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된 벽지였다. 나는 정원의 아름다운 녹음과 출입문의 라일락꽃, 물가에 늘어진 커다란 나무들이 햇살에 반짝거리는 메

제글리즈의 숲이 보이는 방에서 온종일을 보냈다. ‘내 방 창문에 이렇게 녹음이 가득하다니 정말 멋지네.‘라고 생각하면서그 모든 풍경을 즐겁게 바라보았고, 그러다 돌연 그 거대한 녹색 정경 속 단지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타의 것과는 다른,
짙푸른 빛으로 그려진 콩브레 성당을 인지했다. 종탑의 형상이 아니라 종탑 그 자체인 그것은 내가 보는 앞에 장소와 세월의 거리를 두며, 녹음 한가운데 단지 완연히 다른 어두운 색조로 그려진 듯 내가 있는 방 창문 유리에 흔적을 새기려고 찾아왔다. 그리고 잠시 방을 나가면 다른 방향으로 향한 복도 끝에는 단순한 모슬린 천 조각에 지나지 않는 붉은빛의 작은 객실벽지가 마치 선홍빛 띠처럼 한 줄기 햇살이 비치기라도 하면금방 타오를 것 같았다.

내 기억, 비의지적인 기억조차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을 상실했다. 그러나 흐릿하고 별의미없는 다른 종류의 모방이라할 수 있는 팔다리의 무의식적 기억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마치 몇몇 무지한 동물이나 식물이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듯이 오래 지속된다. 다리와 팔은 이런 마비된 추억으로가득하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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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6-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을 12까지 읽은 겁니까? 저는 레미제라블 5권을 올해 안으로 완독하기로 하고 구매해서 오늘 책 받았어요. 며칠간 스토너, 에 빠져 있어 250쪽까지 읽었어요. 이렇게 흥미로운 장편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요. 이 책과 인생의 역사를 읽느라 세이노의 가르침은 뒷전이에요. 잠을 안 자도 된다면 밤을 새워 읽고 싶어요. 잠 자는 효과를 내는 알약이 나오면 좋겠어요. ㅋㅋ

모나리자 2023-06-23 14:06   좋아요 0 | URL
12권은 이제 시작했습니다! 레미제라블이 5권이나 되나요? 예전에 제가 읽은 건 축약본인가보네요? ㅎ 스토너가 그렇게 흥미롭군요.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요즘 세이노의 가르침은 뒤로 밀렸어요.ㅎ 말투가 너무 거세서 읽기가 좀 그래요.ㅋ
글쎄 그런 알약 있으면 편하겠네요. 물론 부작용도 없는 그런 알약이어야 할 텐데요.ㅋㅋ
책읽기 응원합니다. 페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