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단락이 꿈을 읽고 이탈리아어를 향해 가는내 행로의 흥분과 고뇌를 한참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 언어에 빠져든 이후로, 이 언어를 사랑하게 된 이후로, 나는 수십 년째 잇달아 나타나는 문들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하나의 문은 매번 나를 또 다른 문으로 데려간다. 그것들을 대면할수록, 그것들을 통과할수록 열어야 하고 극복해야 할 더 많은 다른 문이 나타난다.  - P32

어떤 외국어든 그 언어를 정복하려는 사람은 두 가지 주요한 문을 열어야 한다. 첫째는 독해력, 둘째는 입말이다. 중간에 놓인 더 작은 문들, 이를테면 구문, 문법, 어휘, 의미의 뒤앙스, 발음도 무엇하나 건너뛸 수 없다. 그것들을 통과하면비교적 숙달된 수준에 도달한다. 나는 여기서 나아가 감히 글말이라는 제3의 문을 연 것이다. - P33

이탈리아어로 읽고 쓰고 살면서 나는 더 주의 깊고 적극적이며 호기심이 많은 독자, 작가, 사람이 된 기분이다. 새로 마주치고 배우고 공책에 기록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작은 문을이룬다. 이때 내 이탈리아어 사전은 문간이 되어준다.  - P34

내가 읽는 책, 내가 쓰는 문장, 내가 완성하는 텍스트, 아울러이탈리아인 친구와 나누는 대화 하나, 내가 스스로를 표현할기회 하나까지 전부 문으로 여긴다. - P35

책이 출간된 이후에는 독자들이라는 문이 내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들이 겉장을 열어 책을 읽을 차례였다. 어떤이들은 내 말을 받아주고 나를 환영해줄 것이다. 어떤 이들은그렇지 않을 테고, 이런 불확실한 운명은 어느 책이든 겪는일이고 심지어 겪어야 마땅하다. 무슨 언어로 쓰인 책이든 일 - P35

단 출간이 되면 한 권한 권이 문턱 위에 세워진다. 읽는다는 건, 문자 그대로 책을 여는 것이고 동시에 자아의 일부를여는 것이다.


"나는 문이 없는 세상에서 살거나 글을 쓰기를 바라지 않는다. 난관이나 방해물이 없는 무조건적인 개방은 나를 자극하지 못한다. 닫힌 공간도 비밀도 미지의 존재도 없는 그런 풍경에서는 나를 사로잡는 매력도, 내가 찾아야 할 의미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 P36

새로운 언어로 글을 쓰는 것이 일종의 실명과 비슷하다는점을 나는 알고 있었다. 글쓰기란 다름 아닌 세계를 인식하고관찰하고 시각화하는 것이니까. 이제 나도 이탈리아어로 앞을 볼 수는 있지만, 시야의 일부만 보일 뿐이다. 여전히 반쯤은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고 있다. 나도 로마노처럼 불확실한손으로 글을 쓴다. - P37

이민 가정의 자식으로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아슬아슬한지리적·문화적 접목의 결실이다. 애초에 글쓰기를 시작할 때부터 나는 이 주제와 경험, 트라우마를 이야기해왔다. 그것이 - P41

내가 세계를 읽는 방식이다. 접목은 나를 설명하고 규정한다.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지금은 나 자신이 한 그루의 접목이되었다.
- P42


접목이라는 단어는 나를 전진하게 해주고, 한편으로는 내의 과거, 나의 시작점, 나의 궤적을 서술해준다. 이탈리아어를탐색하는 새로운 여정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고, 영어로 쓴예전 글들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 P42

접목으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만, 접목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는 취약성이 특징인 만큼 불확실한 것투성이다.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결실이 보잘것없을 수도 있다. 늘 조마조마하다. 필요한 건 믿음과 인내를 갖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리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새 나뭇가지가자라나리라는 희망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나는 작가이자 한개인으로서 새로운 품종의 나를 길러내려 애쓰는 중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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