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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강렬한 제목에 끌렸고 절실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고 여겨져서 꼭 한번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책이었다. 요즘은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예전보다 기회가 열려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책을 내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공들여 읽고 쓴 시간의 축적이 있고 그것이 실행으로 옮기는 결단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쓴 글을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출판사와의 만남도 있어야 할 것이고. 이래저래 아직도 자신의 책 한 권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잠재적인 독자는 넘칠 것이다.
역시나 절실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와 공감이 가는 문장이 많았다. 글쓰기를 하는 과정이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한 종교 같은 믿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말은 아주 간곡하다. 천천히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이 책을 읽고 나서 거기서 끝내지 말고 ‘부디 써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배우라.(P18)고 말한다. 이 책이 나온 지 32년이나 되었는데도 전혀 고루한 이야기가 아니다. 글쓰기 워크숍이나 글쓰기 교실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례의 이야기와 글쓰기 전반에 관한 것을 알려준다. 부드럽기도 하고 때로는 단호한 일침도 들어있다. 하지만 주된 내용은 끝없는 글쓰기 예찬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열정이 행간에 그득하다. 글쓰기는 외로움이며 고통이지만 모든 인간은 어차피 외로움과 고통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며 그것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종국에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는 자유를 향해 헤엄칠 수 있는 위대한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P167)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이다. 쓴다는 행위 자체로 상실감, 우울감, 박탈감 등 온갖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자유를 줄 것이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보여도 누구나 비슷하게 크고 작은 아픔들이 있다. 온갖 글쓰기의 장점이 있겠지만 치유의 글쓰기는 삶의 의미를 찾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P19)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P30)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믿는 법을 배운 다음 글을 쓰게 되면, 그것이 사업상의 서류이든 장편 소설이든 박사 논문이든 또는 여행기이든, 그 글에는 힘이 실리게 된다.’(P30)
‘글쓰기도 훈련을 통해서만 실력을 쌓을 수 있다.’(P31)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만 하자.(P32)
이처럼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쓰레기 같은 글만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세월 동안 글쓰기를 멀리하며 살았기 때문이다.(P43)
처음부터 욕심을 부려 위대한 작품을 쓰리라는 기대를 하다보면 커다란 절망으로 끝나기 쉽단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하듯이 천천히 한 단어 한 문장씩 써내려 가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순수한 마음으로 멈추지 말고 쓰라고 한다. 그렇게 쓰다보면 어딘가에 도달할 날이 올 것이고 글쓰기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쓴 글에서 우쭐하고 멈추면 안 된다. 일단 쓴 글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글쓰기 훈련에 자신을 충실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몰입하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에도 몰입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엇을 쓸까. 하얀 백지를 마주하고 글이 써지지 않아 괴로웠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평소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를 적어 두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 두라고 조언한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다. 한 단어든 한 문장이든 이러한 목록이 쌓이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글감이 된다고 했다. 메모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글을 쓰기 위해 이런 작은 생각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정신 자세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쓰기를 배운답시고 쓸데없이 대가들과 문학 강의를 좇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P64)
글쓰기는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어쩌면 안도감을 주기도 하고 이보다 더 막연한 것이 또 있을까 싶은 느낌도 준다. 그만큼 글쓰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이 글 속에는 저자가 글쓰기를 교실을 운영하면서 사용한 다양한 방법들이 많았다. 글의 주제를 고르고 쓰는 일, 글을 발표하고 또 자신이 쓴 글을 어떤 방법으로 고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삶에 대한 세상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극진하게 느껴졌고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그 단호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직까지 계속적으로 써 본적이 없지만, 쓴다고 하더라도 어떤 것을 써야 할지 막연할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오르는 주제에 대한 생각을 종이에 적어 ‘나만의 글쓰기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넣었다가 한 장씩 제비뽑기 하듯이 꺼내어 써보는 것이다. 이것을 활용하면 어떤 주제가 걸릴까 예상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세 가지는 많이 읽고, 열심히 들어 주고, 많이 써보는 것이라 한다. 여기에 어떤 이의를 달 것인가. 중요한 것은 기계적으로 연습량과 들인 시간으로 채우려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한다. 우울한 느낌이든, 꿈, 희망 등 진정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충분히 몰입을 할 수 있을 때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무엇을 쓰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감각을 집중시키는 동물들의 태도를 배워야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25년간 체험한 선(禪)체험을 글쓰기에 접목하여 보여주는데 우리의 삶과 글쓰기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일이 돈과 명예를 얻는 것도 근사하겠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생각은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좀 더 깊이 있고 진지한 글쓰기로 나아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