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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평점 :
전권이 테러, 전쟁으로 신음하는 인간들에 대한 의아심을 품고 탐구가 이어졌다면 2권은 그보다 상황이 악화된 페스트를 퍼뜨리고 도시를 장악한 쥐들과의 전쟁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파리 시내는 이제 테러와 전쟁을 넘어 설상가상으로 페스트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전 세계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까지 페스트가 침투한 상황이다. 피타고라스로 인하여 이전보다 의식의 혁명이 일어난 바스테트는 어떻게 활약하게 될까. 무엇이든 떼로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 작은 쥐라도 수 백, 수 천, 수 만, 수십 만 마리가 모이면 공포심을 조장하게 된다. 예전에도 그런 영화를 보면서 끔찍한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만약 그런 장면이 현실이 된다면?
피타고라스의 집사인 소피가 죽고 바스테트의 아들 안젤로가 보이지 않는다. 집사인 나탈리도.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에 목걸이에 달려있는 GPS 추적 장치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피에게 고양이의 방식으로 영혼의 송별식을 치러주고,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하고 멋진 환생을 빌어주었다고 말하는 피타고라스. 바스테트는 인간의 영혼과 소통이 가능한 그를 보면 감탄한다. 비결이 뭐냐고? 인터넷 덕분에 인간의 세계를 이해한다면서 피타고라스는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의 손을 갖고 싶어. 그 손끝에서 책이 나오고 정교한 기계가 만들어지고 예술이 탄생하잖아. 인간처럼 웃어 보고 싶기도 해. 웃을 때의 느낌을 알고 싶어. 우리 고양이들은 항상 너무 진지하잖아. 뭐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끔은 인간처럼 냉소를 지어 보고 싶어. 자기 냉소를 통해 뭐든 상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이 부러워.”(p12)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 그렇게 인간이기를 부러워하는 종이 있다. 만물의 영장인 만큼 이제 다른 종간의 화합과 조화를 통해서 이 지구를 좀 더 살기 좋게 가꾸는 일에 힘써야 할 시점이 온 것을 시사한다. 바스테트의 눈에 어쩌면 신비에 싸여있던 피타고라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털어놓는다. 실험용 고양이 사육장에서 태어났다고. 엄마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정해진 시간에 특수 배합 사료를 먹으며 인간들에게 하나의 ‘물건’에 불과한 <CC-683>의 이름으로 존재했다는.
과학실험으로 이름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들에게 사육 당한다. 그러면서도 인간들은 동물의 입장 같은 건 생각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각종 실험에 의해 고문을 당하는 고양이와 동물의 심정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겠구나 싶다.
안젤로와 나탈리를 찾아가는 길에서 페스트의 공포와 마주친다. 인간 세계에 깊은 혜안이 있는 피타고라스가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피타고라스는 역사적으로 과학자들이 수난을 당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고양이 군대를 결성하여 페스트를 퍼뜨리는 쥐들에게서 도시를 되찾아오자고 발언을 한다. 두려움을 가진 채 이 상황이 끝나기를 마냥 기다리거나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것, 두 가지 중 선택을 해야 한다. 인간과 고양이로 결성된 군대와 쥐들의 대결을 계획했지만, 소통의 문제가 남아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라는 말이 떠오른다.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과 소통을 통해서 군대를 결성하느냐 문제이다.
피타고라스는 제 3의 눈으로 열심히 정보를 탐색한다. 점점 서로의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게 된 바스테트도 나름대로 열심히 돕는다. 사자 한니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문제해결의 과정이다. 아무리 위기에 처해도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피타고라스의 뜻에 동조한 열 마리의 고양이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엘리제궁으로 향하는 길. 대열은 어느새 백 여 마리로 늘어나 있고 샹젤리제 전투는 승리의 환호성으로 젖어든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점점 불어나는 압도적인 쥐들의 수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 더구나 인터넷이 안 되는 바람에 제 3의 눈의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일단은 하수구도 없고 지하철도 다니지 않아 쥐들로부터 안전한 시뉴섬으로 군대를 이동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탈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나탈리는 또 어디서 찾을까. 모험의 연속이다.
인간과의 소통을 꿈꾸던 바스테트는 어떻게 집사의 도움을 이끌어낼까. 꿈을 통해 파트리샤를 만나 고양이들만이 갖고 있는 정보를 인간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언어가 아닌 꿈의 소통이라니 신기하기만 하다. 피타고라스를 통해 의식의 혁명을 경험하고 그를 넘어서는 성장을 하는 바스테트를 보면서 역시 세상은 교과서에서 다룬 원칙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기적도 엿볼 수 있었으며 상호 보완적인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 작품 말고도 고양이를 다룬 작품이 꽤 있었다. 고양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다양한 소통의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관계는 물론 다른 종의 세계에도 관심의 여지를 주는 멋진 작품이다.
“나는 어떤 동물종도 다른 종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구는 어떤 한 종의 소유가 아니에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지구의 주인이죠. 어떤 종도 스스로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권리는 없어요. 인간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p157)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