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마당 Vol.5 2015.Autumn
언니네 마당 편집부 엮음 / 언니네마당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지 말고, 독자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라, 중*고급 책은 만들지 마라. 기초, 초급자 대상의 책을 내라. 철저하게 실용, 취미 분야의 책부터 내라. 시중에 많은 책부터 내라, 시중에 없는 책은 내지 마라. 트렌드를 잘 읽어라' <산호와진주> 출판사 장영재 대표의 말.

 

<메모 습관의 힘>의 신정철 저자가 '1인 출판 마케팅의 모든 것' 이라는 워크숍에 참여해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출판사 경영진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책, 선호하는 책을 내는 일이 수익을 보장하고 탄탄한 바닥을 다지며 꾸준히 출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으로 똘똘 뭉쳐 기어이 사고를 치는 그야말로 뚝심 있는 사람들도 있다.

 

' 그러니까 책은 팔려고 내면은 안 되는 거예요. 필요한 책을 내면 언젠가는 팔리는 거죠' 라던 말로 뚝심의 제왕자리가 아깝지 않은 서해문집 대표 김흥식 저자가 그러하고 3040 언니들의 수다스런 놀이터임을 자처하는 <언니네 마당>의 정연주 편집장님이 그러하다.

 

 

가로 15, 세로 22.5 두께 0.8 정도의 아담한 노트 크기의 책을 받아들고서 화사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아 보이는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1년에 4번 만날 수 있는 이 잡지가 벌써 5호(2015년 가을호)까지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홍역 같은 청춘의 터널을 지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틀고 있을 3040 언니들의 썰이 담긴 이 잡지는 매 호마다 메인 테마가 달라지는데 그간 거쳐온 테마를 살펴보면 결혼, 나(창간호), 선물(2014년 겨울), 처음이야(2015년 봄), 뜨겁게 미치도록(2015년 여름)' 그리고 이번 호의 테마는 '너'라는 주제다.

 

 

결혼과 육아를 통해 경력 단절로 고통받고 있던 '너'.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에 열정과 힘을 쏟고 있는 '너', 묵묵히 그 자리에서 사랑을 보내주셨던 당신(부모님)인 '너'. 그리고 '너'인 '나'까지. 육아, 직장, 삶, 사랑, 가족,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언니네 마당을 가득 메운다. 늘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안착하여 토끼같은 아이들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리라 다짐했건만, 막상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안착하여 살아가다 보니 순간순간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면서 절절한 외로움 그리고 인생에 대한 마음 속 고민들을 누구에게 털어내보지 못했던 순간들.

 

 

혹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이 가장 이상적일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보지 못한 채, 순간의 만족과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너'(당신)에게 <언니네 마당>은  마음 속 '고요'를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볍지 않은 시간들을 선사하며 내가 살아내지 못한 시간들을 살고 있는 그녀들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게된다. 하여 독립출판사의 지침을 역행하고 있는 이 사랑스러운 뚝심을 나는 열렬히 사랑하기로 했다. 그래서 바라건데, 지금보다는 더 깊고 더 풍성해지는 마음들이 모여 마당 가득 메꿔가길 바래본다.

 

 

' 스무살에 끝나버린 서른의 잔치를 미리 엿보았고,

그로부터 다시 스무 해가 흘러 지나간 서른의 잔치를

되새김질 한다. 가을의 시작은 그 어느 계절보다

찬란하나, 가을의 끝은 그 어느 계절보다 스산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인생의 가을을 통과하고 있다.p37

 

' 성장이란 무언가를 얻는 대신, 또 무언가를 잃는 것 'p15

 

 

 

 

ps. ' 그 시절 우리들의 너에게' 코너에는 어릴적 우리의 기억 속을 가득 메우는 추억들이 가득하다. '나와라 가제트 팔'의 가제트, '울지말고 일어나 빰빠밤'의 개구리 왕눈이, '돈데 기리기리 돈데 기리기리 돈테그만'의 시간탐험대 돈테그만도 반가웠지만 가장 반가웠던건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룸'의 모래요정 바람돌이였다. 그런데 그림을 살피다가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카피카피 룸룸 카피카피룸룸- 바람돌이! 전세금좀 땡겨줘~'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것은 추억을 유머로 승화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는게 아닐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개미 2015-12-15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할수밖에 없는 잡지임에 틀림없어보여요~~~~오, 이뿐 히메나 선생님까지 만나뵙게 되다니~~~방가와요~선생님~~ㅋ-ㅋ

해피북 2015-12-16 14:1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천사들의 합창`은 기억에 없어서.. 아마 어릴적에 보지 않았던 모양이예요. 어떤 분 리뷰에 보니 `언니네마당` 내용이 많이 깊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맞는 말 같더라고요. 아마도 원고 모집므로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으려다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제 5호가 나왔으니 앞으로 더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봐야겠죠? ㅋㅁㅋ~~

2015-12-15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6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5-12-1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잡지 맘에 드는데요?? 그야말로 놀이터 같은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