魂の退社―會社を辭めるということ。 (單行本)
稻垣 えみ子 / 東洋經濟新報社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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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번역본 제목은 <퇴사하겠습니다>이다. 책 소개에 아사히 신문기자 이나가키 에미코가 28년간 잘 다니던 철밥통 같은 회사를 그만두고 쓴 이야기라 호기심으로 읽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우리 집에 이 책 원서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우리 큰 아이가 언제 사다 두었는지도 몰랐는데... 참 센스 만점이다!! 어떻게 그렇게 신의 직장을 박차고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의 혜택으로 둘러싸여 있다가 처음으로 무직자가 되어 세상을 바라본 광경은 웃음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녀는 긍정의 마음으로 똘똘 뭉쳐있었던지 전혀 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인이 되어 자신을 돌아보고, 돈과 일 자기다운 삶에 대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담담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들려준다. 하지만 멋져 보인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 하면 안 된다. 저자는 40세에 퇴사를 결심하고 10년간 준비했단다.




아프로 헤어(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로 개그맨 윤택 모습을 떠올리면 되겠다.)를 한 모습에 웃음이 난다.

 


 어느 날 오사카부 경시청에 방문했을 때 경찰관과 담당 기자들과 간친회 모임에서 돌 아다니다가 아프로 가발을 발견하고 돌아가면서 써보는데 작가가 쓴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한참 지나 아직 젊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중년의 나이를 실감하고 회사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는 등 뭔가 변화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미용사를 설득해도 잘 알려주지 않자, 혼자 롯트를 말아서 가만히 6시간을 기다리니 둥그런 아프로 헤어가 탄생한다. 그리고는 이전에도 없던 인기몰이를 하게 되는데... 음식점에서도 덤을 주고 싶다며 관심을 보이고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으면 소문을 듣고 구경하러 오는 손님까지 생긴다. 동성의 어떤 여성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등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즐거운 비명이다. 모히칸이나 Dread록스 머리를 한 사람에 비하면 큼직하고 둥근 머리에 친근감을 느낀 건 아닐까 짐작한다.

 


 보통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간다.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바라지만, 세상일이 수학 공식처럼 언제나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어서 실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 인생은 끝나는 게 아니냐고 저자는 묻는다.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를 모색하기도 해야지 그냥 타성에 젖어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을 하는 것 같다.

 


 인생의 전환점이 목전에 가까이 온 38세에 시코쿠의 카가와 현 다카마쓰 총국으로 발령이 난다. 생각지도 못한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이었다. 그곳은 입사 초에 근무한 적이 있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였지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 되돌아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도 하듯이 [시마 나가시](섬으로 전근을 간 일)로 인해 인생의 지혜를 얻었다. 그 결과 돈을 쓰지 않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돈이 모이기 시작한다. 다른 지방에 갔다 해도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동과 저축의 상관관계를 말하는 얘기가 재미있었다. 다카마쓰는 규모도 작아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일본에서 가장 저축액이 높단다. 이것은 이곳 사람들이 돈을 잘 쓰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우동 값이 매우 저렴해서 무엇엔가 돈을 쓰려 해도 우동값을 상기하며 가늠하다 보니 테마파크 같은 시설들은 경영난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다. 도시에서 일할 때는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고 돈을 물 쓰듯이 썼다. 밤에는 동료들과 스트레스를 풀며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녔고 비싼 화장품, 구두, 옷 등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던 그녀가 시코쿠에 오니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놀러 가고 싶어도 돈을 쓸만한 장소가 없고 자연히 등산을 다니면서 순례자를 만나고 농산물 시장을 구경하며 삶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코쿠에서 2년을 보내고 본사로 와보니 전 직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혼자서 아사히 신문을 바꾸는 모임을 만들어 마감시간을 1시간 앞당기자는 제안을 하며 좋은 직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


 

 그러다가 도쿄로 전근을 간다. 칼럼 데뷔 직전에 아사히신문이 2건의 오보를 인정하고 사죄를 해야 하는 사건이 발발하면서 회사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퇴사하겠다는 시점이 가까워지자 이참에 그만둘까 생각도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 혼자만 빠져나가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며 1년만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자>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리고 1년간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퇴사를 선언한다. 철밥통 같은 미래의 희망이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다. 개인에게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을 얘기하고 있어서 생각 거리를 안겨주었다. 돈과 인사(인사이동, 승진) 때문에 평생을 매달리는 일에 회의를 느낀 듯하다. <회사원>에서 <정년기>로 끝난다면 너무나 난폭한 기어 체인지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이 말은 전에 종교철학자가 인도인은 인생을 4단계로 나누는데 그중 3단계인 숲에 산다는 의미의 林住期에 강한 인상으로 남았고 나이가 들면서 자꾸 되새기기 시작한다.

 


 퇴사를 결심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입은 재앙의 근원이라면서, 자신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선포했던 일을 마치 실행에 옮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욱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한 번뿐인 인생 남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실감하면서 변화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진지해 보였다. 승진이나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고 명단에 없을 때는 동요되기도 했다. 성차별이 없는 회사였지만 자신의 이름이 빠지면 의심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도 퇴사 결심을 하는데 어느 정도 이유는 되었을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든든한 배경이 되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회사로부터 무한의 은혜를 받았지만, 그 빚을 돌려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퇴사를 준비하면서 돌아보니 일하는 내내 월급과 지위에 연연했고, ’받는 것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살 수 있을까, 여러모로 실험해 본다. 인구감소와 빈집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절전 이노베이션계획도 놀라웠다. 동일본 지진을 목격하면서 전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다가 결국 전기제품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오감이 예민해지고 바람소리, 벌레들 울음소리 등 풍류를 즐기고 보이지 않던, 보려고 하지 않던 세계를 보기 시작한다. ‘없다는 것 속에 사실은 무한 가능성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튜브에 연결된 채 살아가는 중병환자나 마찬가지라고 일침을 놓는다. 필요한 약이나 영양을 공급받지만, 스스로 일어나서 자유롭게 움직여 돌아다니는 것은 하지 못한다고. 자신은 그런 튜브를 하나씩 빼는 일을 함으로써 [절전]하는 행위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있으면 좋겠다]에서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직접 실험함으로써 진짜 자유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막상 퇴사를 하고 나서 부딪히는 세상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무직이 되어 셋방을 얻으러 부동산에 갔는데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심문을 받는 듯한 온갖 질문에 시달린다. 무직이 되니 카드도 못 만들고 퇴직금에 세금이 있는 걸 몰랐고, 실업 보험(우리로 말하면 실업급여인 것 같다)을 못 받는 것에 분개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권고사직일 때만 받을 수 있는데 일본은 다른 모양이다. 이것은 취직하지 않고 혼자 자립을 하려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이며 실업급여란 다시 회사로 몰아넣으려는 시스템이라며 제도의 불합리함을 제기한다. 기자의 직업정신이 어디 가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휴대폰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는 온갖 사탕발림으로 혼을 빼놓고 이것도 해라 저것도 해야 한다 해서 결국 사서 나와 보니 다른 가게가 더 싼 가격이 걸려있다. 처음으로 겪는 세상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몰랐는지, 그동안 회사의 은혜를 얼마나 크게 입고 있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퇴사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 겪은 불편함은 사회의 불합리로 이어지고, 경제성장의 결과에서 비롯되었다고 꼬집는다. 예를 들면 회사에 매달려 열심히 일을 한 결과 국가는 성장을 하고 개인은 열심히 번 돈으로 소비를 한다. 평생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물건은 한정되어 있는데 <있으면 편리하다>는 광고를 부추기면 거기에 동조되는 소비자의 심리 등. 결국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었더라도 손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고 말한다. 국가가 <회사 사회>(회사 중심 사회의 의미)를 이끌어가는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문기자 일 외에는 전혀 돈을 버는 능력이 없는데 30년 가까이 일을 계속하면서 [쓰는 일]은 습관처럼 할 수 있었기에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원고료는 천문학적으로 너무 싸다며 너스레를 떤다. 모든 것이 보장되는 따뜻한 온실 같은 회사에서 나와 세상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 같다. 요리가 취미라서 음식점에서도 일을 하고 싶고, 일본 주()를 좋아해서 주점에서 술을 데워주는 일, 간호에 관련된 일도 해 보고 싶다고 한다. <회사 사회>를 부추기는 국가를 일본이라는 황야라고 깎아내리다가도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할 일이 넘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회사와 의 관계, ‘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회사란 수행의 장소이지 의존하는 장소는 아니라는 얘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언젠가는 누구나 회사를 졸업하는 날을 맞이할 테니 자립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들어가라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몸담고 있다 나와서 사업을 하다가 퇴직금을 몽땅 날렸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곤 한다.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자신을 키워주었던 회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언제나 똑같은 업무를 보면서 일이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사실 이럴 때가 중요할 것이다. 저자는 전기제품을 하나씩 없애면서 튜브를 제거하는 일이라고 했다. 의존하게 되는 끈 같은 것이었다. 결론적인 메시지는 편안하게 돌봐주는 직장에 속해 있을 때 나중을 위해 준비하라는 얘기다. 어쩌면 보통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없는 일이어서, 배경이 되어주는 든든한 직장을 박차고 나와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어서 더 멋져 보였던 것 같다. 오늘도 조직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 있는 여러분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 해보는 시간도 의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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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24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스타일이 아프로 헤어군요~그녀는 스타일도 배짱도 남다른것 같아요. 10년이나 준비했다는 것도 놀랍고 이 책 원서를 모나리자님 큰아이가 사다두었다는것도 멋져요. 가족들이 함께 책을 사랑하는건 더 특별한 일인듯^^♡

모나리자 2021-02-24 20:54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처음 알았어요.ㅎ 그런데 정말 편할 것 같지 않아요? ㅋㅋ 우리나라 같으면 엄청 멋부리고 스타일리쉬하게 다닐 텐데.. 좀 예외적이기도 하고 보는 사람은 참 재밌을 것 같아요.

그렇게 호화롭게 살다가 전기제품을 쓰지 않고 삶의 변화를 단호하게 실천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겨울에 추워서 어떻게 사는지... 난방도 안 되는 나라인데... 어쨌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용감해 보였어요. 감사해요. 미미님.^^ 굿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