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는 고지도를 파는 떠돌이 도붓장수였다. 그는 옛 지리학자들에 관한 서적과 또 그들이 쓴 책들을 열성적으로 읽었다. 그중에는 에라토스테네스, 스트라본,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술도 들어 있었다. - P54
지구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예측한 규모와모양 바로 그대로였으며, 대륙들의 윤곽선은 옛 지도 제작자들의 능력과 솜씨를 새삼스럽게 확인해 주었다. 에라토스테네스와 알렉산드리 - P54
아의 지리학자들이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면, 모두 무릎을 치며좋아하지 않았을까?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약 600년 동안 인류를 우주의 바다로 이끈 지적 모험을 잉태하고 양육한 곳이다. 그러나 그 대리석 도시의 위용과 영광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피지배층이 느꼈던 배움에 대한 두려움과 그들이 겪어야 했었던 지배층으로부터의 억압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옛 알렉산드리아의 영광은대중의 기억에서 거의 완전히 지워지고 말았다. - P55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의 전 경호원을 시켜 건설한도시다. 알렉산더 대왕은 외래문화를 존중했고 개방적 성격의 인물로서 지식 추구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전설에 따르면 알렉산더 대왕이 종 모양의 잠수 기구를 타고 홍해 바닷속으로 내려간 세계최초의 인물이라고 한다.그 사건의 사실 여부는 여기서 그리 중요하지않다. 이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그의 탐구 정신을 충분히 알 수있기 때문이다. - P55
그러나 알렉산드리아의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그 부속 박물관들이었다. 박물관 museum이란 사실 이름을 그대로 옮기면 뮤즈muse라고 불리던 아홉 여신의 전공 분야에 각각 바쳐진연구소였다. 그 전설의 도서관은 거의 모두 사라져 버렸고, 오늘날에는 당시 별관에 불과했던 세라피움 Serapeum 이라는 축축하고 잊혀진 지하실만 하나 남아 있다. 세라피움은 본래 세라피스 Serapis 신에게 받쳐진신전이었는데 후대에 지식에 봉헌된 성전으로 바뀐 셈이다. 물질적인 유물로는 썩어 부서져 가는 책꽂이 선반 서너 개가 고작이다. 그러나 이곳이 한때에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했던 도시의 심장이자 영광이었다. 세계 역사상 최초로 설립된 진정한 의미의 연구 현장이었다. - P56
도서관 소속 학자들은 코스모스 전체를 연구했다. 코스모스 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 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자들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모여 물리학, 문학, 약학, 천문학, 지리학, 철학, 수학, 생물학, 공학 등을 두루 탐구할 수 있었다. - P56
무엇보다도 도서관의 생명은 모아 놓은 책들에 있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세상의 모든 문화와 모든 언어를 샅샅이 뒤졌다. 사람들을 해외로 보내서 책을 사들였고 장서를 확충해 갔다. 알렉산드리아에 정박한 상선은 관리의 검문을 받았는데, 검문의 목적은 밀수품 적발이 아니라 책 찾기에 있었다. 책 두루마리가 발견되면 즉시 빌려다가 베낀뒤, 사본은 도서관에 보관하고 원본은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정확한수치를 어림하긴 어렵지만,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는 일일이 손으로 쓴 파피루스 두루마리 책이 50만여 권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많던 책들은 다 어떻게 됐는가? 알렉산드리아와 그 대도서관을 낳은 - P58
고전 문명이 붕괴되면서 도서관도 서서히 파괴되어 갔다. 장서의 극히일부만이 후세로 전해졌고 그나마 남은 것도 사방으로 흩어져서 고작글 몇 줄, 종이 몇 조각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들의 전부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남은 몇 줄의 문장이나 종잇조각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애를 태우며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다. - P59
현대의 과학은 고대 세계가 알고 있던 과학의 수준을 넘어선 지오래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자료에는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이가 빠진듯 여기저기 뚫려 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도서 대여중 하나만남아 있었더라면 과거의 수수께끼들을 많이 밝혀낼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바빌론의 사제인 베로소스 Berosos가 쓴 3권짜리 세계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실제 작품은 오늘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 P59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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