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문학 습관 -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좋은 습관 시리즈 28
장정윤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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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습관연구소의 스물여덟 번째 책 내안의 거인을 깨우는 일상 인문학습관은 숭례문학당의 강사와 리더들이 펼치는 인문학습관 이야기다. 19명이나 되는 단체(?) 저자의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유 너머가 떠올랐다. 예전에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의 장이 있다는 것은 더없이 행복한 일일 것이다. 다양한 세대와의 만남과 지적 교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인 신분으로 참여했다가 경력과 내공을 쌓은 후 리더가 되어 좋아하는 주제로 모임을 만들고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그들의 성장 스토리를 듣는 듯했다.

 



흔히 인문학이라면 문사철, 문학, 역사, 철학을 말하지만 숭례문학당의 리더와 강사들이 이끄는 모임들은 인문학이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 속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 대부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 이야기인데 아이들과 청소년들과의 독서 글쓰기 모임도 있다. 여기에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일기를 쓰는 모임, 식단을 기록하는 습관, 식물을 관찰하는 습관 등 마지막 이야기는 자서전 쓰는 모임에서 맺은 인연으로 독서모임을 만들고 문학기행으로까지 확장하여 책 밖에서 우정을 다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함께 어울리면서 삶의 애환을 공감하며 위로받고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해지기도 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유대감을 다져가는 일은 분명 삶의 활력소이며 거기서 잊고 있었던 꿈도 몽글몽글 피어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시설이 지역마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개의 습관 이야기 중에 몇 가지는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모임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설레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야기를 몇 개 소개하려 한다.

 



여성 작가의 책을 읽는 습관

 


이 글을 쓴 손녕희는 여성 동료와의 불편한 관계를 겪으면서 고민하다가 여성 작가들이 쓴 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아무튼, 여성 작가 읽기>라는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어 운영한다. 밀크맨, 숨그네, 작별하지 않는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등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불편한 관계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책 읽기란 온몸을 통과하는 것이라더니 역시 진리인가 보다. 태도가 변하니 같이 밥 먹자는 사람이 늘어나고,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 맺기를 하는 일이 전보다 유연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단다.

 



여성작가의 책 읽기는 연대이자 세상과의 관계 맺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과 단절하지 않겠다는 저에 대한 선언입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성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가겠다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관계에 절망하고 집으로 숨어들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입니다.’(P42)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남성 작가 못지않게 뛰어난 여성 작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읽어주지 못한 건 아닐까.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그녀들의 얘기를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작가처럼 자신을 찾고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이다. 나도 붙들다 놓은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났다. 다시 울프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작가가 동료 여성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여성 작가의 책을 읽듯이 반대로 남성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이해의 틀을 넓히는 것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아이들과 청소년과 함께 하는 독서 습관도 좋았다. 큰아이가 초등 6학년 때 잠깐 다녔던 학원의 원장님이 책따세라는 독서 클럽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천일의 글쓰기 습관은 오수민 리더가 100일 글쓰기 도전을 마치고 1000일 글쓰기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나 역시 작년에 365일 야후재팬 뉴스 기사 해석 포스팅을 마친 경험이 있기에 그 뿌듯함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글쓰기는 두려움에 용감히 맞서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나 자신을 알고, 내 안의 두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무지에 대한 두려움, 관계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 모두를 글쓰기로 이겨낸다면 그것만큼 의미있는 인문학 공부도 없습니다. 이제 100일을 넘어 천 일 글쓰기의 도전을 꿈꿔봅니다.’(P154)

 



또 의외다 싶을 정도로 기발한 걷고 달리는 습관이야기도 있다. 운동을 싫어했던 조혜원 리더가 운동모임을 결성하여 자신감을 찾은 이야기는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한다. 역시 함께의 힘은 크다. 혼자서는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는 것을 몇 년씩 유지하고 체계화시킨다.

 



그림일기 쓰는 습관20~30대를 워커홀릭으로 보내고 갑자기 찾아온 류머티즘으로 고통을 당하던 육은주 리더가 통증을 잊기 위해 책을 읽다가, 도서관에서 독서 친구를 만나 독서 토론 리더 양성 과정에 참여하면서 통증이 사라지는 기적을 맛보는 이야기다. 책이 치유하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 행복 호르몬이 분출되는 것임이 틀림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두근두근 설렘을 가득 안겨 줄 것 같은 19개의 이야기가 특색있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이야기 최병일의 읽고 쓰고 여행하는 습관이 가장 부러웠다. 자서전을 쓰는 모임이 독서모임과 문학기행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렇게 읽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사소통하며 지식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리뷰에서 보듯 인문학 습관이란 고상하게 앉아서 고전이나 철학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고민하는 것 모두에 인문학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모임을 결성하고 싶은 생각에 두근두근 설렐 것이다.(모임과 활동 방법은 자세히 나와 있다.) 독서와 글쓰기 등 자신의 취미와 목표를 발전시키고 더불어 성장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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