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일주일간의 먹을 식재료를 사기 위해 마트에 다녀왔다. 마침 세일 기간인지라 가격할인 문구가 보여 반가운 마음에 이것 저것 장바구니 가득 식재료를 담아 계산대로 간다.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이것 저것 제법 할인도 받아 기분이 좋다. 거기에 포인트 적립과 할인쿠폰 까지 받을 수 있어 뭔가 알뜰히 장을 본 느낌이 든다.

 

 

요즘은 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호갱님'이라는 조소(嘲笑)어린 시선으로 부르곤 한다. (호갱님은 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로 사리에 밝지 못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을 부르는 신조어다.) 그래서인지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한 날이면 '알뜰'하게 혹은 '현명한' 소비를 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정가에 물건을 구입하는 날이면 뭔가 속은 느낌과 손해보는 느낌이 가시지 않아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되며 결국 주위 사람들로 부터 '호갱님'이라는 놀림을 받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소비형태에 제동을 걸어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히라카와 가쓰미 저자의 책 『소비를 그만 두다』다. 제목에서 처럼 '소비'의 모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현재의 소비형태는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있다. 임금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디스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열심히 떠들었지만 사실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떨어지는 것인데 최근 10년간 소비자 물가지수를 추적해보면 물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제자리걸음 중이다. 상식을 파괴하는 저렴한 상품도 등장했고. 200엔대의 라면으로 한 끼 를 때울 수도 있는 반면 호화로운 고급 스테이크도 있다. 평균치를 내보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제자리걸음 정상 상태에 가깝다 물가는 오르는 것이 상식이었던 시대와는 양상이 확실히 다르지만 그렇다고 디플레이션이라 하는 것은 속임수다. P195

 

그러니까 저자의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가 '싸게' 사는 것은 물건 가격이 하락해서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을 쥐고 있는 자본세력이 중소형 기업들에게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 저자의 맛깔라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여) 를 해서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받아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써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는 중소형 기업들은 무너지거나, 노동자의 임금 삭감 이라는 고충을 떠안게 되면서 지역 상권의 붕괴 더 나아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횡포를 부리는 이유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물건을 억지로 소비자들이 살 수 있도록 유도 하고 매출 이익을 유지시키며 경쟁사들을 물리치려는 속셈이 숨어든 셈이였다.

 

 

이렇게 따졌을때 나의 소비형태는 나비효과를 부르고 있던 셈이다. 저렴한 물건을 기분 좋게 구입했다고 생각했던 순간 유통구조에 있어 힘없는 누군가는 눈물로 물건을 만든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탈소비'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여기서 말하는 '탈소비'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는 의미의 '현명함' p175도 아닌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소비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의 생각을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대형 유통 구조의 횡포를 막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형 유통 구조의 물건을 구입하지 말고, 지역 상권에서 되도록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이야기 한다. 소셜 네트워크 확산에 의한 개인화, 익명의 소비화가 확산되면서 자본가들이 소비자를 자본이 흐르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차단시키기 위해서라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하던 상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확산하여 더불어 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 대형 유통 구조의 물건을 구입하지 말자는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대형 유통 구조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우리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뫼비우스 띠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곳 하나 끊어내지 못하게 촘촘히 연결된 띠. 대형 유통 구조의 소비가 중단되는 순간 그들의 실업란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 저자가 언급했던 부분처럼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바로 '상도덕'을 지키는 것인데, 대기업에서 문어발식 경영으로 여러 상권의 피해를 주는것 보다, 특화된 물건을 특정하게 판매하는 매너를 가지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살아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안된다는것,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시키며 서로에게 정당한 가격이 교환될 수 있는 구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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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2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실해요 정말 ㅠㅠ

해피북 2015-04-28 17:34   좋아요 0 | URL
그쵸 정말 절실해진 세상 같아요ㅜㅜ..

cyrus 2015-04-25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역상권만 살리는 정책도 예전에 비해 약발이 떨어졌어요. 거시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하는데 단순하게 미시적으로 해결책을 내세우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새로운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서로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 이익을 양분할 수 있는 쪽으로 소비 구조의 문제점을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해피북 2015-04-28 17:3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이 책을 읽으며 그부분에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거시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주지 않았다는점이 말이죠 물론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우리와 다를 수 있지만 좀 아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