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저녁 - 동양철학 50 철학이 있는 저녁
리샤오둥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래타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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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이룬 물질문명 덕분에 현대인들의 생활이 옛날보다는 훨씬 편리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으로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 행복과 성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에서 경쟁은 필수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정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앞날에 대한 희망과 마음에 위안을 주는 글과 책을 찾게 된다. 동양철학자 50인의 이야기를 다룬 <철학이 있는 저녁>은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운 저녁 햇볕의 그림자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치 아침에는 세상에 나가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하루를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보자고 하는 듯이.


 공자와 맹자를 비롯하여 50인의 철학자, 사상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잘 몰랐던 인물들이 꽤 많았다. 2,500년 전에 살았던 인물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시기적 폭도 상당히 넓다. 그동안 역사소설이나 역사서를 통해서 시대적 상황과 인물에 얽힌 이야기로 조금씩 철학을 접해왔다. 이 책에서는 한 인물에 대해 짧은 이야기로 구성하여 속도감 있게 읽히고 재미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잘 알려진 유가 사상, 도가, 법가 사상에 대한 이야기는 괜찮았지만 이학, 심학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한 꼭지의 글 뒤에는 철학적 사색거리가 있어서 오늘날 현재 상황과 견주어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하고 내용의 이해를 도와준다. 수천 년이나 된 이야기가 오늘날의 삶에 적용하는데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선인들의 삶의 궤적과 사상이 얼마나 심오한지 짐작할 수 있다.


불행은 행운이 기대는 곳이고, 행운은 불행이 숨는 곳이다.”(P18)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며 노자의 변증법 사상을 대표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고사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는 이 명제에 대한 좋은 사례의 이야기다. 영원한 불행도 영원한 행복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좋지 않은 상황을 만났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행운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경거망동하지 말고 차분한 마음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깨우쳐준다. 모든 것은 곧 지나가며 변화하기 마련이라는 것, 행운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아주 가까운 것이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P63)


장자는 저것은 이것 때문에 생겨나고, 이것은 저것 때문에 생겨난다. 저것과 이것은 상대적으로 생겨난다는 말이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가능한 것이 있기에 불가능한 것이 있으며, 불가능한 것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있다. 옳음이 있으면 그름이 있고, 그름이 있으면 옳음이 있다.”(P63~64)-장자의 장자제물론-


 ‘장자의 나비 꿈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한데, 여기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이렇게 대립되는 요소는 우리네 삶에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높은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모두 죽는다. 죽음은 삶이 발명한 것 중 최고의 것이라고 했던가. 유한한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끔은 잊고 살지 않은지. 평생 살 것처럼 앞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다. 이러한 명제를 마음 깊이 새길 때 오늘 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우리 앞에 놓인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아이가 한 걸음에 이삼 리를 가니, 작은 마을에 밥 짓는 연기가 나는 집이 네다섯 채 있네. 정자가 예닐곱 채 있는데 그 옆엔 여덟, 아홉, , 많은 꽃이 피었구나.”(P182)


 재미난 숫자시다.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을 그대로 눈앞에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 시의 주인공은 북송시대의 철학자이자 역학자인 소옹(邵雍)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놀랍기 만하다. 당시 조정에서 관직을 주려했지만 병을 핑계로 모두 거절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도가 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철학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천지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선천상수(先天象數)’의 도식으로 보아 선천의 학문은 마음이다.’라고 하면서 성인은 하나의 마음으로 만인의 마음을 관찰하고, 하나의 몸으로 만인의 몸을 관찰하고, 하나의 사물로 만물을 관찰하고, 한 세대를 통해 만세를 관찰 할 수 있다.”(P185)고 말했다. 선천의 학문은 모두 마음의 법이므로, 세상의 일과 사물 그리고 변화는 모두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다녀라.”(P282)-고염무의 일지록-


 멋진 구절을 만났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 아주 적합한 말이 아닐까. 견문을 두루 넓히라는 메시지로 다가오지만 고염무가 평생 동안 추구했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단다. 명말청초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저명한 사상가이자 역사가, 언어학자였다. 망국의 신하로 태어난 고염무는 청나라의 관직을 받지 않은 채 평생 유랑하며 방랑자로 살다가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또한 언급한 책에서 천하를 지키는 것은 비천한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후에 천하의 흥성과 패망은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로 널리 알려지면서 중국 근대 학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평범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세상은 돌아가는 것이다. 혼자인 것 같지만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책임감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인물에 대한 사상과 철학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시원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시간을 두고 음미하면서 읽으면 된다. 서양 철학이 인간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에서 세상이치를 묻기 위한 철학으로 비롯되었다면 동양철학은 지금 이곳에서의 삶의 태도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기 위한 철학이라고 추천사에서 밝히고 있다. 평소에 서양철학을 접근하는 것은 좀 어렵게 생각되었는데 동양철학은 고향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이다. 동양철학에서 다루는 주제에 가까운 것이 우리의 그것과 닮아서가 아닐까. 우리에겐 인간과 우주의 호기심 같은 커다란 주제보다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철학은 먼데 있지 않다.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선택과 마주하는가. 여기서 다룬 50인의 사상과 지혜는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고민하는 우리에게 밝은 등불이 되어 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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