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공지영작가님의 글을 쫓아 집에서 차분하게 송년회를 하기로 했어요. <딸에게 주는 레시피>에 보면 지인들에게 약속 있다는 핑계를대고 집으로 돌아와 차분하게 못 다 읽은 책을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 짓는다던 글이 너무 좋아서 저는 어떤 책으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마무리 해볼까 고심하다 고른 책이 장강명 작가에 <한국이 싫어서> 였어요.
그런데 이 책은 벌써 두 번째 빌려오는 책이예요. 지난번 빌려왔었는데 읽지 못했기에 반납하고 다시 대출하려 했는데 도서관에서 방금 반납한 책은 재대출이 되지 않아서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죠. `아..꼭 이 책으로 올 해를 마무리 해야 되는데..해야 되는데`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저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었고, 저런 제목으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내용일까 하는 복합적인 호기심이었던거 같아요.
그렇지만 재대출이 되지않고 신랑 대출카드를 사용 하려고해도 사서님들에게 핀잔 받을까싶어 할 수 없이 반납함에 두고 열람실로 들어가 이 책 저 책 성의 없이 뒤적이고 있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사서님이 반납함을 밀고 열람실로 들어오셔서 책을 정리하시는 거예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인지라 저 책은 분명 제가 읽어야할 인연이라 생각하며 책이 꽂아지길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날아가 책을 꺼내고 후덜후덜 떨면서 대출시스템 기계 앞으로가 신랑 대출증으로 대출하며 마음속으로 속죄 하기도 했답니다. 저 때문에 읽지 못하신 분 내년에 아주 크~~~은 복 받으실꺼예요.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해서 집에 데려오던날 부터 꼬박 이틀에 걸쳐 읽으면서 처음엔 계나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한국에서 살기 힘드니 호주로 가겠다니.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편할라고 하는 시큰둥한 마음이 컸어요. 집이 싫고 직장이 싫어 떠나는것만 같았거든요. 그런데 책을 한 장 넘겨갈 수 록 너무 치열하게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의 암담함을 너는 얼마나 절절히 느껴봤냐고 자꾸 자문하고 있는 제 마음을 알게 되었어요. 하고는 있는데 무얼하고 있는지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고 그런 오랜시간의 힘겨운 무게에서 덜컥 깔려 죽을것 같은 참담함 심정으로 선택하게 된 호주행이었다는걸 깨닫게 되었거든요.
이 책을 덮으며 저는 그동안 견디기 힘든 시간이 찾아오면 의기소침해 지고 무기력해하면서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쉽게 포기해 버리고 마음 속으로 침잠해버리는데 계나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조금씩 날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 과감하게 떠나고 부딪치고 넘어졌지만 끝내 일어나 다시 도전 할 수 있는 용기와 끈기가 있다는걸 느끼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꼭 저와 만나야했던 모양이예요.
그렇게 2016년 서른세번째 맞는 붉은 원숭이해의 소망으로 제게 `끈기`와 `용기`를 주세요 라고 정해봤어요. 내년에도 꾸준히 살 아갈 수 있는 끈기와 끈기를 통해 용기가 생겨 좀 더 원숙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봅니다.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는데 이웃님들 모두 남은 시간 마무리 잘하시고 소망 하시는 일 이뤄지시길 바랄께요. 늘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용기주시는 이웃님들의 감사한 마음만큼 크~~~~은 복 받으시길 바랄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