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지음 / 수필세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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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구 교보문고에 놀러 갔던 날 <앵두 0000>라는 책이 눈에 띄었고, 제목을 확실하게 알지 못 했던 터라 프레이야님 책인가 싶어 성큼 집어 프로필부터 들여다보았다. 늘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떤 분이실까 하는 기대심과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필을 들여다보다가 화들짝 놀라 책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프레이야님이 여성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프로필 사진에는...

 

털이 부슬부슬한 임의진 목사님이라는 저자분의 사진이 보였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앵두 익는 마을>이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앵두'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가 입은 앵두 ><빨강 빨강 앵두><앵두><나의 별세에 핀 앵두나무는>등 탐스러운 '앵두' 열매가 떠오르는 제목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또 궁금증이 생겼다. 프레이야님의 '앵두'는 어떤 의미일까 하고. 수많은 추측이 난무할 무렵 책이 도착했다.

 

 

책을 받아들고 제일 먼저 한 일 역시 프로필을 들여다보던 일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펼쳐들자 정말 여성스럽고 여리여리하신 프레이야님이 보였다. 참 미인이셨다. ' 반갑습니다! 잘 읽을께요'라는 공허한 메아리와도 같은 인사를 나눈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앵두는 플래티(platy fish 멕시코 원산지 열대어)의 한 종으로 붉은 색을 띄고 있어 '앵두 플래티'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앵두'라고 부른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아이들의 애완 동물 키우기 성화에 못이겨 물고기를 키우게 되었는데 키우다보니 ' 초롱초롱한 눈''일정한 수면시간''적당한 식습관'이라는 앵두만의 특징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앵두의 모습에서 '자유'를 생각해내는 프레이야님의 눈썰미가 참 농염했다.

 

' 본능적 욕구에 집착하지 않고 과욕하지 않기란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는 비결이다'p67

 

아마도 4년 전쯤의 일인듯싶다. 그저 '열대어'라는 종만 알고 지인에게서 받아와 어항을 채워 집에서 키우던 때가 있었다. 생애 처음 물고기를 키워보는 터라 큰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하루 돌보듯 지내던 어느 날, 어느 정도 어항에 익숙해진 녀석들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양육강식보다 더 처참하게 서로가 서로를 공격했고 하루가 다르게 만신창이가 되어 죽어나는 녀석들이 속출했으며, 여자 물고기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남자 물고기들 때문에 매일 숨 가빠하는 처연한 모습과 만삭이 되어도 공격해대는 물고기들의 행태, 또 아기 물고기를 낳고도 잡아먹어버리는 습성이 내겐 지옥이 따로 없었다. 특단을 내릴 필요성에 수저를 들어 어항을 휘젓기 시작했다. 여자 물고기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녀석들을 분리시키고 아기 물고기가 태어나도 잡아먹지 못하게 밤을 새워가며 수저로 둘러막게 되었다. 서로가 스트레스가 생기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나에 간섭은 그들의 세계를 파괴하는 사탄의 모습이 되었다. 얼마 후 그들은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었고 나는 두 번 다시는 물고기를 키우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되었다. 그런데 프레이야님은 이런 상황을 모두 그들이 사는 세계로 인정하시며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마치 인간군상의 참상에 어찌해볼 수 없는 무력감이 싫어 소설책을 읽지 않는 나를 프레이야님은 그 소설이 전달하고자 의미를 변형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며, 그 속에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삶에 덧데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도 열대어를 통해서!

 

 

" 앵두의 찬란한 몸놀림을 보고 있으면 입 안 가득 새콤한 맛이 퍼진다. 앵두는 울타리 안이 갑갑하다고 보채지도 세상을 탓하지도 않는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고 도전 거리를 찾는다. 머리도 가슴도 거침없이 자유롭다. 주어진 삶을 완벽하게 누릴 줄 알고 품위와 절제를 아는 삶의 고수다. ' 앵두를 찾아라' 나태해지기 쉬운 날, 내게 내리는 특명이다'p68

 

 

프레이야님의 '앵두를 찾아라'는 내 일상의 나태함에게도 내려지는 특명과 같다. 집착과 과욕하지 말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바뀔 수 없는 삶일지라도 외면하거나 간섭하지 말고, 그 속에서 행복과 열정을 찾아 하루하루 살아갈 것을 다독이는 목소리와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도처유상수'라는 말이 떠오른다. 더불어 겸손한 마음이 생긴다. 내 곁에도 인생의 고수로 살아내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감사하다. 앞으로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에게 난 작은 창문에 햇살이 비쳐 더 많은 얼룩이 투과되기를 소망해본다.

 

' 내 작은 창에 난 얼룩들이 사람을 보는 청안(靑眼)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월 가면 차츰 얼룩으로 흐려질 두 눈은 세상을 보는 혜안이 되면 더 없이 좋겠다.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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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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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6: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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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6: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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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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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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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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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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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9: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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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5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적인 문장들 때문에요 ..표현이 아름다워서 ^^..그랬어요 ~~ ㅋㅋㅋㅋ일상의 이야기에 흐르는 전류는 감전이란 짜릿함도 엿보였거든요..역시 산문집은 그래서 좋은가 봐요 ㅋ~~좋은 저녁 되시구요..아따 쬐리릿 합니다.소주 ㅋㅋ

해피북 2016-01-05 20:2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셨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쫘리릿한 좋은 기분으로 꿀밤 되시길 바랄께요^~^

2016-01-05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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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07: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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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6-01-10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1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장 두 줄은 오늘 제 일기장에 적어두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