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을 배울 때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정교열 일이 내게 딱 맞는 일이라고 확신해 본적이단 한 번도 없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엉덩이가 무거워 보이는 것뿐이다. 엉덩이가 무거운 척하며 살다 보니 마음에도 무거운 돌 하나 얹어 둔 것처럼 답답하고 소화도 잘 안되는 걸 보면, 역시 이 일은 내게 맞지 않는 모양이다. - P42
멸치는 바싹 말라 있는 상태였다. 보조 동사로 쓰는 ‘있다‘를 ‘상태‘라는 명사, 곧 체언을꾸미는 관형사로 만들어 썼다. 이럴 때 ‘있는‘은 굳이 쓰지않아도 되는 ‘있는‘이다. 왜냐하면 관형사형은 본동사 ‘마르다‘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는 바싹 마른 상태였다. - P45
한국어 문장만 20여 년 넘게 다듬어 왔는데, 이제까지•써서는 안 되는 잘못된 낱말이나 표현 때문에 문장이 이상하거나 어색해진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써서는 안 되는 낱말이나 표현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엉뚱한 자리에 끼어들어서 문제가될 뿐이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낱말이나 표현 같은 건없다. - P46
늘 깨끗한 상태였다. (또는)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바꿔 보면 바꾸기 전 문장에 덧붙인 ‘있었다‘가 아무런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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