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축가의 습관 - 예술과 실용 사이 ㅣ 좋은 습관 시리즈 24
김선동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1월
평점 :
‘변화와 성장을 돕는 ’좋은 습관‘ 시리즈 중 스물네 번째 책이 『건축가의 습관』이다. 영어교사, 번역가부터 증권 애널리스트, 서평가 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시리즈다. 주로 경제, 경영을 다루고 있는 가운데 『건축가의 습관』은 다소 보통 사람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왜냐면 우리는 거의 대다수가 규격화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진 지 오래니까. 하지만 굵직한 문화 공간 등 이름난 건축물을 떠올리면 건축가는 건축이 완성되기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주역이 아닌가 싶다. 건축가라면 왠지 딱딱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몇 년 전 유현준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를 읽고 그런 환상이 여지없이 깨졌다. 한 인간으로서 건축가로서 자신을 성장하게 한 도시의 요소와 장소를 살펴보는 촉촉한 감성 에세이였다. 그리고 이 책 소개말, ’건축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예술가‘라는 구절을 보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예술가적인 요소를 지녀야 하는 것이 건축가의 기본 자질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1인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저자가 소개하는 ‘습관’ 과 루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분야에서 살림을 잘 꾸려나가기 위한 중요한 습관과 성장하기 위한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 내용은 글쓰는 건축가, 건축가의 습관, 못다한 건축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건축을 하게 된 계기와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밝히고 있다. ‘단순함 속의 단단함’을 추구한다는 저자는 스케치, 글쓰기, 독서, 디테일, 관찰, 재료, 장소, 사람, 루틴, 신뢰, 경청, 조율, 겸손, 순서, 전략, 공부, 홍보, 일기까지 열여덟 가지 습관을 소개하고 못다한 건축이야기에서는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과 건축주가 묻고 건축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좀 더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고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알려준다. 리뷰는 주로 건축가의 습관 이야기에서 많이 공감하고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글쓰기: 글은 건축가의 또 다른 표현의 도구
스케치는 건축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했다. 설계도를 그리고 도면과 친숙한 직업이니 당연하겠다. 하지만 건축가에게 또 필요한 것이 글쓰기라고 했다. 자기 생각을 글로 전달해야 하는 일이 의외로 많으며, 각종 공모전에서는 도면이나 투시도 외에도 건축설계의 개념을 설명한 그림인 다이어그램과 함께 쓴 글에서 우선순위를 다투기 때문이란다. 요즘 시대에 글쓰기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을 알리는 브랜딩 차원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저자도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그리고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자신을 알릴 방법으로 블로그에서 스케치,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관찰: 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훌륭한 교재
여러 가지 습관 중 <관찰>에 대한 부분도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시인이 맨 먼저 떠오르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습관이 아닌가 싶다. 건축가로서 완성된 건물을 찾아가 관찰하면서 스케치를 하며 설계 의도를 분석하고 기록하는 노력의 과정을 언급하고 있다. 자주 관찰하면서 낯선 것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활용하는 과정은 모든 것이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다. 무언가 배우는 것은 물론 사람들 관계에서도 따뜻한 시선이 담긴 관찰이야말로 원만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좋은 습관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장소 중 공간사옥을 둘러보고 싶다.
루틴: 나 자신이 곧 회사
‘나 자신이 곧 회사’라는 말에서 왠지 절실함과 단호함이 느껴졌다. 최근 독립해서 자신의 사무실을 차린 저자는 1인 기업가다. 회사에서 누리던 혜택을 모두 내려놓고 혼자서 꾸려가야 한다. 하루하루의 루틴을 어떻게 실천해 가느냐에 따라 미래를 기대할 수도 있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이 회사고 브랜드인 시대이다. 저자는 하루 일정을 3시간 단위로 구분하는 일일 일정표를 활용하고 ‘중요하지만 하기 어려운’ 일을 가장 먼저 해치우는 등 블로그와 SNS 포스팅을 위한 콘텐츠 루틴도 규칙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내가 365일 야후재팬 뉴스 읽기 포스팅을 마무리한 바 있어서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매일 포스팅을 하고 끝까지 마무리했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힘들기도 했다. 저자처럼 주 몇 회의 글쓰기 규칙을 정해두고 무리하지 않게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다면 오히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 내 건축에 영감을 주는 장소
‘건축이라는 것은 오직 기능적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성적으로도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107)
가고 싶은 장소 추억의 장소를 얘기하면서 건축에도 감성이 깃들어야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 공간의 외관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평소와 다른 특별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미술관 등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그곳은 추억의 장소가 되고 언젠가 또 보고 싶은 마음으로 설렌다. 벌써 몇 해 전 도쿄 여행을 갔다가 우에노 공원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했던 일이 떠올랐다. 전 세계의 10점 중 하나인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보고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영감을 받았던 장소와 공간, 예술 작품들, 전시회 등을 언급하면서 자주 찾고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는 것은 일과 삶에 있어 많은 활력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겸손: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
건축을 하는 일은 그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그 건물도 사람이 짓는다. 건축은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협의, 조율이 필요한 특성이 있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저자는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한다는 부분에서 겸손한 태도가 엿보여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언젠가 신축 아파트에서 심한 악취가 나서 조사해보니 인분이 들어있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 있다. 사람이 살 집에 그런 엽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게 경악할 만하지만,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을 존중하지 않고 안하무인 했거나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도 있을 거라는 짐작이다. 어디서나 자신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로 임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반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일기: 인생과 건축의 밑바탕
저자가 일기를 쓰면서 누리게 된 효과는 신기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아침 일기에 일곱 가지 목표를 쓴다고 했는데 대학에서 설계 강의나 건축 소설과 이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다양한 일기를 쓰고 있는데, 최근에 추가된 것이 ‘창조 일기’다. 이것은 명상 채널을 들으면서 알게 되어 실천하고 있었는데, 바로 ‘내 책 12월 말 안에 초판 완판’이었다. 정말 쓴대로 되었다. 그러니 ‘적는 것’의 중요성과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되새길 만한 문장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p68)
‘어떤 사람도 돈을 스스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회사든 사람이든, 돈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그 사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뢰가 곧 돈이라는 말이 이해가 될 겁니다. 신뢰가 모든 기회와 돈을 끌고 오는 원천입니다.’(p135)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축과 인생은 참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듯 건축 역시 매일이라는 시간이 쌓여야 집이 지어지고 건물이 완성됩니다.’(p192)
위의 인용 문장에서 보듯 건축가로 살아가며 만나는 상황,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는 철학을 보면 우리 삶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축가가 우리와 별개인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이 책을 어떤 독자층이 읽으면 좋을까. 아무래도 건축가라는 전문가가 쓴 책이니만큼 건축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건축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습관을 갖고 일상을 살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자신이 생각하는 꿈의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 1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유용할 것 같다. 건축가의 철학이나 건물을 완성하기까지 대략의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장하기 위해 어떤 습관과 루틴을 갖고 실천하는지, 자신과 비교하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겠다. 삶을 꾸려나가는 일은 어쩌면 서로 비슷하구나, 하는 안도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