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감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감응(感應),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임. 사전적 정의는 ‘감동‘과 비슷한데 둘에는 차이가있다. 감동(感動)은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임‘이란 뜻으로 움직임, 힘그 자체를 뜻한다면 감응은 감동에 응함이다. 개방적 의미로 태도나윤리적인 것을 일컫는다. 감동이 가슴 안에서 솟구치는 느낌이라면감응은 가슴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것과 만나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는 ‘변신‘의 과정까지 아우른다. 감동보다 훨씬 역동적인 개념이다. - P18
돌이켜 보면 내가 지금까지 글을 썼고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살았던
나는 왜 쓰는가I이유는 순전히 감응력 때문인 것 같다. 가까이는 연애 문제로 마음 졸이는 친구에 감응하고, 추석 특집극에 나온 한평생 시난고난 장인정신으로 버텨온 늙은 대목장에 감응하고,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감응하고,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의 거친 손에 감응한다. 그때마다 글로 쓰고 나면 신체가 새롭게 구성됨을 느낀다. 이는아주 물질적인 감각이다. - P19
감응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관계가 바뀐다. 내 안에 머무는 것들이 많아지는것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언어를 통한 ‘함께 있음‘, 그리고 ‘나눔변용‘이다. - P19
글쓰기도 요리와 다르지 않다. 우선 내 생각을 글로 나타내면 남의말을 잘 알아듣게 된다. 신문, 책, 블로그 등 무수한 텍스트를 접할 때, 글쓰기 전에는 단순한 ‘활자 읽기 라면 글쓰기 후에는 글이 던져져 있는 ‘상황 읽기‘로 독해가 비약한다. 글쓴이의 처지가 헤아려지며 문제의식과 깊게 공명할 수 있다. - P20
좋은 글은 울림을 갖는다. 한편의 글이 메아리처럼 또 다른 글을 불러온다. 글을 매개로 남의 의견을 듣고 삶을 관찰하다 보면 세상에는나와 무관한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균형 감각이 발달한다. 이는 삶에 이롭다. 인간은 아는 만큼 덜 예속된다. - P21
작가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고 수전 손택은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원래부터 작가라서 지식인의 본분으로 세상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세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작가라는 뜻으로. 그래서 작가가 되기는 쉬워도 작가로 살기는 어렵다. 엄밀하게 말하면 작가라는 말은 명사의 꼴을 한 동사다. 작가는 행하는자 느끼는 자, 쓰는 자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언어로 세공하고 두루나누면서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사람이다. 세상과 많이 부딪치고아파하고 교감할수록 자기가 거느리는 정서와 감각과 지혜가 많아지는 법이니, 그렇게 글쓰기는 존재의 풍요에 기여한다. - P22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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