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그리고 고발 - 18번째 소송과 그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저자인 안천식 변호사가 향산리 지주 기노걸(아들 기을호)이 건설사와 토지매매계약을 하고 잔금을 못받고 있는 중에, H건설에서 땅을 팔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해 놓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기을호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아 2005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10여 년간 18번의 소송의 기록을 쓴 글이다.

 

사건의 전말

부동산 광풍이 불던 1997년 D건설은 김포시 고촌면 향산리의 지주 24명과 약 1만 4,550평의 토지에 대해 매매계약을 이미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약 72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잔금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기노걸도 그해 자기 소유의 땅 약 980평을 19억 6,000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그 중 9억 8,300만 원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급받고 나머지 잔금은 받지 못한 상태였다. D건설은 그 와중에 1998년경 IMF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 대상기업이 되었고, 1999년 11월 24일 H건설주식회사는 위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포함해 이 지역 사업권을 36억 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H건설과 D건설 사이에서 다리를 놓은 것이 Y종합건설주식회사(대표김영환)라는 시행사였다.

 

주요인물과 증인들

1. 피해자- 기노걸(망)- 아들 기을호

2. 이지학(망)-기노걸과 건설사의 토지매매계약시 중간 역할을 함. 기을호의 친구임.

3. 증인A-기노걸과 이지학이 계약서 작성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유일한 사람.

   H건설의 토지매입 용역회사인 Y종합건설의 전무이사임.

4. 증인B- H건설 차장

5. 증인C-W공영(Y종합건설의 하청 용역업체)에서 회계 및 총무로 근무함.

   이지학의 지시로 기노걸과 허창의 계약서에 기재된 필체의 주인공.

 

 잔금을 못 받은 상황에서 2000년 12월 21일자로 H건설에서 토지에 가처분을 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04년 8월경에 기노걸은 사망하였으며 기을호의 요청으로 2005년 8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H건설 명의의 가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접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토지소유권 이전 및 건물철거 청구 소송이 시작되었다.

 

 H건설에서 제출한 부동산매매계약서에는 기노걸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란에 기재된 통장 계좌번호는 기노걸의 자필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씨였고, 날인 란에도 기노걸 이름이 새겨진 ‘한글 막도장’이 날인되어 있었다. 더구나 2004년 8월경에 사망하기까지 이 사건 계약서와 관련하여 기노걸에게 단 한 번도 연락을 취해 온 사실이 없었고, 단 한 푼의 잔금도 지급한 사실이 없었다고 한다.(P30)

 

계약서가 위조되었음을 알게 되는 상황이다. 기노걸의 자필과 인감도장이 아닌 한글 막도장이 찍혀 있었다.

 

법정의 공방

H건설의 주장은 1999.11.24일 경 <증인A>가 기노걸과 H건설을 대리한 이지학이 기노걸의 자택을 방문하여  매매계약이 이무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하면서 기노걸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기을호측에서는  2000년 7월 28일자로 Y종합건설이 기노걸에게 발송한 통고서를 증거로 제시한다.

그때까지 기노걸은 동의하지 않고 있어서 재촉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므로 1999.11.24일의 매매계약은 위조된 것이며 <증인A>의 진술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새롭게 발견된 것은 계약서상에 기재된 통장 계좌번호가 D건설로부터 계약금과 1차 중도금을 지급받은 뒤 1997년 9월 24일자로 해지한 통장이라는 사실이다.

 

뒤에 계약서에 기재한 필체의 주인공은 <증인C>로 밝혀진다.

아래 사진은 <증인C>음성녹음의 내용이다. 이런 사실이 있는데도 

'안천식변호사가 협박하였고, 기을호가 평생 먹을 것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였다며 위증을 하고

번복을 한다.

그럼에도 법정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H건설의 승소가 10여 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공방이 진행될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계약서를 당사자도 모르게 대리로 작성하며 그것도 모자라 위조하고, 농협직원이 차명계좌를 개설해 주는 등 증인들의 위증, 반복되는 진술 번복, 그런데도 한결같이 H건설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재판부는 정의의 편이 아니었다, 위임받은 권력을 등에 업고 권위를 내세웠다.

마치 H건설과 재판부가 사전에 만나 말을 맞추고 예행연습, 작전회의를 하여 결론은 H건설의 승소로 정해놓고, 무대에 서서 그 과정을 시연하는 느낌이었다. 검찰에 필체감정을 신청해도 거절하고, 재심청구도 기각한다. 마치 어서 포기하고 나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아래의 사진은 이 사건의 향산리 지주 24명 중  유일하게 기노걸과 허창의 계약서가 위조되었는데

그 사실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재판부에 재심을 청구하여도 기각을 시켰다.

H건설측은  전에 판사출신으로 전관예우를 받은 변호인을 내세워 막강한 권력을 과시했다. 어디 한번

대항해 보라는 듯이...

모든것이 H건설측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대기업은 헌법의 위임을 받은 권력자들도 이렇게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기을호는 끝내 잔금을 못받고, 오히려 H건설은 세입자 건물 철거를 핑계로 3억 8천만원을 뜯어갔다.

악랄하게 한 개인을 유린하고 무너뜨렸다. 10여 년 동안 18번의 소송이 철저하게 패소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거짓말(증인의 위증)의 잔치에 초대된 것처럼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법조계에 몸을 담고 국민의 세금인 국록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 그 권력을 등에 업고 의기양양하게 모든 것을 떡주무르듯하는 대기업. 참으로 무섭다. 도대체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지.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은 아예 제쳐놓고 자신들의 이익과 생존을 위하여 발악을 하는 모습이 생생했다. 힘없는 개인이 거대한 대기업과 헌법의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자에게 대항하여 승리를 거두려 한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할 정도로 허탈함이 밀려왔다.

 무릇 법을 다루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조직의 이익, 권력, 권위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헌법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사안일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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