コンビニ人間 (單行本)
무라타 사야카 지음 / 文藝春秋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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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원서는 무라타 사야카가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써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편의점이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다니. 실제로 작가는 내게는 성역 같은 곳인 편의점이 소설의 재료가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았다라고 하며 수상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직접 읽어 보니 편의점을 향한 작가의 러브레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터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이야기의 도입부는 소리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이 들어올 때 나는 차임벨 소리,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유선방송의 신상품을 선전하는 아이돌의 목소리, 점원이 말을 거는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바구니에 물건을 넣는 소리, 빵 봉투를 잡을 때 나는 소리, 또각또각 걷는 하이힐 소리 등. 이 모든 것이 합쳐져 편의점의 소리가 되어 나의 고막에 닿는다. 이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편의점 내부를 보는 듯 생생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의 촉은 이런 사물의 모습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구나 싶어 감탄했다.

 



화자는 후루쿠라 게이코 서른 여섯 살 미혼이다. 멀쩡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흑역사가 있었으니. 유치원생이던 어느 날 죽어있는 참새를 발견하고 이거 먹자라고 말해서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과 어른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아빠가 야키토리를 좋아한다며 무심코 한 말이었다. 동물이 죽으면 무덤을 만들어 주며 불쌍히 여기는 것이 보통의 아이들인데 이런 말을 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이런 일은 또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싸우는 남자아이들을 말리는데 삽으로 머리를 때려서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가장 빠른 방법으로 싸움을 멈추게 하려고 그랬단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후루쿠라는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게이코 자신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점차 입을 다물게 되었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이 게이코의 처세가 되었다.

 



그렇게 조용한 아이로 지내다가 대학 1학년생이 된 어느 날, 시내에서 길을 헤매다 우연히 사원모집 광고를 보게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스마일 마트라는 편의점이었다. 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은 충분했지만 아르바이트에 흥미가 있었다. 대학생, 파트타이머 주부, 밴드를 그만둔 남자아이 등이 같은 색의 제복을 입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법, 인사하기, 물건을 포장하는 법 등 점원으로서 해야 할 예절과 행동을 배웠다. 일이 끝난 후 제복을 갈아입으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오는데 그 느낌도 좋았다. 게이코는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을 대하면서 자신도 세상의 부품의 하나로써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함께 연수를 받았던 동료들은 모두 떠나고 지금의 점장은 여덟 번째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은 모두 응원해 주었다. 세상과 접점이 없었던 딸이 자진해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을 보고 부모님은 걱정했다. 20대 때 취업 활동을 한 적이 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겨우 면접을 보게 되었을 때도 왜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게이코는 지금의 를 형성한 것은 곁에 있던 사람들 덕분이라고 한다. 3할은 이즈미씨, 3할은 스가와라씨, 2할은 점장, 나머지는 이미 그만둔 여러 명의 동료 덕분이었다고. 아르바이트생이 말도 없이 갑자기 결근하는 바람에 힘든 일도 있었다. 그런 불만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으면 함께 공감해 주어서 연대감이 생겼고 자신이 괜찮은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도했다. 이제는 손님이 들어올 때 울리는 차임벨이 마치 교회의 종소리처럼 느껴졌다.

 



편의점에 손님으로 온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게 된 계기로 동창회에도 나가고 여러 친구가 생겼다. 편의점에서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잔잔한 소설이지만 우리가 평소에 자주 가는 편의점이라는 장소를 소재로 쓴 이야기라 친숙하고 재미도 있다. 작가는 상을 받는 날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다 갔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는 소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일을 하면서 소설을 끄적였던 계기나 에피소드가 들어있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여기서 시선을 끌었던 캐릭터는 신입 아르바이트생 시라하였다. 그는 툭 하면 조몬시대를 들먹이며 투덜거리는 남자였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기성 사회의 잣대를 비판하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며칠 되지 않아 해고를 당했는데 편의점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그를 후루쿠라는 집으로 데려온다. 집세도 밀려서 쫓겨난데다 고향으로 돌아갈수도 없다고 넋두리하는 그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남자친구가 생긴 줄 알고 좋아하던 여동생은 그를 만나보고 실망하며 언니의 병이 아직 낫지 않았다고 슬퍼한다. 시라하는 자기를 먹여주고 숨겨주기만 하면 후루쿠라에게도 이익 일거라는 궤변을 하며 눌러 앉으려고 한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지 않고 결혼도 하지 못한 여자가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생판 모르는 남자를 집에 들여서 어찌 하려는 걸까 걱정했는데 시라하에게서 이상한 아이였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되었나 보다.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장이다. 후루쿠라가 보통의 아이와 다르다는 걸 일찍 알아채고 가족 모두가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쏟은 덕분이 아닐까. 시라하와 후루쿠라는 나름 진지한 대화를 통해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기 위해 면접길에 나선다. 하지만 결국 후루쿠라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편의점이라며 시라하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이런 결단과 자신감은 모두 편의점에서 배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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