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어느 곳에, 천박한 섬이 있어요. 이름은 없습니다. 이름을 붙일 만한 섬이 아니죠. 아주 천박하게 생긴 천박한 섬입니다. 거기에는 천박한 모양의 야자나무가 있죠.
그리고 그 야자나무는 천박한 냄새가 나는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데 또 거기에는 천박한 원숭이가 살고 있어서, 그 천박한 냄새 나는 야자열매를 즐겨 먹어요. 그리고 천박한 똥을 싸죠. 그 똥이 땅에 떨어져 토양도 천박해지고, 그 토양에서 자라는 야자나무를 더욱 천박하게 하죠. 그런 순환입니다."
- P69

최소한 샌드백은 아닙니다. 살아 있는 인간이죠. 맞으면 맞받아칩니다. 그 점을 분명하게 기억해 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
- P71

저는 자신의 인생을 어쩌다 잃어버렸고, 그 상실된 인생과함께 사십 년 이상이나 살아 온 인간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같은 처지에 있는 인간으로서, 인생이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라는 행위 속에 빛이 비추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기간뿐입니다. 어쩌면 불과 10여 초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 시간이 지나 버리고 나면, 그리고 그 빛이 보여주는 계시를 포착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존재하지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그 후의 인생을 구원 없는 깊은 고독과 후회 속에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 같은 황혼의 세계에서 사람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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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10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빛이 보여주는 계시를 포착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존재하지않습니다.인생을 구원 없는 깊은 고독과 후회 속에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문장 읽고
오늘도 열쉼히 ^.^

모나리자 2021-03-10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겐 ‘오늘‘, ‘지금‘이 기회이겠지요. 함께 오늘도 열심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