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망가진 마트료시카 인형이 시선을 끈다. 겉의 인형 안에 작은 인형들이 속속들이 들어가 한 세트를 구성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야기도 마치 인형 세트처럼 하나씩 하나씩 밝혀진다. 한 겹 한 겹 벗겨내어도 계속 껍질만 나오는 양파처럼 의구심을 주고는 마지막에 가서야 퍼즐조각 맞추 듯 윤곽이 뚜렷해진다.


 12년 전 핀과 레일라가 므제브로 스키여행을 떠났다가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사건을 경찰서에서 진술한 핀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그런데 진술한 내용이 온전한 진실은 아니었다는 묘한 뉘앙스를 남긴다. 마치 사건의 전모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독자를 혼선에 빠뜨리기도 한다.


 3부로 구성된 이야기인데 1부는 핀이 화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일기와 고백의 형식으로 사건의 경위를 밝혀주고 2부와 3부는 레일라와 핀의 시점으로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는 실종된 레일라는 미궁속에 빠진 채 추모식에서 만난 레일라의 언니 엘런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실종된 동생의 생사도 알지 못한 채 결혼을 한다니. 그것도 동생의 연인이었던 남자와 함께. 보편적인 관습상 쉽지는 않은 일인데, 어디에 함정이 있는 것일까, 놓치지 않으려고 몰입하게 된다.


 결혼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어느 날 레일라를 보았다는 토머스 영감의 제보가 핀에게 전해지고, 엘런은 집 밖에서 주웠다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보여주는데. 마트료시카 인형이 상징하는 것은 레일라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태연한 척 하지만 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이제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은연중에 핀은 레일라와 엘런을 비교하게 되고, 둘 사이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삐걱거린다. 동생이 살아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는 것일까 불안한 것일까, 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려는 듯 엘런 또한 예민해진다. 레일라에 비하면 조용하고 수수한 편인 엘런이 이 과정을 잘 견디어 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러다가 두 번째 인형을 발견하게 되고 수상한 이메일까지 도착한다. 데번에서 살만한 집을 찾고 있다는 메일이다. 매물로 내놓지도 않았는데 팔지 않은 것은 어떻게 알고? 나중을 위해 혹시나 하고 짧은 답장을 보내는데 놀랍게도 바로 답장이 온다. 이메일 주소의 루돌프 힐을 분석하며 루비를 의심하기도 한다. 성격적으로 다혈질인 핀이 분노를 참느라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급기야는 뭉개진 마트료시카 인형이 도착하고 요구사항이 점점 늘어가는 이메일은 핀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레일라는 왜 없어졌을까.

핀과 동거 중, 레일라는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분위기에 말려들어 다른 남자와 자게 된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분노로 일그러진 핀에게 사실을 말했다가, 분노로 폭발하는 핀에게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흔적 없이 사라진다. 갈수록 더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이메일의 주인공은 정말 레일라일까. 아니면 레일라를 납치한 범인일까.


인간은 가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기도 하잖아. 안 그래?

너도 그래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P138)


레일라가 실종된 후 과거를 떠올리는 핀의 속마음에서 안스러움이 묻어난다. 엘런과 살면서도 레일라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엘런도 그걸 핀의 모습에서 읽어내는 것일까.


 의아한 건 12년 동안이나 실종 상태인데 납치범과 대치하는 상황이나 유력한 제보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도 왜 핀과 엘런이 결혼을 앞둔 시점에 자신이(레일라)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알리려 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3부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혼란은 계속된다. 급기야는 엘런을 없애라는 요구까지 하게 되는데... 과연 핀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직도 잊지 못하는 레일라를 잊지 못하는 핀은 자신의 분노로 인해 엘런을 잘못되게 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으로 복잡해진다. 브링 미 백, 그렇게 간절하게 바랐건만. 막판의 반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다! 안타까운 점은 아버지의 잔인한 폭력을 피해 도망쳤지만 첫눈에 서로 반한 남자에게서 아버지의 폭력을 보았다는 것. 또 한 가지는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사랑을 확인하려는 집착이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녀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 한눈에 알아봤어야 했다는핀의 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등잔 밑은 정말 어둡다는 사실도.


 이야기의 도입부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마지막 장까지도 종잡을 수 없었다. 전작 비하인드 도어브레이크 다운을 모두 읽었지만 이 작품의 가독성 또한 대단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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