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농담을 들은 적 있는가? "의사는 마누라가 좋은 직업이고, 판검사는 처가집이 좋은 직업이다." 소위 돈 잘 버는 ‘사‘자 들어가는 일등 신랑감들이 우스개로 자조하는 농담이다. 반면 번역가는 아내나 처갓집 부모님들이 반색하는 직업은 아니다. 그래서 난 그들의 농담에 이렇게 첨가한다. ‘번역가는 본인만 좋은 직업이다.‘ - P15

*우선 책보기를 즐기는 사람에겐 좋은 직업이다. 번역을 하다보면 그냥책을 읽을 때보다 더 깊게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또 이를 토대로 사고를확장시켜 나간다. 내 경우, 번역한 책의 내용을 토대로 강연해달라는 의뢰를 기업이나 학교로부터 심심치 않게 받곤 하는데, 강연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가 더더욱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직업이 스스로 좋아서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듯이,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세상을 알아나가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직업이다.

그런데 번역이라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외국어만 잘하면 번역쯤이야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의 사고에 적합하게 쓴 문장을 한국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게 생각만큼손쉬운 작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떤 문장에서 꽉 막혀 진도가 안나가는 경우도 있고, 찾아봐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 품이 많이 드는 경우도있다. 너무 고생스러운 책을 할 때는 ‘정말 이 책만 번역하고 번역 일을 때려치우든지 해야지 원・・・・・・ . 하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 P16

나는 사업을 하면서 부업삼아 번역을 하다가 전업을 한 경우인데, 책 번역을 하면서 정말 세상에 이렇게 편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했다. 직장생활도 해보고, 개인사업도 해본 나는 세상에 편하게 돈버는 일이 없다는걸 잘 안다. 겉으로 봐서는 남이 하는 일은 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그 일을 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번역은 품이많이 드는 고된 직업이긴 하지만, 직장 동료나 거래처 등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는 거의 없어서 좋다. 

저자와 나와의 대화만 있을 뿐,
다른 사람은 그 사이에 끼어드는 법이 없다. 저자의 머릿속을 추리해야 하는 작업은 마치 탐정 놀이처럼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이 저자는 어떤 주장을 펴려고 이런 논리로 이야기하고 있을까?",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전달해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까?‘라는 생각 뿐, 다른 잡념은 별로 끼어들지 않는다. - P17

출판번역가 사용 경고문


1. 스스로 스케줄 관리를 못하면 마감 때가 개학날처럼 악몽으로 바뀝니다.
2. 출퇴근을 하지 않고 일하면 남들한테 백수나 백조로 보일 수 있습니다.
3. 만약 집에서 일한다면 식구들이 이것저것 집안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4. 개념 없는 주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서류를 내밀며 번역해달라고 부탁할수 있습니다.
5. 책을 읽어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고, 번역이 잘됐는지만 살펴보게 됩니다.
6. 똥배가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외계인 체형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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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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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6: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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