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으로 세상 보기 - 파자로 푸는 인문학 테마 한자 공부법
김동련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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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마흔넷 되던 해에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동양철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책이 떠오른다. 그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평생의 업으로 삼기 위한 공부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는 늦은 공부의 대가로 원전을 소설책 보듯이 읽을 수 있고 여러 권의 책도 집필했으니 가히 공부로 일가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몇 해 전에 고전평론가 고미숙님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는 공부가 자신의 밥이라고 했다. 책읽기가 밥이고 글쓰기가 밥인 셈이다. 공부도 뜻을 품고 확실히 하면, 평생의 업으로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어린 학생 시절에 천자문 책을 접해 본 경험이 대다수 있을 것이다. 한자는 국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고서는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글 전용 정책으로 돌아선 지 오래 되어 한자를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천자문의 한자를 파자(跛者) 하여 주술의 세계와 곁들여 설명하여 재미있게 한자를 배우고 인문학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쓰인 책이다.

 

 

위의 사진은 파자의 예를 보여 준다.

학생들도 쉽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다.

 

천자문의 한자를 여덟 글자를 한 구절로 하여  모두 125구절로 구성하였다.

 

 책의 제목과 같이, 천자문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많은 군상(群像)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중과 포숙의 우정, 지아비의 충직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죽음을 바치는 기생, 학문에만 파고드는 남편을 못 견디고 집을 나가 훗날 출세한 남편 앞에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 받아달라며 용서를 구하는 아내, 재상이 되어달라는 왕명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을 선택한 부부 등의 이야기는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속에 있는 현재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 문공이 괵(虢)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한 노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노인께서는 괵 나라가 무슨 이유로 망했다고 보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괵 나라 임금은 백문선이 거짓 문서를 구별 못 했고 잘라버려야 할 일을 과감히 자르지 못했고 간언하는 말이 있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사람도 바로 쓰지 못했으니 망할 수밖에요.”(p442)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양으로 역사는 되풀이되는 모양이다.

 

 천자문의 한자와 한자성어 속에 연관된 이야기를 통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믿음, 사랑, 충성, 화목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다. 어른들은 물론 공부하는 학생들도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자세한 한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읽기에 적당한 활자와 넉넉한 여백도 좋다. 게다가 사이사이 들어있는 저자의 가족 이야기와 삶 속에서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향기가 느껴진다. 구수한 입담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기계발의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요소도 장점이다.

 

 한자 공부와 더불어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다. 그것은 ‘나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나와 세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p768)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둔 저자의 집필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삶의 지혜를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어떤 문제에 부딪혀 해결 할 수 없는 답답한 문제도 책 속의 행간을 따라 다니다가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천자문 속에서 나와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탐구를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자가 다수 보이는 점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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