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시간 후면 을미년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있을땐 잘 모르겠다가도 보내려면 아쉬운게 세월인거 같은데요. 아프고 힘들었던 한 해의 묵은 마음은 오늘까지만 간직하고, 내일 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늘 계획만 앞서고 작심삼일의 덧없는 일상들로 채워질테지만, 그렇더라도 목표 하나쯤 세워둠으로써 흐지부지 끝낼 마음가짐을 다시금 다 잡아보는것도 참 좋을거 같아 2015년 을미년을 맞아 독서의 목표를 ' 위편삼절'로 잡아봤습니다.

 

' 책꽂이에 만 권의 책이 있는 것보다 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낫고,

 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마음에 한 권의 책을 품는 것이 낫습니다.'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 고전연구회 사암. 포럼.2008

 

위편삼절(韋編三絶). 그 옛날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죽간으로 책을 만들어 끈으로 묶어 사용했는데 공자가 주역이라는 책을 닳도록 읽어 묶었던 끈이 세번 끈어진것에 유래된 사자성어 입니다. 책이란 한 번 읽고 이해했다고 해서 온전히 내 생각으로 이끌수 있는게 아님을 느끼는 만큼, 되풀이해서 읽을 수 있는 양서를 선택하여 그 뜻을 가슴 깊이  품어보는 멋진 한 해가 되었으면 좋을거 같아 세워본 목표 입니다.

 

' 오직 익숙해질 때까지 읽어야 한다. 대개 독서하는 사람은 비록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있더라도, 그 문장에 익숙해 있지 않으면 읽은 후 즉시 잊어버린다. 그래서 마음속에 간직할 수가 없다. 이미 공부한 것은 반드시 완전히 익숙해지도록 더욱 힘을 써야한다. 그런 다음에야 마음속에 간직할 수가 있으며, 흠뻑 젖어드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 고전연구회 사암. 포럼.2008

 

 

책을 읽다보면 내용을 다 받아들이기 벅찬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나 인문서적 같은 경우엔 다양한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 모든 부분을 체화(體化)시키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 그러나 어느 책들을 뒤적거려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데요. 읽은 후 메모와 정리를 통해 생각을 정리 하고 반복적으로 읽으므로써 습득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편삼절 속에는 메모와 정리를 포함하는 독서가 될 거 같습니다.

 

 

' 예전에 동춘 송준길(同春 宋浚吉) 선생은 남에게 책을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되돌려줄 때 종이에 보푸라기가 생기지 않았으면, 반드시 책을 읽지 않았음을 나무라고 다시 빌려 주었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송준길 선생에게 책을 빌려다가 끝내 읽지 않았다. 그는 선생의 꾸지람이 두려워 짓밟고 깔고 눕고 해서 책을 낡고 더럽게 만든 뒤 돌려보냈다. 이러한 행동은 어른의 두터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바보 같은 짓이다'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 미다스북스 2004.

 

 

그 옛날에는 책이 귀하기도 귀했고 어렵게 구한 책들이 거의 필사본인 경우도 많았기에 책을 대하는게 오늘날과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렇게 얻은 귀한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 나무라는 송준길 선생이나,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기 힘들어 더럽게 만들어 버린 두 사람의 마음 모두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읽기 싫고 어려운 책도 굳이 여러번 읽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봤을때 떠오르는 글귀가 있습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책을 백번 읽으면 자연히 그 의미가 깨우쳐 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어려운 책일수록 반복하여 읽으므로써 그 내용을 깨우칠 수 있다는 이야기 인데 이것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약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어려운 책을 굳이 하나 하나 세밀하게 보는것보다 두루두루 내용을 파악하는 책으로 삼습니다. 이후 같은 주제의 책들을 연달아 읽으므로써 앞의 책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기회로 삼고 후에 다시 첫번째 책을 읽으며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 시간이 필요합니다.

맛있는 김치가 익기 위해서

귀여운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

풋풋한 사랑이 익기 위해서

 

당신이 당신에게 시간을 주세요

앎이 머리로 몸으로 마음으로 들어와 곰삭을 수 있도록'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 고전연구회 사암. 포럼.2008

 

 

양띠해를 맞아 재미난 기사가 실렸습니다. 스티브잡스, 에디슨, 미켈란젤로, 송시열, 조선3대 태종, 16대 인조, 17대 효종등 당대 내노라는 인물들이 모두 양띠해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동아일보 2014.12.31). 이 인물들의 공통점이라면 다독가 였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내노라는 지식인들이 포진한 해인 만큼 열심히 독서에 몰입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독서삼여(讀書三餘: 독서하기 적당한 세 가지 여가로 겨울, 밤, 비오는날을 말합니다) 하기 좋은 저녁입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아쉬운 마음도 달래고 밝아오는 새해도 맞이해봐야 겠습니다.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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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3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메모와 정리가 중요해요. 저는 블로그가 알라딘이 유일해요.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잘못 배운 지식을 바로잡고, 몰랐던 지식의 빈 자리를 새로운 지식으로 채워주고, 상대방의 비판 의견을 받아들일려고 합니다. 늘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 소망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

해피북 2014-12-31 21:20   좋아요 1 | URL
키로스님의 글을 읽으면 열정이 넘치고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셨다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새해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좋은 정보 나누는 이웃이 되길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수이 2015-01-0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미친 바보_ 그렇게 쭈욱 죽을 때까지 그리 살고 싶습니다. 새해 잘 부탁드립니다. :)

해피북 2015-01-01 10:22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그리되는 한 해가 되었음 좋겠어요!! 앞으로 좋은 책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로 정을 나누는 이웃이되어보아요^^ 저 역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후애(厚愛) 2015-01-0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느 목표를 세우면 잘 실천을 안해서 그냥 책들을 읽기로 했습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저녁되세요~^^

해피북 2015-01-01 22:36   좋아요 0 | URL
ㅎㅎ 혹시 후애님은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니실지 ㅎㅎ 블로그를 보고 생각해보았답니다. 아참 감기는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 푹 쉬시구 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