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구독하는 신문에서 참 슬픈 기사를 읽게 되었다. 세살베기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엄마는 아이를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꼭 껴안고 있었던 덕분에 아이의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앞으로 엄마의 빈자리를 감당하며 살아가야할 아이를 생각하니 참 씁슬한 기분이 들었다.

 

복지학과를 나왔던 탓에 발달 장애를 가진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자주 현관문을 열고 달려나가버린 아이를 찾지 못하는 날이면, 경찰의 도움을 꼭 받아야하고, 위험한 순간에 아무리 불러도 돌아봐주지 않는 아이때문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부모들에겐 하루 하루가 절망의 순간이자, 고통의 순간이였고, 때론 생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아픈 마음의 부모님들과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동화 책이  존 켈러 작가의 『아기 오리의 고무다리』 이야기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엄마 오리가 풀밭에서 맛있는 벌레를 먹다가 실수로 고무줄을 꿀꺽 삼켜버리면서 다섯번째 아기 오리는 고무다리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었다. 다섯번째 아기 오리는 걸음걸이, 목소리도 달라서 동물들이 수근거리는 소리와 비웃는 시선을 느끼며 하루 하루 살아가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 오리는 아기오리를 꼭 껴안으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 오리는 깜짝 놀랐어.

하지만 엄마 오리는 다섯째 오리를 품에 꼭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지

"아가야, 네가 형제들과 조금 다른 건 사실이야.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는 틀림없이 훌륭한 일을 해낼 거야"

 

 남과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틀렸다는 생각을 갖는 부모님들이 있다. 흔히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비교하며 토끼처럼 재빠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에 질책하고 빨리 걸으라고 강요하는 부모님들. 느릿느릿 걷는 습성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에게 그것은 틀린게 아니라 다를뿐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반대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육지가 아닌 바다 속에서 이루워졌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들이 저 마다의 개인차를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다를 뿐이라는 생각하며 응원할때, 아이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조금씩 장점을 발견하고 성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엄마 오리의 이야기를 빌어 들려드리고 싶다.

 

 

이런 엄마 오리의 응원에 힘입어 다섯번째 아기오리는 형제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며 남들과 다른점을 장점으로 만들어간다. 높은곳의 블루베리 열매를 폴짝 튀어 따다 주거나, 자신의 다리를 악기처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형제를 괴롭히는 못된 동물들을 혼쭐을 내주기도 하며 점차 자신의 재능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동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깊은 밤중에 나타난 늑대를 고무 다리로 혼쭐을 내주는 모습에서 일종의 희열감을 느끼며 아기 오리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인데

안타깝게도 이 책은 시중에서 단 권으로 파는 책이 아닌 모양이다.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찾아보니 '상상 그림책 사고뭉치'에서 세트로 판매되는 모양이라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나는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동화에서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엄마 오리가 고무줄을 먹어서 아기 오리가 고무다리를 갖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일차적으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앞 부분을 조금 달리 표현해서 더 멋진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들과 다른것은 틀린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는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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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보험금때문에 자식에게 제초제를 타먹이며 자신은 백화점 쇼핑에 스키장을 다닌 모정의 소식이..오늘 읽은 뉴스였어요.
읽으며.이게...영화 시나리오인지..현실인지...가늠이 안되더라고...
이런..말도 안되는 일이..있는거냐고..
슬펐는데..여긴..온도가..다른 슬픔을 주는 군요.

해피북 2015-03-05 07:01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오랜만이세요 ㅋㅡㅋ,,
저두 고 기사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가족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이야기들...어떻게 그럴수 있는지말이죠
가족이 가족을 더 이상 믿을수 없다는게 우리삶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그장소] 2015-03-05 07:10   좋아요 0 | URL
에구..오랜만였군요.^^;
도무지 현실속 얘기 같지 않아요.
뭘..잘못 본거지...싶고..부정하고 싶더라고요.

수이 2015-03-05 0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게 틀린 게 아닌데 일찍부터 그 다름으로 인해서 상처 받고 고통 받으며 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분들 보면 가슴 아파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같을 수가 없는 건데_

해피북 2015-03-05 07:0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마음의 문을 닫고 오직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지 못하시는 분들 아이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자신은 더 큰 고통인데 말이죠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