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늘 마음속으로 감탄하게 된다. 아니, 감동에 가슴이 뭉클해진다고해도 좋을 정도다. 저렇게 완벽하고 멋진 외양 속에 과연 어떤 실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고, - P207
내 얼굴을 보면시나몬은 얼굴 전체로 싱긋 미소 짓는다. 멋진 미소다. 마치울창한 숲속을 오랜 시간 산책하다가, 갑자기 밝고 탁 트인공터와 맞닥뜨렸을 때 같은 미소다.
- P208
그의 우아하고 적확한 손놀림은 제 모습에서벗어난 사물까지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만약 내가 시험 삼아 선반 위의 탁상시계를 2센티미터 왼쪽으로 밀어 동았다면, 그는 보나마나 다음 날 아침에 그것을 2센티미터 오른쪽으로 옮겨 놓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나몬의 행동에 강박적인 인상은 없다. 자연스럽고 올바른 일인 것처럼 보인다. 시나몬의 머릿속에는 이 세계의 - 적어도 여기에 존재하는 하나의 작은 세계 그래야 마땅한 양식이 선명하게 새겨저 있고, 그걸 유 - P214
지하는 것은 그에게 호흡과 마찬가지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나몬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이 원래 형태로돌아가고 싶어 하는 내적인 격한 욕망에 시달릴 때, 슬쩍 손을 내밀어 줄 뿐인지도 모른다. - P215
부엌 의자에 앉아 커피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시나몬의 손이 아름답게 정돈한 방 안을 돌아본다. 마치 거대하고 입체적인 정물화처럼 보인다. - P215
악의 선율이 귀에 들러붙어 있다. 바흐의 <음악의 헌정>이다. 그 선율은 천장이 높은 로비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남아 있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마침내 침묵이 내려온다. 마치 알을 까는 벌레처럼 나의 뇌 사이의 주름에 파고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다. 암흑이 뒤섞이고, 그리고 나는 조금씩 자신이라는 그릇을 떠나간다.
늘 그랬던 것처럼, - P220
하지만 그런데도, 그런데도 말이죠. 자신이 이렇게 일의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도 기분 나쁘지 않아요. 위화감 같은 것도 딱히 없고요. 나는 오히려 개미처럼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일하는 걸 통해서 ‘진정한 나 자신에 다가가고 있는 기분마저 들어요. 뭐랄까,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자신의 중심에 다가가고 있는 듯한 면이 있어요. 내가 좀 이상하다.‘라고 한건 그런 뜻이에요. - P222
태엽 감는 새 아저씨,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 멍은 아저씨에게 뭔가 중요한 것을 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또뭔가를 아저씨에게서 빼앗아 갈 거예요. 뭔가를 준 대가처럼요. 그리고 모두가 그런 식으로 아저씨에게서 빼앗아 가면, 그러다 태엽 감는 새 아저씨는 다 소진되지 않을까요. - P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