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는 수학 때문에 미쳤다 - 괴짜 수학자의 인문학 여행
김용관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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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박학(博學) 한 사람은 자신이 배운바를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렵고 생소한 단어들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낼 수 있는 식견(識見)이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지식과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인데 그런면에서 『돈키호테는 수학 때문에 미쳤다』의 김용관 저자님은 정말 박학다식(博學多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걸리버 여행기』『로빈슨크루소』『 백설공주』『성서』『모모』등 한번쯤 들어봤고 읽어 봤던 책을 수학자의 시선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색다른 경험이였고 소설 속에서 수학의 역사와 변환과정을 설명하시는 부분에선 풍부한 식견과 수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수냐'라는 별명으로 '수냐의 수학카페'와 '수다수학회'라는 모임을 운영하시며 수학을 즐겁게 향유하길 꿈꾸신다는 저자의 마음이 제법 느껴지면서 쉽고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라면 수학을 잘 모르는 내 자신이 한탄스러울 정도? 수학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더 재밌고 깊게 읽으며 이해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가장 재밌는 부분들은 예를 들어 수의 변천과정이다. 처음 수를 셀 수 있던 마땅한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신체를 이용하여 길이, 단위를 표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화살이나 돌등의 물건을 활용하여 수를 계산하게 되다가 수많은 전쟁과 변화를 경험하면서 물건으로 수를 모두 셀 수 없는 한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사용되다가 진법이 나오게 되었고 그런 역사가 덧데이면서 오늘날엔 머리가 쥐가날 법한 공식들이 출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또는 하나님이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7일째 되시는 날 쉬셨다는 기록(안식일)에 의해 '7'이라는 숫자는 신성시 사용되어졌는데  숫자 '7'과 얼킨 이야기를 살펴보면,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장이가 '7명'이며 태양의 행성이 7개 (수,금,화,목,토,태양,달), 무지개 색깔이 7개( 뉴턴이 '7'이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남색을 추가했다고 한다) 7음계의 악보, 한 주는 7일, 자유의 여신상이 씌고 있는 7개의 빛 모양의 관을 씌고 있다는 이야기. 마치 책속에 숨어 있던 암호를 풀어내주는 독특한 기분이였다고나 할까?

 

 

어릴때  '666'이라는 숫자를 세긴 악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영화 '오멘' 때문에 '6'이라는 숫자가 악마의 숫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기억은 모두 성서에서 부터 출발된 이야기라고 전해준다. '7'이 신성시 되는 숫자기 때문에 '6'이 악마의 숫자라는 인식이 생긴거라는. 회중 시계를 보며 바삐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들어간 앨리스 이야기엔 엉뚱하고 괴상한 구구단과 셈법이 나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법에 의한 수라는 사실로 루이스 캐럴이 뛰어난 수학자 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광기와 수학은 닮아서 돈키호테와 같은 이탈리아의 수학자 지롤라모 카르다노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3차와 4차 방정식을 찾아낼 만큼 뛰어난 천재 수학자 였지만, 점성술과 도박에 빠졌으며 몸을 학대하고 망상과 광기에 사로잡힌 이야기로 수학과 광기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이야기.

 

 

은 1884년 영국의 에드윈 애보트가 쓴 『플랫랜드』는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이자 수학 소설이며 판타지의 고전 소설이다. 소설을 살펴보면 2차원 평면나라에 사는 주인공 '정사각형'이란 수학자는 16개의 점과 8개의 정육면체로 둘러싸인 4차원 도형을 찾는 다는 이유로 '국가 반란죄' 라는 죄명으로 7년동안 감옥에 갇혀 3차원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이야기. 왠지 다분히 수학적인 이야기와 도형들의 판타지 같은 이야기 정도로 생각할테지만, 수학자의 시선으로  기하학을 통해 신분사회를 비판했다는 부분을 꼬집어내는 저자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 이였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나처럼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판타지 수학소설로 치부할 수 있지만 수학자의 눈을 통해 수학 너머의 깊이를 만나게된 이야기들, 마치 <걸리버 여행기>가 아동용 여행서적이 아니라 정치적 암투를 혐오하고, 이성과 학문에 대한 영국사회를 풍자한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 처럼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수학을 다시 배워보고픈 욕구가 들었고, 그런 기회가 쌓이게된다면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 우주의 창조의 시작은 '비' 또는 '비례'였다. 비례 중앙에 의해 4원소는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물질로만 덩그라니 존재하던 4원소는 비례를 통해 삼라만상의 우주를 구성해 갔고, 수학은 말 그대로 우주를 창조해 냈다. 고로 만물은 수이다p98' 라는 문구의 강렬함을 느끼면서 수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만물을 이해하는 길이라는 이야기. 언젠가 나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너무 아쉽다 수학.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돈키호테가 사라진 시대, 참 아쉽습니다. 미치광의 한 명이 사라졌다 하면 그뿐이죠. 하지만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꿈꾸고 질주하던 능력마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실의 울타리 안에서만 맴도는 것은 아닌지, 풍차를 풍차로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착잡합니다. p6

하지만 고대에는 이렇게 정확하고 표준적인 거리 단위가 없었다. 일상적인 길이를 나타낼때는 보통 사람의 신체나 걸음이 이용한 단위를 많이 사용했다. 손바닥을 기준으로 한 장(丈), 팔을 기준으로 한 큐빅(cubit),발을 기준으로 한 피트(feet), 걸음을 기준으로 한 보(步)등이 대표적이다p23

수학은 수학 안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틈만 나면 문화라는 넓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수학에 의해 문학의 모습이나 이미지가 구체화 된다. 수학도 문학을 읽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코드가 될 수 있다p26

수학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다. 수학은 수학자를 미치게끔 조장한다. 수학이라는 터 자체가 광기가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수학자는 늘 미칠 준비가 되어 있고 간혹 <돈키호테>의 주인공인 `돈키호테`같은 수학자가 진짜 등장하기도 한다p123

광기와 수학! 정반대 힘인 구심력과 원심력의 관계와 같다. 뛰쳐 나가려하고 붙잡으려 하고, 밖으로 향하고, 안을 향하고, 일탈을 꿈꾸고, 안정을 지향하고, 그러면서도 둘은 닮았다. 일상의 세계를 넘어 또 다른 세계를 꿈꾸고 지향한다.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향하고 픈 인간의 소망을 담았다. 광기를 삶의 에너지로 받아들일 여지는 충분하다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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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3-31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수학은 좀 하겠는데 숫자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1인입니다여. 예를 들면 가계부의 덧셈 쨀셈 같은거...덕분에 여지껏 금전출납부와 가계부 따위는 써본 적이 없다나 어쨌다나~(,.)
거스름돈 계산하기 딱 싫어서 예전에 현금을 주로 사용할땐 10원 단위까지 잔돈으로 맞춰주는 걸 좋아했고 지금은 당근 현금카드를 사용하죠~^^

해피북 2015-04-01 00:32   좋아요 0 | URL
앗 수학에 거부 반응 없으신 양철나무꾼 님이 부럽습니다 ㅎㅎ 저는 수학이나 숫자 모두 젬병이라서 간단한 돈 계산도 맘편하게 계산기로 두드리다 보니 암산으로 하는게 겁나더라구요ㅠㅜ

cyrus 2015-03-31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때처럼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수학도 재미있어요. 수학의 원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만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수학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

해피북 2015-04-01 00:3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저 이 책보구서 cyrus님 말처럼 삶 속에 숨어든 원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ㅎㅎ 수학 다시 배우고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