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세상에 우리 모습과 비슷한 다른 삶이 존재하기를 열정적으로 소망한다. 그러나 이 다른 삶을다릴 필요 없이 지금의 삶에서도 몇 해만 지나면 우리의 옛 모습, 영원히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모습에 불충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생긴 변화보다 죽음이 우리를 더 많이 변하게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만약 우리가 다른 삶에서 과거의 내 모습이었던 자아를 만난다면, 과거에는 친하게 지냈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런 자아로부터도 떨어질 것이다. - P15
그의 거대한 안경은 후두 담당의가 환자의 목구멍을 비추기 위해 이마에 다는 반사경처럼 반짝거려,
교수의 눈으로부터 생명력을 빌려 온 것처럼 보였으며, 또 어쩌면 시력을 안경에 맞추려는 노력 탓인지 가장 무의미한 순간에도 지속적인 주의력과 놀랄 만한 부동성을 가지고 응시하는 것 같았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