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목적과 방식의 일관성이다. 애초부터 로라 라이딩은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알았으며, 자신의 시를 독립된 서정시가 아니라 거대한 시적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읽어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아닌지 더 잘 알아야 한다.
우리는 바람이 아니다.
집 없는 어질어질한 상태로 우리를 유혹하는
변덕스러운 기분이 아니다.
우리는 더 잘 분간해야 한다.
우리 자신과 낯선 자들을
우리가 아닌 것들이 많이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굳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 바람의 이유The Why of the Wind」 중에서 - P61


 추상적 개념을 로라처럼 잘 다루는 시인도 없으리라. 장식이 전혀 없고 앙상한 본질만 내세웠으므로 로라의 시는 일종의 수사법, 혹은 음악처럼 흘러가는 순수 논증으로 등장한다. 그리하여 주제와 반주제의 상호 작용을 창출하고 음악이 주는 것과 같은 형태적 기쁨을 준다.


그리고 대화 중의 대화는 시간 속의 시간처럼 사라진다.
둔탁한 가정(假) 위에 변화의 종을 울리며.
대화에 대화가 이어지고 더는 할 말이 없게 된다.
영원한 독백인 진리만 남는다.
그 어떤 대화자도 진리를 부정하지 못하고,
진리는 진리만이 부정할 수 있다.

「말하는 세계The Talking World」중에서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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