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입니까. 갑자기 껴안았다‘보다는 ‘와락 껴안았다가, 갑자기 낚아챘다보다는 덥석 낚아챘다가,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보다는 ‘기온이 뚝 떨어졌다가, 갑자기 겁이 났다‘보다는 ‘덜컥 겁이 났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보다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가. 갑자기 화를 냈다‘보다는 ‘버럭 화를 냈다‘가 그때그때 상황을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그려내는 부사를 많이 거느린 한국어의 강점을 잘살린 번역일 것입니다. - P117
영한사전에 풀이어로 나온 한국어 부사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영한사전에서 automatically를 찾으면 보통 자동적으로‘나 ‘기계적으로‘ 가 나옵니다. 하지만 영한사전의 풀이에 얽매이지 말고 맥락에 알맞게automatically를 때로는 ‘알아서‘로, 때로는 ‘척척‘으로, 때로는 ‘저절로‘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blindly는 영한사전을 맹목적으로 좇아 ‘맹목적으로‘라고만 옮기지 말고 때로는 ‘무작정‘이나 ‘마구‘ 또는 ‘함부로‘나 덮어놓고‘로 옮겨주어야 합니다. literally는 영한사전을 문자그대로 좋아서 ‘문자 그대로‘라고만 옮길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나 ‘영락없이‘, 또는 ‘곧이곧대로‘나 ‘거짓말 안보태고‘로 옮겨주어야 합니다. 포괄적인 뜻을 지닌 영어 부사는 구체적인 뜻을 지닌 한국어 부사로 옮거주자, 이것이 이 장에서 첫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원칙입니다. - P118
좋은 번역의 기준을 도착어인 한국어가 아니라 출발어인 영어에 얼•마나 충실한가로 따지는 사람일수록 그냥 울부짖었다‘보다는 ‘우우울부짖었다‘라고 해야 원어에 더 충실한 번역이 됩니다. 원문에 동사가하나뿐이라고 해서 번역문에서도 동사를 달랑 하나로 번역해주어야만충실한 직역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영어는 동사 하나로 한국어 동사와부사의 뜻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는 두 언어의 구조적 차이를 감안하면 ‘우우 울부짖었다‘는 의역이긴커녕 오히려 원문에 더 충실한 직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령 "Music blaredout from the open window." 라는 영문은 "열린 창문으로 음악이 꽝꽝 터져나왔다."라고 하면 blare라는 동사에 담긴 의성어 부사의 뉘앙스를 충실하게 담아낼 수가 있습니다. 영어 동사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달랑 한국어 동사 하나로만 번역하지 말고 한국어 부사를 덧붙일 수 있으면과감히 덧붙여라. 이것이 이 장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둘째 원칙입니다. - P120
영어에는 ‘우르르‘라는 부사와 ‘모이다‘라는 동사를 한 몸에 지닌 throng이라는 동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The children thronged into the hall." 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요. "관중이 경기장으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는 "Spectators crowded intothe stadium."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의태어나 의성어 같은 부사가 들어간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할 때는 부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 부사의 뜻과 한국어 동사의 뜻을 한몸에 지닌 영어 동사를 찾아라, 이것이 이 장에서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셋째 원칙입니다. - P121
결국 영어를 한국어답게 잘 번역하려면 한국어 어휘를 많이 알아야한다는 당연한 결론이 나옵니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어 부사와 동사의 뜻을 한꺼번에 지닌 영어 동사를 떠올릴 수 있으려면 풍부한 영어 어휘가 번역자의 머릿속에 들어 있어야합니다. 어휘력이 빈약하면 틀에 박힌 한국어 문장과 영어 문장밖에나오지 않습니다. 단어를 많이 알아야 독해도 잘하고 번역도 잘할 수있습니다. 영어는 특히 동사를 많이 알아야 하고 한국어는 특히 부사를 많이 알아야 합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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