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의역을 해야 하느냐. 오래전부터 번역가들과 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아직도 결론이 안났습니다. 아니. 결론이 날 수 없는 문제이겠지요. 둘 다 일장일단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제 주변만 보아도 지역이 옳다고 생각하는 번역자가있는가 하면 의역이 맞다고 생각하는 번역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번역자라면 직역을 할 것인가 의역을 할 것인가, 첫 문장을 옮길때부터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 나름대로 번역의 기본 원칙은 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 P16

거시적 기준도 있습니다. 거시적 기준은 한 나라의 번역 문화의 풍토같은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과 미국은 원문에 충실한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영어로 번역하는 것을 중시하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번역서를 읽는 독자가 이 책은 저자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독자를 위해서 영어로 직접 썼구나.‘ 하고 착각을 할 만큼 번역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매끄러운 영어로 번역할 것을 번역가에게 요구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마치 저자가 직접 쓴 것처럼 매끄럽게 번역을 해주어야 훌륭한 번역자로 평가받습니다.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번역자라야 뛰어난 번역자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번역자의 이름조차 책에 밝히지 않는 번역서도 적지 않습니다. 영미권의 서평지는 대체로 번역서에 대해서 그 번역문이 원문에 얼마나충실한가는 따지지 않고 얼마나 세련되고 깔끔한 영문인가만을 따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 P17

그런데 유럽에서는 가장 먼저중앙 집권 국가와 절대왕정의 틀을 갖추면서 강국으로 부상한 프랑스에서 차츰 자기 문화와 자기 말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면서, 그리스어원문에 충실한 것보다는 아름답고 멋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퍼집니다. 그래서 유명한 신구 논쟁"이라는 것이 벌어지지요. - P18

그리스어 원어에는 충실할지 몰라도 프랑스어로서는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였지요. 선배들에게 비판을 가한 사람 중에는 원문 해독능력이 부족한 함량 미달인 번역자도 있었지만 시대 분위기는 젊은 세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결과는 그리스어보다 프랑스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후배 번역가들의 판정승으로 끝났습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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