떤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티나지 않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

청소며, 빨래며 기본적인 가사일은 제처

두고라도, 베란다에서 키우는 채소며 허브며

식물들을 돌볼라치면 새벽 일찍 일어나

물을 주고 손질하고 들어와 아침을 준비

했기에 신랑은 늘 내가 늦잠자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야기했다.

 

매일 쓸고 닦는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일은 후다닥 해버려야 쉴 수

성격이다 보니 매일이 조금 고달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침실에서 조차 곁에 쌓여있는

책을 바라보면 몹쓸 죄책감에 손을

뻗어 펼쳐들고야 만다. 곧 쏟아져

내릴듯한 눈꺼풀과 사투를 벌이며 몇 줄

더 읽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도대체 나는 왜 일을 만들고 사는걸까.

그냥 아무 일도하지 않고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고.

 

 

" 아아, 인류여, 남자여, 여자여, 어쩌면 이렇게 부지런하고 성실한가. 나는 타인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때문에 멍해지고 만다. 생활이란 종잡을 수 없는 것 속에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잣대로 자신을 재면서 거의 대부분 병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려고 한다. 남이 관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관리한다.

 

나쓰메 소세키가 뭔가에 썼다.

 

' 말이 필요 없는 현묘한 경지, 방자한 안정(安靜), 노력 없는 상상(구름이 상봉오리 부터 나오듯 일어나서 자연히 사라진다), 무저항의 방임, 목적 없이 조용히 누워 있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편안해지는 권태'(p70)"

 

그러다 사노 요코의 글을 만났다.

' 대부분 병처럼 남이 관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관리한다'던 글귀

를 몇번씩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옭아매고 살아가고 있구나.

 

 

돌이켜보면 한 해를 보내면서

자꾸 이런 생각을 했던거 같다.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해'

 

무언가 특별한 변화 보다도

밀알처럼 쌓여가는 하루하루가

큰 힘이 되어 나의 미래가 되길.

그런 나의 바램이 몇 년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조급했고

쉽게 슬럼프에 빠져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거 같다.

 

사노 요코 덕분에 나는 생각한다.

하루하루 열심히하지 않고

때론 나태해지는 일상 역시

나의 일부분이라고.

그런 일상도 필요한거라고.

 

때론 웃으면서 스멀스멀 넘어가고

때론 엉뚱한 상상으로 상대방에

관대해지고 때로는 비수같은 말을

던져서 속상해하면서도 결국

그렇게 얼렁뚱땅 살아가는 것도

인생임을 가르켜준 그녀의 삶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던

내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독서는 나태한 쾌락'이라던

그녀의 이야기가 무척 좋았다.

 

' 독서는 그 처럼 나에게 교양도 지성도 가져다주지 않지만, 때로는 감동하거나 감탄하거나, 아름다운 마음씨가 되거나 분노에 떨거나 하는 것을 몹시 싼 값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만큼은 좋다. 나는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채로, 눈만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마음 속에서 꺄아꺄아 기뻐하고 싶은거다'(p320)

 

 

생각해건데, 내가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즐겨하고 있음에도 내 주변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책의

즐거움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걸 보면

나의 독서가 아직 미비하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사노 요코의 말처럼 독서가

 나에게 교양도 지성도 가져다 주지 못한게 명백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독서의 쾌락 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슬픈 이야기에 후두둑 눈물 흘리고, 즐거운

이야기에 깔깔거리고 속상한 이야기에

벌건 얼굴만큼 화를 내는 모습으로

그렇게 그렇게 독서의 쾌락을 전파해보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노 요코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녀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꼭 다음

이야기를 들려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부재가 참 아쉽게

느껴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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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3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느긋한 성격도 좋지 않을 때가 있어요. 사람마다 급한 성격, 느긋한 성격의 기준이 다르겠지만요. ^^

해피북 2016-06-09 23:3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쵸. 사람에 따라서는 느긋한 성격이 필요할때 있고, 또 발빠르게 움직여야할 성격도 필요하죠. 저는 느긋한 성격이 참 부럽더라고요. 무언가 진득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그런 성격 말이죠 ㅎㅎ

꽃보다금동 2016-06-02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북님이랑 비슷한 성격이에요. 늦잠 ,낮잠 안자고 뭐라도 계속 해요. 이런 저를 보고 소같다며 남편이 `김소`라고 불러요 ㅎㅎ 저는 얼마 전에 멍때리기 대회 기사를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답니다..^^

해피북 2016-06-09 23:39   좋아요 0 | URL
ㅎㅎ 웃어서 죄송합니다. 꽃보다 금동님. 그런데 남편분이 `김소`라고 부르신대서 웃지 않을 수 없었어요 ㅎㅎ 정말 부지런하신가봐요. 그 바지런함이 언젠가는 꽃보다 금동님께 무한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저 역시 그런 바램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고요 ㅎㅎ 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멍때리기 대회라 한번쯤 정말 필요한 시간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