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의 7,8월, 뜨거운 에어컨, 무너지는 빙하・・・・・…. 무엇인가꼭 해야 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이 계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살길이다. 여름 세 끼, 하는 것도 먹는 것도 고역이다. 30도 날씨에 생계 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잠드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 개인의 기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구가 망가지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말자. 레닌 동지도 동의할 것이다. - P212
<선악을 넘어서>(1886년)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으로 니체 사상 전반을 보여주는 주요 저작이다. 내가 읽은 판본은 영어권 최고의 니체 해석자월터 카우프만(Walter Kaufman)의편역본(1965년)을 청하출판사가 기획, 번역(1982년)한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대가 오랜 동안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지 욕망의대상이 아니다."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글귀의 출처가 바로 이 책이다. - P214
역사적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진상‘과 ‘왜곡‘은 타자의 역사를 말살하는 행위다. 어떤 사람에겐 성폭력이 술김에 저지른 실수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겐 성별화된 역사의 구조적 법칙이다. 어떤 사람에겐 고문과 도청이 업무상 착오지만, 국가의 본질로인식하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너의 경험은 사건, 나의 경험은 역사? 역사는 누군가의 에피소드일 뿐 보편적이지 않다. 사건과 역사의 구분은 폭력이다. ‘시맨틱‘한 용어로는 편집증(paranoid)이다. - P224
혼성성은 역사를 기원이 아니라 흔적으로 본다. 순수성이나 (순수성이 여러 개인) 다양성은 같은 차원의 관념일 뿐, 현실로서 존재할 수 없다. 바바는 지구화를 다문화주의나 이국성이 아니라 혼성성으로 개념화한다. 우리는 백제가 일본에준영향은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왜 우리는 무균 상태이길 바라는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사용하면서, 불가피한 한자 병기가 그렇게 문제인가. 한글전용을 존중한다. 다만, 생각하는 것이다. 삶의 잡종성을. - P227
내가 아는 한 우울증에 관해 정치적, 학문적, 미학적, 윤리적으로 《한낮의 우울》보다 잘 쓴 책은 없다.(다만, 성별과 우울증 부분은다소 빈약하다.) 하나의 문장을 고를 수 없는 책이다. 우울증의 직간접 체험자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은 한 문장만으로도 독후감이 흘러넘칠 것이다. - P259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처럼 근거 없는 말도 없다. 우울도 감기도 가벼운 병이 아니며, 질병으로서 우울증과 감기의 작동방식은 매우 다르다. 굳이 비유한다면 에이즈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완치 개념을 적용하기 힘든 질병이다. 잠복성, 만성 질환, 치명성, 외로움, 사회적 낙인………….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심각한면역력 저하다. 신체가 외부 자극에 대처할 수 없는 상태. 면역성이사라지면서 부드러운 미풍조차 사포로 미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우울증 환자의 증상은 인생의 본질이 순간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 P259
둘째, 공부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노동은 다 힘들다. 쉬운 일은 없다. 어떤 노동이든 지루하고 고된 과정이다. 쉽게 돈 버는 일은 딸바보 부자 아빠가 주는 용돈? 아니면, 합법적 횡령이나 투기? 대형 마트에서 피자 팔기? 문제는 세상 모든 일이 힘든데, 입시 공부류가 유독 사회적 보상이 크다는 것이다. 정신 노동과 육체 노동, 성별 분업, 이주노동자가 주로 하는 일.....… 다양한 노동 분업 체계는 착취와 위계, 특정분야에 과도한 부와 명예가 편중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런 의미에서는 공부가 가장 쉽다. 사회주의 사회는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 P277
몇 해 전에 성별을 기준으로 하여 10대에서 70대까지 열네 개 그룹으로 나누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설문결과를 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연령과 성별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내 대답 역시 그렇다. 여기서 ‘공부‘는 10대를 억압하는 입시 공부가 아닌 뭔가 ‘의미 있는 인생‘을 원한다는 뜻일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필요한 존재였다는 것, 무엇인가를 추구했다는 것, 나만의 세계가 있었다는 것 등으로 다양할 것이다. 60대 친구가 몇 있다. 돈과 학벌을 따지는 ‘속물‘이 득실거리는 우리 사회에서 남들 보기에도 비교적 ‘성공한‘ 인생들이다. 그들 역시공부 이야기를 제일많이한다. 자신은 이룬 것이 없다며 가진 것이없는 내게 말한다. "그래도 너는 책을 썼잖니. 나는 한 것이 없다." - P289
다른 측면에서 글쓰기는 조금 더 ‘평등‘하다. 운동, 음악, 미술분야에 비해 장비가 간단하고 독학 가능성이 있다. 거칠게 말해, - P291
연필 한 자루면 된다. 나는 글이 ‘투자 대비 생산성‘이 가장 큰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경기든 연주는 모든 몸의 플레이어들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부상과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연습은 정신력으로 몸을 통제하는것이 아니라 연습된 몸으로 정신적 실수)을 없애는 방식이다. 언습, 연습, 연습, 그런 경지의 노력은 명예와 금전적 보상만으로 불가능하다.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다. 작가는 엄청난 양의 독서, 습작, 조사를 해야 하는 데다 삶의 매순간이 연습이다. 좋은 글을 빨리 쓰는 사람이 있다. 비결은 연습치열한 삶)이다. 글 쓰는 시간은 연습을 타자로 옮기는 시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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