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기 전에 - 프루스트 단편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유예진 옮김 / 현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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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마들렌은 튈르리 정원의 물가 옆 야외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괴로움이 드넓은지평선 위를 더욱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확장되고,
휴식을 취하고, 꽃을 따러 가고, 접시꽃과 분수와 기둥들과 함께 놀고, 오르세 구역을 떠나는 기병대 소속 군인들의 뒤를 쫓고, 센강의 물결을 따라가고, 창백한 하늘을 제비들과 함께 날아오르도록 내버려두었다.  - P25

개는 그녀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닷새 전부터 그를 보고 싶었던, 억눌렀던 마음이 단숨에그녀를 사로잡았다. 이 동물을 안으며 그녀는 울음을터뜨렸다. 온 힘을 다해 길게 입맞춤한 후 그녀는 가슴에 있던 제비꽃 다발을 빼서 개의 목줄에 꽂은 후 가도록 놔주었다.
- P26

그날 저녁 따라 그는 특히 더 멋졌고 매력적이었으며 며 여태까지 그녀에게 보이지 않았던 특별한 다정함까다지 갖췄다.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눴고, 그녀는 처음으로 그에게 높은 수준의 지성미가 있음을 발견했다.
사교계에서 그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그가 추구하는 진리가 재기발랄한 사람들의 한정된 시각적 지평선보다위에 머물고, 고귀한 영혼들의 진리는 지상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오류로 치부되기 때문이었다.  - P30

그와 순전히 우정에 바탕을 둔 친밀감을 나눌 수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갑자기 생겼다. 그렇게 되면매일 그와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녀는 기대에 부풀어 자신의 계획을 그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일정으로 정말 바쁘고, 보름에 하루 이상을 비우기가 어렵다고 반복할 뿐이었다. 그녀가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가 알기만 원했다면 그녀는 이미 그가 충분히 알수 있도록 말했다. 그토록 수줍음 많은 그일지라도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아주 적게나마 호의적인 말을 했을 것이다.  - P31

그녀는 계속해서 바쁜 일정이나 밀린 일들에 대해 말하는 르프레를 막으려 했다가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지평선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듯한 상대의 가슴 깊은 곳으로 갑자기 시선을 옮겼고, 이내 자신이 하는 말이 헛됨을 깨달았다. 그녀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당신이 매우 바쁘다는 사실을 잘 알겠어요."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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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22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모나리자님도 프루스트 ㅋ 이 책 너무 좋더라구요. 저 리뷰써야 하는데 ^^

모나리자 2022-04-24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천천히 읽고 있어요. 젊은 날의 감수성이 너무 자연스럽게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추억>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