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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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왕자와 거지를 비롯한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 최고의 걸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미완성인 채 발견된 것을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에 의해서 완성된 작품이다. 무려 100년 만에 발견되었다는데. 1879년 어느 저녁, 파리의 한 호텔에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대는 딸들에게 잡지에서 아무 사진이나 골라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유일하게 조니의 이야기만 기록되었고 이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 과연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따뜻함과 재치가 묻어나는 그림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주인공 조니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닭, ‘전염병과 기근을 팔아서 먹을 것을 사오라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면서 모험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생전 처음 길을 나선 조니에게 바깥세상은 낯설기만 하다. 가두행렬을 만나기도 하고 정신없이 걷고 또 걸어 시장에 도착한다.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부딪혀 상인한테 혼나고 정신이 없다.

이때, “한 푼만 주세요.”라고 구걸하는 노파를 만나는데, ‘전염병과 기근이 잘 살기를 바라면서 할머니에게 내어준다.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담청색 씨앗을 조니에게 건네는데...

 

이 씨앗은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야 돼요. 심고 나서는 확신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요. 봄에 씨앗을 심고, 동이 틀 때와 밤 12시 정각에 물을 줘요. 항상 씨앗을 돌봐 주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요. 불평하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꽃이 피면 그 꽃을 먹어요. 그 꽃이 당신을 배부르게 해 줄 거고, 당신은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거예요.”(P59) 

 

  지금 당장 힘들고 굶주린 조니에게 이 씨앗이 어떤 힘이 되어 줄까.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에서 읽은 것처럼 위기를 만난 조니에게 마법이 펼쳐질까. 할머니의 이야기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혜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힘든 상황이 왔을 때 믿음을 가지고 씨를 뿌리고 정성을 들여 가꾸고, 그 과정에서의 마음은 순수함과 절실함을 갖고 결국은 견뎌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 화자인 작가와 마크 트웨인이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부분은 위트가 느껴진다. 마크 트웨인의 생각을 읽어내고 공감을 나누며 이야기를 완성하려는 의지가 엿보여서 신선한 느낌이다.

 

조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먹을 것은 사오지 않고 담청색 씨앗을 내미는 조니는 호되게 혼이 난다. 씨앗을 씹으면서 욕지기를 내뱉는 할아버지를 마크 트웨인은 자리에 누운 채로 그대로 죽고 말았다고 처리한다. 개연성은 별로 없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 유머가 느껴진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심한 조니는 주머니에서 담청색 씨앗 하나를 발견하고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정성껏 키우고 가꾼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꽃을 뿌리까지 뽑아서 먹어버렸지만 허기를 채울 수 없었고 비참한 마음에 죽어버리자고 황야로 걸어간다.

 

  꽃을 먹으면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

하늘을 향하여 땅에 누워 전염병과 기근이 잘 살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조니는

무슨 문제 있니?” 하며 말을 거는 스컹크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뜬다.

드디어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 와서 기뻐.” 짧지만 진심이 담긴 조니의 말에 동물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한다.

 

 

맨 처음 친구가 된 스컹크 수지는 많은 동물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며 함께 파티를 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인간에게 말을 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야. 인간들이 하는 말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따분하기만 해.”(P84)

 

…… 오직 인간만 우리 말을 못 알아들어.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굉장히 무지하고 성장도 더디고, 외롭고도 슬픈 존재야. 인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생명체가 극히 드물거든.”(P85)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동물이나 자연이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조니와 동물 친구들은 참나무 줄기에 박힌 오레오마가린 왕자를 찾는 포고문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왕자를 찾을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이사이 이어지는 두 작가의 대화는 우리가 자주 잊고 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심어린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일깨워 준다.

 

세상 사람들은 동물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거고.”(P120)-마크 트웨인의 말.

 

조니는 깊게 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마침내 할 말을 떠올렸다. 끊임없이 어리석은 폭력에 휘말리는 인간들을 구원해 낼 절호의 말을.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말했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P152)

 

 

 

  점점 각박해져가는 시대에 진심을 담은 따뜻한 대화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파스텔톤의 화사한 그림이 가득 실려 있어 금세 읽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못 박힌 포고문에 아파하는 나무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는 공상에 빠진 소가 있고 거짓말의 역사와 탐욕스런 전쟁을 꼬집는 작가의 말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조니의 모험을 통해 폭정에 맞선 선량한 인간들의 명예와 용기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문명의 이기에 젖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뜨끔한 일침을 준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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