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글리즈의 숲이 보이는 방에서 온종일을 보냈다. ‘내 방 창문에 이렇게 녹음이 가득하다니 정말 멋지네.‘라고 생각하면서그 모든 풍경을 즐겁게 바라보았고, 그러다 돌연 그 거대한 녹색 정경 속 단지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타의 것과는 다른,
짙푸른 빛으로 그려진 콩브레 성당을 인지했다. 종탑의 형상이 아니라 종탑 그 자체인 그것은 내가 보는 앞에 장소와 세월의 거리를 두며, 녹음 한가운데 단지 완연히 다른 어두운 색조로 그려진 듯 내가 있는 방 창문 유리에 흔적을 새기려고 찾아왔다. 그리고 잠시 방을 나가면 다른 방향으로 향한 복도 끝에는 단순한 모슬린 천 조각에 지나지 않는 붉은빛의 작은 객실벽지가 마치 선홍빛 띠처럼 한 줄기 햇살이 비치기라도 하면금방 타오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