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한 두 사람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누구나 사노라면 거대한 물살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 P5

- PART O기를 쓰고 앞을 향해도 옆으로 저만치 밀려나 있기 일쑤다. 왜 내 뜻대로 살아지지가 않을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게 최선이고 전부일까. 그러한 물음에서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 P6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 쓰고 있으면 물살이 잔잔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 글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불행한 상황이 뚝딱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줄 한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후련했다.

낱말하나, 문장 한 줄 붙들고 씨름할수록 생각이 선명해지고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는 즐거움이 컸다. 또한 크고 작은 일상의 사건들을 글로 푹푹 삶아내면서 삶의 일부로 감쌀 수 있었다. 어렴풋이 알아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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