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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리치 - 모두가 궁금했지만 아무도 묻지 못한 부자를 향한 3개의 질문
고스트라이터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책 제목에 걸맞게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고스트라이터 업계에서 대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쓴 부자들의 이야기다. 이 스물다섯 명 부자의 자산 총합이 2조 5천억 원이라 한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글솜씨를 바탕으로 정치인과 CEO의 책들부터 수십만 권이 팔린 셀러브리티의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는, 3년 연속 최상위 5%의 팀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직장인이면서도 어떻게 집필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는지 정말 놀라웠다. 언제 들어도 흥미로운 부자들의 이야기와 작가의 에피소드가 양념처럼 버무려진 이야기를 소설을 읽는 듯 빨려들며 몰입하며 금세 읽었다.
부자 25인의 이야기는 작가가 그동안 대필 작업을 하면서 만났던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스물한 권의 노트에서 건져 올린 것이라고 한다. 글의 형식은 작가가 그들을 만난다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세 가지 질문, 1. 당신의 현재 자산은 얼마입니까? 2. 처음 시작할 때 수중에 얼마가 있었습니까? 3. 어떻게 자산가가 될 수 있었습니까? 에 대한 대답 형식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또 부자들의 유형을 구분했는데, 그것을 소개해 보면,
고전형 부자: 잘 아끼고 안 써서 부자가 된 사람들
전투형 부자: 남이 안 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부자가 된 사람들
안정형 부자: 하던 것만 열심히 했는데 어느새 부자가 된 사람들
변칙형 부자: 어찌 되었든, 어떻게 해서든 부자가 된 사람들
보수형 부자: 갖고 있던 것들로, 물려받은 것들로 부자가 된 사람들
천리안형 부자: 남이 못 본 것만 절로 보여 부자가 된 사람들 이 다섯 가지다.
부자의 유형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상황에서 부를 일군 이야기다. 그런데 잘 아끼고 안 쓰는 것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자산이 얼마냐는 질문에 조금밖에 없다는 H회장은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을 포함하여 2천억이 넘지만 실제로는 그 두 배 이상일 거라고 한다. 여기 나오는 부자들이 대부분 몇백억에서 몇천억의 자산가들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난한 시절의 버릇 하나만 무조건 버려보세요. 아무 버릇이나. 심지어 그것이 좋은 버릇이건 나쁜 버릇이건 상관없어요. 부자의 삶으로 가는 그 첫 시작은 가난한 시절과의 인연 하나를 끊는 것부터 시작됩니다.“((p39)
안 쓰고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푼돈’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 달려있다는 말이었다. H회장은 450원짜리 솔 담배를 끊었고, 그것이 부를 이룬 비결이었다고 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부자가 되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좋지 않은 습관인 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일침을 주는 얘기다.
또 복리의 마법을 이야기하는 S회장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돈의 흐름을 눈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종이 통장은 그런 장점이 있는데, 늘 보면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돈을 묻어둘 생각만 하면 돈은 얌전히 머물러 있다, 돈이 살아서 뛰게 만들어야 한다, 돈은 퍼져 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는 C회장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돈을 덩어리로 관리하는 것보다 때와 장소, 사용처와 목적에 맞게 쪼개서 관리하는 ‘마이크로 세이빙’을 해야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고 했다.
전투형 부자 사례에서는 한시 쓰는 갑부 B대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중학생이 되도록 할아버지와 함께 방을 쓰며 한문을 배웠던 ‘뼛속까지 공대생 체질’이었던 그가 2006년 CNN 뉴스에서 후진타오가 부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두보의 ‘망악(望岳)’이라는 시를 읊는 것을 접하고, 중국인들이 한시를 활용해 생각을 주고받는 방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드시 정상에 올라 뭇 산들의 작은 모습을 보리라.’(p133, 두보의 시 ”망악‘)
두보의 이 시를 처음 접하더라도 미중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B대표는 한시를 배우게 된 내력을 말하면서 말보다 센 글의 힘을 얘기한다. 하지만, 글보다 더 센 것은 ’발‘이고, ’발‘의 힘은 기업분석과 투자원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자라고 다 이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의 쓴맛을 보더라도 태연하게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것, 그것이 개개인의 전투력이라고 했다.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남다른 전투력이 필요합니다. 돈을 버는 것 역시 그러하죠. 아니, 돈을 버는 것이 제일 그러한 것 같습니다.(후략)”(p142)
부자들 이야기는 왠지 위압감을 주는데 직장인으로서 자산가가 된 사례를 들으면 왠지 희망이 생긴다.
“일머리와 재테크머리가 절대로 다르지 않아요. 결국은 일 잘하는 사람이 돈도 잘 모으고 잘 불릴 수 있어요. 확실해요. 그런데 왜 회사를 그만둬요. 같은 방식으로 둘 다 잘할 수 있는데!”(p223)
직장인으로서 부를 일군 J팀장의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부모에게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부를 축적한 경우라서 더욱 놀라웠다. 그는 첫 직장이 백화점이었는데, 귀찮지만 생각을 달리하여 사택 생활을 하면서 종잣돈 500만 원으로 현재의 부를 이루었단다. 부동산이 45억원, 16억원 상당의 주식과 7억원 상당의 펀드, 1억 4천만 원 상당의 예금. 놀랍지 않은가. 요즘 직장을 쉽게 그만두는 사회초년생이 많다고 한다. 나름대로 힘든 면이 있겠지만 미래를 준비하거나 재테크를 하는데 있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든든한 방패라고 한다. 자산이 웬만큼 쌓였더라도 절대로 회사를 등한시하거나 그만둘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부를 일구는 방법은 ’하던 것만 잘해도 한 나라조차도 살 수 있다‘는 좌우명으로 인도의 유대인으로부터 깨달은 삶을 실천하여 부자가 된 L대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부자 25인 중 유일하게 여성 부자가 있어서, 가정주부 Y씨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선배가 주선한 맞선에서 C교수를 만났다. 고려대학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를 하러 유학 갈 사람이라는 소개말에 꽂혔고 그녀의 학력 콤플렉스를 상쇄해주기에 충분했다. 결혼하고 갖은 고생을 하면서 유학 뒷바라지를 하면서 자신도 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다. 그런데 여전히 살림은 변한 게 없었고, 그때부터 그녀의 재테크가 시작된다. 스프링 노트를 3권 사서 신문의 경제면을 보고 필사를 하면서 노트 한 권을 다 썼을 무렵 ’미세스 와타나베‘(와타나베 부인)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고 본격적인 투자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일군 부가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부자에 비해 적지만, 외환예금, ETF, ELS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 결과 80억~100억 원대라고 한다.
Y여사의 학습 과정은 다섯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 ’적자생존‘, 종이에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두 번째, ’삼은행 필유아사‘, 세 번 만 은행(객장)에 가면 그곳에서 반드시 재테크에 도움이 될 만한 이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 세 번째, ‘구문 읽기’다. 최고의 투자 학습서는 ‘신문’을 꼽았다. 네 번째는 ‘구경꾼 놀이’다. 나들이를 갔다가 매장이나 택지개발지구 등을 둘러보고 최신 트랜드가 어떤지 판매원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둘러보는 것을 오랜 소일거리로 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는 ‘스승 되기’였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 배우고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장점으로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궁극적인 비결은 ‘노칠기삼’, 노력이 7할이고 기술이 3할이라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부자들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돈이 많으면 선택의 폭이 넓고 삶도 풍성해질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크게 삶이 달라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더 많다. 부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부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큰 고민 없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부자가 되는 것은 복리의 마법이 있듯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자가 되는 깃이 특별한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캐치 하지 못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 돈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는 P대표도 있었고, 부자가 되려면 귀는 얇아야 한다는 C사장의 얘기에, 역시 부자들의 관점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어쩌면 나에게도 기회가 될뻔한 일이 있었구나, 하는 일이 떠오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귀가 두꺼웠던(?)것이다. 부자가 되는 길, 재테크에도 열린 마음 열린 귀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전에 주식투자를 하다가 쓴맛을 본 적이 있어서 재테크에 소극적이었는데 부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조금씩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Y여사가 적극적으로 경제공부를 한 사례가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그녀가 부를 일군 비결은 결국 ‘꾸준하게’ 공부한 것이었는데 이런 자세 본받아야 한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부자들이 부를 일구기까지 이야기를 앞서 말한 세 가지 질문에 맞게 답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자들의 돈과 투자에 대한 생각과 철학, 삶의 자세까지도 잘 배울 수 있다. 수많은 인맥에서 만난 작가의 경험담과 함께 부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거나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물론 좀 더 나은 내일을 대비하고 싶은 독자들이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