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의 풍습 - 제대로 알고 싶은
양지영 옮김, 치바 코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평점 :
우연히 책 검색을 하다가 눈에 띄어 구매한 책이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기에 그들의 풍습을 알고 나면 좀 더 일본과 일본인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읽는 재미도 있다. 풍습이란 한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풍습이 많아서 놀랐고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인생의 단락마다 풍습이 따라다니는데 인생 자체가 풍속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의 구성을 보면 서장 풍속에 대해 알자 1장 운기가 상승하는 봄의 풍속 2장 운기가 상승하는 여름의 풍속 3장 운기가 상승하는 가을의 풍속 4장 운기가 상승하는 겨울의 풍속 5장 운기가 상승하는 인생의 풍속 부록 알아두어야 할 예절 이렇게 여섯 개 주제로 되어있다.
서장에서는 풍속이란 무엇인지 신ㆍ부처와 풍속의 관계와 하례와 케의 풍속 등 운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엔기모노’를 소개하고 있다. ‘신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일본에는 800만이나 되는 신이 있다고 한다. 집을 지켜주는 신들만 해도 다양한데 부뚜막의 신인 조왕신은 가족 전체를 지켜주는 신으로 중요시했다고 한다. 조왕신은 어렸을 때 들어본 적 있어서 신기했다.
1장 봄의 풍속에는 3월 3일 여자아이 행사로 히나마쓰리가 있고 3월 18일경 춘분 전후 7일 동안 행해지는 ‘오히간’이 있다. 히간은 ‘피안(彼岸)’으로 인도 산스크리트어 바라밀을 번역한 말인데 불교 용어로 ‘피안에 이른다’라는 뜻이다. 이처럼 인도에서 전래한 불교 용어가 기원인 오히간이라는 관습은 인도에도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중국에도 없는 일본의 독자적인 풍속이라고 한다. 또 3월 하순과 4월 상순의 꽃놀이인 오하나미, 4월 8일 간부쓰에(관불회), 4월 13일 주산마이리(13살 참배), 5월 1일~2일경 팔십팔야가 있다. 이중 팔십팔야에 대해 소개해 보겠다. 팔십팔야는 입춘 후 88일째 되는 날을 말하며 숫자가 겹치기 때문에 좋은 운이 무한대로 계속된다는 의미로 쌀과 차로 길흉을 점친다. 5월 5일은 단오의 셋쿠로 남자아이의 행사다. 창포로 부정이나 나쁜 기운을 없애서 남자아이의 운기를 상승시킨다고 한다.
2장 여름의 풍속은 6월에서 8월까지 다양한 풍속이 소개되어 있다. 대표적인 풍속으로 오본 밖에 알지 못했는데 자세히 알게 되었다. 6월 1일 고로모가에(계절마다 옷 갈아입기), 6월 30일 나쓰고시노하라에(여름을 넘기는 액막이 행사), 7월 1일 야마비라키(산 개방), 7월 7일 다나바타(칠석), 7월 1일~8월 15일 오주겐(중원 때 주는 선물), 7월 20일 도요노우시노히(여름 보양식 장어 먹는 날), 8월 13일~16일경 오본(조상을 맞이하는 불교 행사) 등이 있다. 이중 도요노우시노히는 우리의 삼복을 떠올리게 했다. 초복, 중복, 말복의 절기에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양하기 위해 삼계탕을 먹는 풍습은 오랫동안 이어온 우리의 전통이다. 일본의 도요노우시노히는 ‘우’가 붙는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생기면서 먹게 된 것이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나 우리(참외), 우동 그리고 우나기(장어)란다. 하지만 장어는 10월부터 12월이 제철이어서 여름의 무더위에 즐겨 먹는 사람이 적어서 우나기 가게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한 사람이 에도 시대 주이 난학자 히라가 겐나이(平賀源内, 1728~1780년)였다. 겐나이가 ‘오늘은 도요노우시노히’라고 써서 우나기 가게 앞에 붙여두자 크게 입소문을 탔다고 한다. 한 학자의 센스로 오늘날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만들어낸 에피소드가 꽤 흥미로웠다.
3장 가을의 풍속에는 중양의 셋쿠(중양절), 오쓰키미(십오야), 가을의 오히간, 에비스코우, 도리노이치, 시치고산이 있다. 중양절은 음력 9월 9일인데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홀수를 기운이 좋은 양의 숫자로 여겼고 9가 겹치는 9월 9일은 ‘중구(重九)’, ‘중양(重陽)’이라 하여 축하했다. 국화가 아름답게 피는 시기여서 국화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나라 시대 일본에 전해졌고 헤이안 시대 초기에는 궁중 행사로 정착했는데 에도 시대가 되면서 무가와 서민 사이에 널리 퍼졌다.
4장 겨울의 풍속은 스스하라이(연말 대청소), 동지, 설 장식, 오미소카, 오쇼가쓰, 오세치 요리, 하츠모데, 나나쿠사가유,성인식, 세쓰분이 있다. 다른 계절보다 겨울의 풍속이 더 많았다. 계절의 마지막인 만큼 새로운 해를 시작하기 위해 연말 대청소를 시작으로 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나 신년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설 장식을 하는 등 그들의 풍속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풍속은 얼마나 잘 전승되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의 풍습은 대표적인 명절 외에 정월 대보름 행사나 5월 단오 등 몇 개 되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었을 만큼 까마득하다.
5장의 인생의 풍속은 성장, 결혼, 장수, 장례까지의 풍속을 다루고 있다. 특히 부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할 때까지 다양한 행사를 하며 축하하고 기원하는 풍속이었다. 한 가지 소개하면 ‘시치고산’이다. 시치고산은 숫자 7, 5, 3의 발음이다. 여자아이는 3살과 7살, 남자아이는 5살을 축하하는 의식이다. 시치고산 축하는 11월 15일에 하는데 그 이유는 에도 시대 때 5대 쇼군인 도쿠가와 쓰나요시의 아들 도쿠마쓰를 축하한 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3살의 기원은 민머리에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하는 ‘가미오키’, 5살의 기원은 처음으로 하카마를 입는 ‘하카마기’, 7살은 오비(띠)를 맬 만큼 컸다는 ‘오비도키’와 같은 의례가 있다. 부록에는 다양한 선물을 할 때 예절, 편지를 쓸 때 주의할 점과 예절, 식사 예절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일본 문화에 관심으로 여러 책을 읽고 여행을 하면서 축제가 참 많은 나라구나,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역시나 그랬다. 한 해의 처음부터 끝까지 월별로 행해지는 풍속도를 들여다 보니 우리와 닮은 풍습이 의외로 많았다. 앞으로 일본 문학을 읽다가 아는 내용을 접하면 반가울 것 같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가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