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흔든 사상 - 현대의 고전을 읽는다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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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소개된 책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제자에게 자주 추천하는 책들이며, 저자의 정체성 형성 및 학문 연구에 깊은 영향을 미친 현대 고전이라고 한다. 흔히 대학 교양강좌에서 다루는 고전의 목록과는 달리 현대의 고전을 다루고 있는 것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오늘날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와 제도는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에 자리 잡았고, 전후 사회 원리와 제도를 분석하고 이러한 사회적 구속 아래 놓인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것이 현대 사상, 즉 현대의 고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으며, 삶의 의미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이 때 한 시대를 오롯이 담아 놓은 ‘고전’에서 나아갈 길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각 장의 구성은 Ⅰ.문학과 역사, Ⅱ. 철학과 자연과학, Ⅲ. 정치와 경제, Ⅳ. 사회, Ⅴ. 문화, 여성, 환경, 지식인 의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다. 나로부터 그를 둘러싼 사회, 환경으로 나아가는 거시적, 총체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커다란 사회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조화를 이루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각 분야마다 작품을 소개한 뒤에 우리 한국 사회에 대입하여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세상살이의 흐름과 더불어 당시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용이하다 하겠다. 총 40권의 책이 언급되어 있다.

 

 ‘문학은 크게 두 가지 미덕을 가지고 있다. 삶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생각을 안겨주는 게 하나라면, 그 생각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다른 하나다. 이점에서 문학은 인문학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놓일 만하다.’(P21) 흔히 문사철, 즉 문학, 역사학, 철학을 인문학의 분야라고 말한다. 특히 문학은 현실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상상과 허구를 가미하여 엮어 놓은 것이라 우리는 쉽게 공감하며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저자의 이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저자는 여러 작품 중 조지 오웰의 <1984>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주목했는데, 그 까닭은 ‘문제의식’을 제기했다는데 있었다. 전자가 현대의 그늘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으며, 오늘날 읽어도 생생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철학 분야에서 인상적인 작품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작품으로 인간과 세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아렌트 르네상스’라고 부를 정도로 전후 가장 중요한 정치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한다. “이 세계에서 행위하며 살아가는 복수의 인간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의미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유의미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구절은 복수의 인간들에게 ‘소통’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 준다.

 

 롤즈의 <정의론>이 주장하는 핵심은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 곧 ‘정의’이며,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는 정의에 목마른 현실을 살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널리 알려진 정치철학자는 마이클 샌델로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200만 권이나 팔렸다고 한다. 반면, 원본 출간이 미국에서는 10만 권 정도에 그쳤다고 하니 꽤 흥미롭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하고 갈증이 심한 ‘정의’에 대한 반영이 아닐까 싶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단절의 시대>로 지식 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다. ‘지식사회(knowledge society)'와 ’지식경제‘라는 핵심 용어로 주장한 그의 예측은 적지 않게 현실화 되었다. 그런 예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언젠가부터 새로 개발하는 지역에는 ’지식산업단지’가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식사회로 가는 길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고전적인 산업사회에서 멀어져가고 제4차 산업 혁명으로 도래한다고 분분하다.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것”이라는 유명한 언명(言明)은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예측한 것이다. 그것을 극적으로 보여준 예는 2001년의 9.11테러였으며, 이슬람국가(IS)와 난민 문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도 모두 문명의 충돌로써 야기된 것이다. 지금 세상의 흐름을 보면 얼마나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 밖에도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생태계의 위기를 설파하는 <침묵의 봄>, 페미니즘을 다룬 <여성의 신비>가 기억에 남는다. 후자는 ‘매력적인 아내와 훌륭한 어머니에 대한 이데올로기 또는 신화’로, 프리단은 가정이란 한마디로 ‘편안한 포로수용소’에 불과하다고 했다. 저자들의 사상은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으며, 한계에 부딪혀 악평을 받기도 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런 일은 항상 존재한다.

 

  소개된 책 가운데 읽어보지 못한 책이 많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한 계기로 관심분야의 책을 선택하여 읽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본래 이 책의 출간은 2016년 <경향신문>의 요청으로 ‘세상을 뒤흔든 사상70년’을 연재했던 것을 토대로 하였으며 국내외 학계와 언론의 평판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고른 것이라고 한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만 읽는 편독의 경향이 있다. 철학은 어려워서, 등등 여러 가지 핑계가 있다. 지식의 확장이나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각 분야의 주제별 책읽기로 심화시키는 것이 절실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분명히 독자들의 그런 목적에 나침반 역할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떤 책이 있을까, 궁금하고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소개된 책을 공개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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