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쓴 프랑스 혁명사
가와노 겐지 지음, 한승동 옮김 / 두레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에 역사, 즉 세계사에 대한 공부를 떠올려 볼 때 암기식으로 치우친 점, 또 하나는 성인이 되어 역사에 대한 공부가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에 좀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대한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했다는 소개에 더욱 호기심을 끌었었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여러 이유로 집중을 다하지 못하고 띄엄띄엄 읽게 되는 바람에 맥을 잇기 어려웠고 그로 인해 흥미를 못 느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이 점을 반성하며 추후에 다시 읽는 기회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기서 다루는 시대적 배경은 민중이 바스티유를 공격하기 2년 전인 1787년부터 나폴레옹이 실권자로 등장하는 1799년까지 10여 년간의 프랑스 혁명을 다루고 있다. 기존의 혁명의 역사와 달리 서술 쪽보다는 사색을 하는 쪽에 좀 더 기울였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점은 서술이 길어져서 지루한 책읽기가 될 수도 있는 독자에게 배려심이 엿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선 목차의 구성을 보면,

1. 혁명과 계급 2. 계몽사상 3. 혁명의 계기 4. 왕과 의회와 민중 5. 전쟁과 혁명 6. 혁명과 민중 7. 부르주아 국가의 출현 종장. “혁명은 끝났다로 되어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배경과 계기를 설명하고, 4장부터 7장까지는 프랑스 혁명의 전개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크게 나뉜다.

  1장은 혁명 집단과 반혁명 집단의 대립, 프랑스 혁명의 주체와 관련된 계급을 분석한다. 2장은 프랑스 혁명이 유일하게 계몽혁명이 어우러진 사상의 혁명이라는 점을 들어 케네, 디드로, 루소 등으로 대표되는 18세기 후반기 계몽사상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당시 사상의 혁명이라는 점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가졌던 프랑스로서는 계몽혁명의 결합은 행운으로 작용하여 혁명이 실현되었음을 설파하고 있다. 3장은 전쟁과 귀족의 저항 등을 중심으로, 프랑스 혁명의 주체와 사상이 언제 어떤 계기로 어떻게 혁명이 일어났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4장부터 7장까지는 프랑스 혁명의 발발부터 나폴레옹이 실권자로 등장하는 시기까지를 간결하게 정리하고 분석해 준다.


그렇다면 혁명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는 끝없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항해 무역 등 식민지의 증대 목표는 귀족이나 상인 군주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피폐해진 민중의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공업자와 농민들이 몰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부랑자와 도시빈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남는 것은 분노밖에 없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1787년에 시작된 귀족의 저항이라고 하니 다소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하다. 혁명이 일어난다면 귀족과 성직자들은 타도당할 수밖에 없는 계급임에도 그들이 혁명의 불씨를 지녔다는 점이다.


 계몽주의자들 중 유일하게 루소만이 인민의 소리는 신의 소리(P80)라고 표명했다고 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민을 어리석은 부류로 폄하하며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혁명의 싹이 트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은 부르주아 혁명과 모든 혁명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혁명의 순교자였던 로베스피에르도 테르미도로 반동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하지만 그의 1,2년에 걸친 정치적 실천이 무효가 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레닌에게는 가장 좋은 학교가 되었으며 마르크스는 프랑스 혁명의 거대한 빗자루가 되었기에 인민들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 혁명은 진행 중이다. 프랑스 혁명은 부르주아의 혁명과 동시에 민중이 참가하여 민중이 승리한 혁명이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촛불 혁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혁명 주역들의 인물 약전과 간략히 정리한 혁명 약연표는 프랑스 혁명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데 유용해 보인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가 읽는다면 짧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유익한 독서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허규형 감수 / 미래의창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내가 읽은 뇌에 관한 책이라면 오래전 하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이 있고 그 후로 읽은 나덕렬 교수의 앞쪽형 인간을 비롯한 몇 권으로 기억한다. 앞의 책은 뇌를 잘 관리하면(뇌가 젊으면) 125세 까지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뒤의 책은 주로 앞쪽 뇌 즉, 전두엽에 관한 이야기로 앞쪽 뇌가 하는 놀라운 일과 앞쪽 뇌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특히 전두엽을 기업의 CEO와 비유하면서 알기 쉽고 설명하는 뇌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며 뇌 과학의 세계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흔히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에 비유될 정도로 그 성능이 무궁무진하게 정교하고 놀라울 정도이며 평생 살면서 3%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어왔다.


 이번에 읽게 된 딘 버넷의 이 책은 그간의 뇌의 신비와 그 우수성이라는 측면이라는 것에 고정관념을 깨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사람의 뇌는 엉망진창이라는 그의 말에 이전에 읽은 뇌 이야기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서 현재의 섬세함을 갖추었지만,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온갖 잡다한 구닥다리 프로그램들과 다운 받아 놓은 영화 파일이 가득해서 제대로 작동 되지 않은 상태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마치 온갖 식료품을 쟁여놓고 무엇이 어디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리가 안 된 냉장고 속을 상상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총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 생존하기까지 일등공신이 된 뇌부터 인간의 기억시스템, 타인보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믿는 경향의 사람들 이야기, 뇌의 정보처리 기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성격은 뇌 때문이라는 것, 감정이 있는 뇌, 뇌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수백만 년 전의 인간에게 있어 뇌의 목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단순했다고 한다. 바로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 원시적인 특성의 파충류 뇌와 진화한 현대 사회의 인간이 누리고 있는 의식, 주의력, 인지력, 사고력 등 고차원적은 능력은 새롭다는 뜻의 neo-' 이 앞에 붙은 신피질neocortex'의 뇌는 지금도 충돌하고 있단다. 파충류 뇌는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는 소위 꼰대들에 비유하며 신피질은 융통성 있고 호응을 잘하는 세대에 비유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멀미나 식욕조절 과정, 잠에 대해 뇌가 관여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에 앉아서 이동할 때 사람은 이동의 주체가 아니다. 가만히 앉아 있지만 전정계의 판단은 귓속 액체가 빠른 움직임과 가속도로 인해 발생하는 힘의 반응을 뇌에 전달하는데 파충류 뇌의 선택은 으로 인식하여 구토라는 반사작용을 작동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사람은 충분히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하면서도 디저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우리 뇌의 강력한 작용 보상 체계임을 알게 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재충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는 수면이다. 수면 중에도 뇌는 더 복잡한 행동을 보이며 특히 뇌가 매우 활발한 상태인 렘수면 중에는 기억을 정리하고 유지하는 작업을 하는 등 기억을 활성화시킨다.


 가끔 우리는 무언가를 가지러 왔다가 금세 잊어버리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기억에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이 있는데 둘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장기기억은 그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고 단기기억은 기껏해야 1분 정도 지속되는 기억이다. 단기기억은 용량도 매우 적어서 최대 4개의 아이템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도중에 어떤 일로 방해를 받게 되면 오류가 발생하여 내가 지금 뭘 가지러 왔지?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단기기억은 순간적인 기억이고 장기기억은 지속적이고 영구적이며 큼직한 기억이다.


그렇다면 우리 뇌의 기억체계는 과연 믿을 수 있을 만큼 정확하고 안전한 것일까?

저자는 믿을 수 있는’, ‘정확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혼란이 생긴다. 우리는 오래된 기억을 추억으로 생각하며 되새기곤 한다. 놀랍게도 사람의 기억은 상당히 가변적이고, 여러 방식으로 뜯어고치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원인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는데 이런 현상을 기억편향memory bias'이라고 한단다. 이것은 우리의 자아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은 바로 뇌의 특징이며, 뇌가 하는 일은 우리가 좀 더 멋있게 보이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니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사람은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 걱정을 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은 변했지만 우리 뇌는 아직도 잠재적인 위협 요소들을 생각해내며 걱정거리를 어떻게든 찾아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섬세한 시스템을 가진 덕분에 인류는 황무지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며 문명화된 인간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미신은 믿지 않으면서도 나쁜 운은 피하고 싶어서 문지방을 밟지 않고 건너가거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 소금을 뿌리거나 시험 날에 미역국을 먹지 않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선택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역사적으로는 마음과 몸이 별개라고 믿었지만, 사람의 성격이 뇌와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원래 온화하고 성실했던 사람도 뇌를 심하게 다침으로서 예의가 없고 나쁜 사람으로 변한 사례를 들려준다. 뇌에도 감정이 있을까? 사람은 타인을 꽤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것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면서 남들이 우리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며 남들보다 우월하기를 바라는 뇌의 성향이 사기꾼들에게 이용당하기 쉽게도 한다니 우리 뇌에는 정말 엉뚱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에드먼드 버크는 악마가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단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홀로코스트 전범자들에게 심문 했을 때, 이들은 그저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든다. 글쎄 성격이든 옳고 그른 일의 판단을 못하는 것도 뇌가 일조하는 것이라니 좀 두려운 생각도 든다. 진화론적 측면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복종하는 성향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것, 집단을 형성하며 그 일원으로 소속하려는 성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인은 예전보다 각박한 상황에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우울증 등 신경 정신질환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뇌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몸의 핵심 부분이다. 신비하고 똑똑하다고만 알고 있었던 뇌가 엉뚱하고 복잡하기도 한 매커니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 같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재미까지 있는 뇌 이야기다. 평생의 동반자 뇌를 앎으로 인해 삶의 태도나 방식에도 변화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논어 인문학
전용주 지음 / 문예출판사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다보면 종종 마주치게 되는 공자의 삶과 그 사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문예출판사의 이벤트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저자는 다름 아닌 40여 년을 공인회계사로 활동할 정도로 공자를 논하는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의 경력이 이색적으로 다가와 더욱 호기심을 끌었다. 최인호의 <유림>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계기로 유학을 공부하였고 그 내공의 결과로 출간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가르침을 모은 책이며 유교의 중요한 경전인 논어는 인간의 삶의 흔적이 녹아있으며 역사와 문화, 정치와 윤리사상 등이 들어있는 인문학이다. 유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위해 밴드에 공유했던 강의록이 쌓여 이 저작의 토대가 되었다. 일반 독자들이 논어와 공자사상, 중국 고전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또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은 1장 공자의 발자취를 찾아서 / 2장 공자, 군자의 윤리학을 말하다 / 3장 정치의 근본은 백성임을 밝히다 / 4장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다 / 5장 위대한 스승에게는 훌륭한 제자가 있다 / 6장 공자, 살아서 군자 죽어서 성인이 되다 / 7장 인간의 미래를 위하여 로 되어 있다. 각 장은 1, 2강의 순서로 강의록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와 메시지를 담았다. 한국인들이 갖는 공자의 가르침에 대한 선입견, 즉 공자사상이 고리타분하다거나 조선을 망쳤다, 반상(班常)의 구별이나 남존여비를 야기한 봉건시대의 잔재라는 오해를 해소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공자의 발자취와 사상을 온전히 다룬 이야기는 처음 접하게 되어 어렵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저자의 의도에 걸맞게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동서양의 사상과 연관된 부분은 비교, 설명해주고 있으며 자세한 각주로 이해도를 높였다. 각주는논어중용,공자가어등 다양한 경전을 뽑아 놓은 덕분에 공자의 사상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중국 고대의 역사와 고사를 사례로 인용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오래 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으로 공자와 유교 문화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일이 떠오른다. 저자는 이와는 반대의 입장으로 공자의 삶과 사상에서 우리 현대인들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옛날부터 중국의 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생각할 때 유교와 유학이 전통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흔히 우리는 유교(儒敎)와 유학(儒學)을 종종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유교는 공자의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며 종교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고, 유학이라는 용어는 후한(後漢)이후 경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유교의 학문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의 가르침을 지칭할 때는 유교라고 해야 마땅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주지할 필요가 있겠다.


 공자가 살던 춘추 시대는 제후들 간의 전쟁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하고 윤리도덕이 타락한 절망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상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자신의 뜻을 펼칠 군주를 찾아 주유열국(周遊列國)을 시작한다.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13년의 기나긴 여정을 마쳤지만 끝내 그런 군주를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을 통해서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자는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는데 그 화두는 인()이며 극기복례(克己復禮)와 수기안인(修己安人)으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전자는 자기를 극복하고 예를 회복하면 인을 행할 수 있다는 뜻이고, 후자는 자기를 닦아 남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는 의미이다. 결국 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을 갈고 닦으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진다. 나아가 인격을 도야하고 덕을 함양하는 것, 곧 군자가 되는 길이다. 군자라는 말은 공자 윤리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말에 다름 아니다. 평생 성인을 자처하기보다는 군자이기를 희망했던 공자의 겸손함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논어에 일정한 체계 없이 흩어져있는 공자의 윤리사상을 칸트의 철학적 체계를 원용하여 정리하여 네 가지로 분류한다.


1. 인간이란 무엇인가?(본질론)

2.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수기론)

3. 인간은 어떠해야 하는가?(윤리론)

4. 인간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군자론)(P52)

이것을 이 책에서는 1번의 물음은 제5, 2번은 제6강과 제7강에서 3번은 제8~15강까지 4번의 물음은 제16~18강까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이 물음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조수(鳥獸)와 더불어 무리 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이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지 않고 누구와 더불어 어울리겠는가?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관여하여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18-6)(P60)

위는 논어에 나오는 일화로 주유열국 8년째(공자 나이 62세경) 섭공을 설득하다 실패한 공자가 채나라로 돌아가는 중에 있었던 일이다. 여기에는 공자가 인간을 어떠한 존재로 생각했는지엿볼 수 있다. 바로 조수와 무리 지어 살지 않겠다는 의지, 사람들과 어울려 살겠다는 의지, 천하에 도()가 없으니 이를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조수와 무리 지어 살지 않겠다는 말은 당시 유행하던 노자의 무위(無爲)의 철학을 반박한 것으로 자연을 초월한 문명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자는 인간이란 문명적 존재이며 사회적 존재, 도덕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주유열국을 통해서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군주는 있어도 저절로 어지러워지는 나라는 없다.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저절로 다스려지게 하는 법은 없다. (중략) 마땅한 사람을 얻으면 존속되고 마땅한 사람을 잃으면 사라진다. 법이란 다스림의 실마리이고, 군자는 법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있으면 법이 비록 생략되었다 하더라도 두루 퍼질 것이며, 군자가 없다면 법이 비록 갖추어졌어도 선후의 순서를 잃고 일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으며 어지러워질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마땅한 사람을 얻는 데 힘쓰지만, 어리석은 군주는 먼저 자기 세력을 얻는 일을 서두른다.”순자』「군도 편(P179)

이 말은 중용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순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라고 한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인재, 즉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있어도 자질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무릇 위정자라면 그 성품과 능력이 갖추어진 마땅한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것의 중요성은 현대에 적용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라 놀랍다.


 공자는 평생 군자이기를 자처하며 배움을 놓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야망과 이상이 높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군주를 만나지 못했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실천한 복자천을 통해서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그의 가르침을 따른 수많은 제자들로 인해 공자의 사상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군자는 자기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백성을 으뜸으로 여겼으며 정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는 사람에게 달려 있으므로 사람을 얻는 일은 온몸으로 해야 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자의 삶과 사상을 접하고 나서 그의 생각이 이토록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이천 오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는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을 중요시 여겼던 공자의 핵심 사상은 교육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미 삼십대에 예()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공자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립학교를 세웠다. 전제군주제 국가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귀족들의 독점이었던 교육을 신분의 귀천을 구별하지 않고 가르침을 제공하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고, 나름의 원칙을 적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의욕을 보이는 제자에게 일깨워주어 가르침의 효과를 얻기 위한 불분불계(不憤不啓),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가르침 등의 원칙은 오늘날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탁월한 교육 철학이라고 느껴졌다. 그 궁극의 목표는 인격의 완성이다.


 위대한 스승에게는 훌륭한 제자가 있듯이 공문십철(孔門十哲)’에는 공자가 사랑하고 아꼈던 제자 열 명을 소개한다.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제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현대는 참으로 복잡다단한 시대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생활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마음은 불안한 채 살아가고 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타인과의 경쟁,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행복해야 할 인생이 불행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성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삶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소통의 부재, 불신과 갈등이 팽배한 현실을 볼 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공자의 말씀을 자꾸 되뇌게 한다. 어린이는 미래의 꿈나무라는 말이 있듯이 성공과 경쟁의 도구보다는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이 행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어린이가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인생을 살아간다. 국가사회는 그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되는 것을 생각할 때 공자의 사람을 중시하는 사상은 분명 해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증명하듯이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농경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서로 협조하며 의지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직장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비교심리, 경쟁심리 등 각종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타인들의 생활을 훤히 알 수 있게 되면서 비교심리를 통해 그 상대적 박탈감이 스트레스를 부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면 현실의 상황을 즐기거나 어떻게든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시대는 누구나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또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둔하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든지 기분 좋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오랜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둔감하다는 말을 사용하여 여러 사례를 들려준다. 그러고 보니 요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나 <무례함의 비용> 등 이와 비슷한 내용일 것 같은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아마도 관계 맺음을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어쨌든 저자는 이 둔감력의 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얘기 해준다. 상사의 호통이나 잔소리를 대충 흘려 넘기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취할 것만 취하고 잊어버리라고.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라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둔감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성교제를 할 때 둔감력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정답이 없는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둔감한 성격이 일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듣더라도 예민하게 대처하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왜 질투하는지 헤아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세요.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P194)


 아마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사실 정말 둔감한 사람이 꼭 한 사람씩은 있다. 무례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 말이다. 그 사람이 싫어서 직장을 옮기면 거기에도 똑같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어디에나 있다는 말이다. 일일이 대응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어쩌면 그냥 무시하고 둔감력으로 버티는 게 과연 정답이구나 싶다.


 “다른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이 못 견디게 거슬리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쾌한 말이나 행동도 무시할 수 있는 둔감한 사람만이 집단 속에서 밝고 느긋하게 일하며 꿋꿋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P222)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는 말이 있다. 둔감함은 어쩌면 싫어도 참으라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싫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고 한다. 그때마다 옮길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무심하고 둔감하게 그러나 자기의 중심은 지키면서 느긋하게 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후의 승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요즘 흔한 병이 된 암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웃음이 있고 긍정적인 태도와 둔감함이 있다면 회복도 빠르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건강에도 관계 지속에도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된다니 둔감함을 키우지 않을 수 없다. 남이 뭐라고 빈정거리더라도 깨끗이 무시해버리는 둔감한 마음의 힘, 그것이 바로 둔감력 이라고 말한다. 이 둔감력 이야말로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일을 성공시키는 원동력(P204)이라고.


 책의 서두에 나오는 나는 얼마나 둔감한 사람일까?’ 재미로 확인하는 나의 둔감력 체크리스트로 자신의 둔감력을 체크해 볼 수 있다. 예민하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거리는 아닌 듯하다.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건강이든 관계 맺음에서도 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거나 성장시키지 못하고 도태되는 사례도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다. 무시할 건 무시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선물 같은 인생을 덤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 자신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면 이 둔감력을 배우고 키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갈수록 힘들다, 사람에 치이고 치여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 자꾸 예민한 감정이 고개를 쳐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힘을 주는 응원의 메시지 같이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읽고서 많은 감동의 여운이 남았던 명상록을 다시 읽게 되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문장이 있었나, 싶게 새롭게 와 닿는 문장에 또 감탄을 하게 된다. 2천 년이나 된 오래된 책 속의 내용이 지금을 사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고민을 하면 살았다는 것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또 삶의 패턴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도. 마르쿠스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사십 년을 살펴보든 만 년을 살펴보든 거기에서 거기고 똑같다. 인생에서 더 볼 것이 어디 있겠는가(P142)라고 말한다. 우리 앞에 무수한 삶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지만, 깨닫고 보면 세상의 것을 빌려서 잠시 동안 머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천상병 시인은 이생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했던가. 그러게, ‘아름다운 소풍으로 여기면서 살아갈 수만 있어도 좀 더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가 자신의 생애 말기에 외적들의 침공을 제압하기 위해 제국의 북부 전선이었던 도나우 지역으로 원정을 간 10여 년 동안에 쓴 철학 일기라고 한다. 전쟁이라는 외적인 압박감과 무거운 짐으로부터 물러나서 흐트러질 수도 있는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기 위해 기록한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비망록이나 마찬가지여서 처음엔 명상록이라는 명칭이 없던 것이 17세기에 와서 붙여졌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우주의 본성’, ‘인간의 본성’, ‘죽음등이다.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면서 이러한 말을 얼마나 떠올리면서 우리는 살아갈까. 인터넷이라는 창으로 세상의 많은 일 들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시대이다. 많이 갖기 위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겉모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일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일, 삶을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철학자였던 황제는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전쟁으로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삶 속에서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기록이었음에도 읽고 있으면 읽는 이에게 일침을 주는 것 같다.


삶은 문제해결의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하나의 문제가 달려든다. 왜 괴로운 것일까. 마르쿠스는 사람이 어떤 일이나 환경에 대해서 선하다거나 악하다거나 쓸데없는 판단을 덧붙임으로써 괴로움을 자초한다고 한다. 선악에 대한 판단을 멈추고 신념을 바꾸면 감정도 바뀐다는 스토아 철학의 표준적인 사상을 표현했다. 모든 사람은 인류라는 한 동족의 형제들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분노 같은 감정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의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렇게 도인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하루아침에는 어렵겠지만, 마음을 유연하게 사고하는 습관은 힘듦을 좀 가볍게 하지 않을까.


마음에 새겨 볼 만한 문장을 소개해 본다.


신들이 그동안 네게 무수히 많은 기회들을 주었는데도, 너는 그 기회를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미루어 왔었는지를 기억해 보라.(중략) 기회는 지나가 버리고 네 자신도 죽어 없어져서, 다시는 그런 기회가 네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P45)


마치 수천 년을 살 것처럼 살아가지 말라. 와야 할 것이 이미 너를 향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선한 자가 되라.(P73)


우주 안에서 가장 강하고 탁월한 존재를 존중하라. 그 존재는 바로 만물을 활용해서 지배하는 존재다. 마찬가지로 네 자신 안에서 가장 강하고 탁월한 부분을 존중하라.(후략)(P100)


사람들의 행태 중에 의아한 것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시대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은 거부하면서도, 자신들이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후세 사람들에게 칭송받게 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그것은 너의 조상들이 너를 칭찬하지 않았다고 화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P114)


마케도니아의 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나 그의 마부나 죽어서는 똑같아졌다. 두 사람은 똑같이 우주의 근원인 이성으로 되돌아가거나 원자들로 해체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P116)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생각하라. 만물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얽혀 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 만물은 서로 간에 밀고 당기는 운동, 하나의 동일한 정신을 통한 서로 간의 공감, 모든 존재의 하나됨으로 인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P121)


이제 네 자신은 죽었거나 네가 살아야 할 분량은 이미 다 살았다고 생각하고, 너의 여생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여겨서 본성을 따라 살아라.(P144)


그 어떤 예기치 않은 온갖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살아가는 일은 춤추는 것보다는 씨름하는 것과 더 비슷하다.(P145)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에피쿠로스가 한 말을 기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통은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네가 너의 상상력으로 네가 겪는 고통을 부풀리지만 않는다면, 참아낼 수 없거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이라는 것은 없다.”(P146)


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는 듯이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초조해하는 것이나 자포자기해서 무기력한 것이나 가식이 없다면, 그것이 인격의 완성이다.(P149)


이 고귀한 문장들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초연한 철학자의 예리한 통찰력은 우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무엇이든지 영원한 것은 없으니, 지금에 충실하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딱히 정해진 주제는 없이 써 내려간 비망록이다. 1권에서 12권까지 각 문장은 번호로 매겨져 있다. 맨 뒤의 부록은 국내 최초라는 에픽테토스의 명언집을 수록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목표와 방향을 잃어 방황하거나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들에게 힘 있는 조언을 주는 글로 가득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