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번역한 소설, 『칼레이도스코프』가 출간됐다. 두근두근하며 첫 책을 기다리는 내게 대표님이 말했다.
‘영미 소설인데 번역자가 일본어 전공이면 안 되겠죠?
그래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냈어요."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서운했지만, 그 후로도두어 권 더 영미 소설을 번역했고, 역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출간됐다. - P35

그 일만 마치고 번역 아닌 다른 직업에 종사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한 장짜리 서류를 맡든한 권짜리 책을 맡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대 3이 6대 4가 되고 5 대 5가 되고....
본인이 챙길 몫이점점 늘어날 것이다(그러나 보통은 번역회사에서 10~20퍼센트의수수료만 떼는 게 정상이다). - P78

그때만해도 내 평생 이런 집엔 전세로도 못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인이 돼서 살고 있다니……. 집을 산 지 사 년째인 요즘도 일하다 한 번씩 집 안을 휘이 둘러보며 ‘이 집이 내 집이라니‘ 하고 뿌듯해한다. 번역은 부업거리일 뿐절대 번역해서 돈 못 번다고 생각했는데, 번역을 해서 집까지 사게 될 줄이야. - P104

 내게 ‘일‘이란 거의 ‘취미생활‘에 가깝다. 일에 쫓기며 일의 노예처럼 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일하는 자체가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에 다른 짓을 하고 놀다가도 바로 노트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이어도 종종 슬럼프는 찾아온다. 사춘기 되돌이 현상인지,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뭐 하나하는 회의가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인 것이. 그러다가도 새로운 작업이 들어오면 언제 슬럼프였느냐는 듯밤샘도 불사하는 열정이 팡팡 솟는다. - P115

"번역은 장거리 경주예요. 마라톤이라고요. 그렇게100미터 달리기하듯이 전력 질주하면 지쳐서 오래 못 해요. 한두 해 번역하다 말 거 아니잖아요?"
후배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그렇게 호되게 고생한 뒤로 그동안 무심했던 건강에 급격히 관심을 갖게 됐다. 일단 하루 세끼를 잘 챙겨 먹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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