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모든 작가들의 욕망이다. 시가 언어의 제왕인 이유는 은유메타포(metaphor)이기 때문이다. 해석과 상징을 거느린 그 자체로사전이다. 그러나 종종 메타포는 비윤리적이다.  - P171

<오감도>에 대한 해석들, 초현실, 절망, 환상, 난해, 공포, 아방가르드, 심지어 민족 독립을 위한 병법까지…………. 나는 공포 외에는동의하지 않는다. <오감도>는 현실적이며 직설적이다 - P172

이상에게 피사체와 인식 주체의 관계를 달리 설정하는 탈식민주의적 상상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전경을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오감도>는 가능했다. 비정상사회에서의 정신 분열과 예술가의 윤리가 낳은 걸작이다.
이상은 조감의 주체도 민초도 될 수 없었던 자기 한계에 솔직했다. 다만 건강이 좋지 않아 동경하던 도쿄에서 멜론과 레몬을 찾으며 27살에 죽었고, 신화화되었다. 1972년에 나온 <문학사상> 창간호 표지는 친구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다. 내 책상 앞에 있다. 나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 예술가의 평범한 얼굴이다. - P173

이 사건에는 간첩과 조작의 모든 요소가 등장한다. 자국이 파견한 간첩을 의심하는 국가, 범인이 유대인인 것이 아니라 유대인이어서 범인이 되는 현실, 그를 반역자로 몰기 위한 대화에서 "120밀리미터 포의 수압식 제동기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드레퓌스가 갑자기 손을 멈춘 것은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서다."라는 식의 유죄 추정,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에밀 졸라로 대표되는 지식인의 사명(그가 쓴 ‘나는 고발한다!‘가 실린 신문은 하루에 30만 부가 팔렸다. 드레퓌스의 억울함에 재심을 요구하는 세력과 재심 반대파의 10년에걸친 갈등과 투쟁.‥……….

한편 나는 이 사건이 역사의 모범으로서 지나치게 상기되는 것이 다소 불편하다. 드레퓌스의 12년, 아니 평생에 걸친 고통과 양심세력의 투쟁 덕분에 ‘공화국 프랑스‘는 한국 같은 ‘제3세계‘가 본받아야 할 민주주의의 모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들의 자부심이대외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프랑스가 알제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보라. 그들의 정의는 국내용이지 다른 나라, 다른 인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P190

"사람은 누구나 두 나라를 갖고 있다. 자기의 모국과 프랑스다." 이 문구는 "프랑스가 이 나라 자체의 원칙(인권)에 의해 붕괴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사회주의자들과 르낭(Joseph ErnestRenan) 같은 유명 사상가를 포함한 은폐 세력에 맞서, 재심 요구파의 선두에 섰던 조르주 클레망소(Georges Clemenceou)가 쓴 감동적인 글의 일부다. 국가는 영토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정신으로 구성된다는 의미에서,
클레망소는 후자의 문제, 즉 어떤 가치를 지닌 프랑스가 진정한 프랑스냐고 호소했다. 누구나 두 나라를 갖고 있다. 국가는 실체가아니라 이질적인 이념들이 경합하는 제도다. 국론 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페어플레이는 중요하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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