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본글을 조선글로 옮기다 한숨 돌릴 때면 그 할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참 명언이지 않은가. 번역이 ‘존기술‘이란다. 그러게. 번역은 정말 좋은 기술이다. 그런데 너무 어려운 기술이다. 어지간한 기술을 이십 년 가까이 했다면 <생활의 달인>에 나가도 나갔을 텐데, 이놈의 기술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기술 배워서 애도 키우고 집도 샀으니 어쨌거나 고맙고 좋은 기술인 건 분명하다. - P26

일본어로 전공을 결정하고,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도소설은 쓸 수 있잖아. 안정된 직업을 가진 다음에 글을 쓰면 돼‘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밥을 벌어먹기 위한 외국어.
영어도 좋아했지만 굳이 일본어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고등학교 2학년 때 읽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덕분이다. 처음 읽은 일본소설에 묘한 전율을 느꼈다.  - P27

잉여인간의 하루 일과는 아침 먹고 책, 점심 먹고 책,
저녁 먹고 책이었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삼시 세끼 후식처럼 챙길 정도로 오매불망 사랑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종일 책을 끼고 살았던 이유는 첫•째, 무위도식하는 자신이 싫었고, 둘째,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독서는 탄탄한 기본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 - P30

으며, 셋째, TV 삼매경보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 지내는 게덜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어른들은 책을 들고 있으면 공부하는 줄 알고 취직해라, 시집가라. 이런 잔소리를 안 한다. - P31

아,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했던가, 꿈은 이루어진다 했던가. 기회는 정말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찾아왔다. 친구의 상사의 지인, 이런 식으로 몇 다리 건너알게 된 어느 소설가 선생님이 미천한 내게 번역 일을 할출판사를 소개해준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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