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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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한참 동안 찾곤 한다. 잘 두었다고 신경 써서 둔 것을 잊어서 곤란해 하기도 한다. 이런 때 농담으로 치매 아니야? 라는 말을 가볍게 하지만, 그러한 중증의 환자가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 중에 있다면 결코 웃을 일이 아닐 것이다. 기억을 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살아오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 중에서 나쁜 기억만 잊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오베라는 남자』로 감동을 선사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다. 아주 조그맣고 얇은 두께의 책으로 맑은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손자의 이름을 남들보다 두 배 더 좋아하기에 항상 ‘노아노아’라고 부르는 할아버지와 노아의 이별 연습이다. 때로는 기억 속에서 때로는 꿈인가 싶은 이야기로 환상의 공간을 보여준다. 아주 담담하게.


“어떤 기분이에요?”

“주머니 속에서 계속 뭔가 찾는 기분, 처음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

나중엔 큰 걸 잃어버리지.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거야.”(p183)


 궁금한 노아가 할아버지에게 머릿속이 아프냐고 묻기에 이렇게 대답한다. 이렇게 적절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사람들, 특히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의 기억을 서서히 잊어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아마도 무너지는 마음일 것이다. 시간적 공간을 오락가락하면서 헤매기도 한다. 어릴 적 노아와 청년 노아를 보며 당황해 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젊은 날 만나 사랑에 빠졌던 할머니는 히아신스 향기가 나는 아가씨의 모습으로. 수학자였던 할아버지는 일이 너무 바빠서 아내였던 할머니의 설거지도 도와 준 적이 없고, 할머니에게 까다롭고 뚱하게 대했다. 노아의 아빠인 테드가 음악을 좋아하여 기타를 치는 것도 못마땅했다. 이 모든 것이 후회로 남는다.


 묵직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지만, 전혀 무겁지는 않다. 큰 사건도 없이 담담한 가운데, 웃음도 선사한다. 자주 노아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묻는 장면이 나온다.


“수학은 별로 안 하고 쓰기만 많이 해요.”

“그리고 계속 글을 쓰래요! 한번은 선생님이 인생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쓰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함께하는 거요.”(p113~115)


그래, 인생은 함께 하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다. 참 따뜻한 말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도 있다.


“가장 평범했던 일들이 그리워. 베란다에서 아침을 먹었던 거. 화단에서 잡초를 뽑았던 거.”

“나는 새벽이 그리워요. (중략) 호수 위로 반짝이던 햇살이 부둣가 돌멩이들을 지나 뭍으로 올라와서 정원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집 안으로 살그머니 쏟아져 들어오면 이불을 박차고 나와서 하루를 시작했잖아요. 사랑스럽게 졸음에 겨워하던 그때 당신 모습이 그리워요. 그때 당신 모습이.”(p119~121)


 살다보면 일에 치여서 가족과의 평범한 일상도 데면데면 해지기도 한다. 부모의 주장을 자녀들에게 앞세우다보면 약간의 불협화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모두 지난 일이 된다. 세월 앞에서는. 읽는 동안 생각난 것이 있다. 부모와 조부모와의 추억을 요즘은 얼마나 만들어가며 살고 있는지. 추억으로 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는 것인데. 아이들이 성장하며 경쟁교육에 내몰리면서 평범하고 소중한 관계의 추억 만들기가 너무 결여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족의 사랑을 생각한다면 전혀 무서워 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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