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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금난새 -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는
금난새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8월
평점 :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왜냐하면 꽤 오래 전 드라마를 통해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지휘자의 세계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배우 김명민분)가 단원들과 하는 연습에서 얼마나 까칠하게 굴었던지. 완벽을 기하는 지휘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 하나는 일드 <노다메 카타빌레>에서도 치아키라는 천재 지휘자가 나온다. 그들은 모두 열정적인 완벽주의자이며 내뿜는 카리스마는 대단했었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힘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화음을 연출하는 광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이 책의 저자 금난새는 까칠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웃음과 행복을 예찬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무뚝뚝하다는 말, 많이 한다. 잘 웃지 않는 문화는 음악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한다. 긴장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이런 모습은 나라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인 남동생이 몇 년 전 프랑스에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다. 각국의 공무원들이 모여서 만찬을 하며 흥겨운 자리를 가졌다. 유럽 사람들은 그 분위기에 잘 어울려 즐기는데 유독 한국인과 일본인은 막대기처럼 뻣뻣하고 어색해 하더란다. 클래식은 서양에서 들어왔는데, 그것을 즐기는 우리는 본고장의 음악답게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할까. 슬플 때는 슬퍼하더라도 기쁠 때는 확실하게 즐기는 그들이 정말 부럽다. 감정표현에 충실함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았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그것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서 음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부모의 권유로 음악을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러니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는 거지. 무대에 설 기회를 주기 위해서 연주를 제안하면 그것을 엄마하고 상의를 해봐야 한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그런 기회를 포착할 수도 없는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게으른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못 이기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 말이 생각난다. 본인은 별로 마음이 없는데 겉멋으로 음악 교육을 시키는 것은 가정에서도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음악을 한다는 건 음악에 미치는 일입니다.’(p34)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해야 만이 흥과 끼가 넘치고 즐거움의 에너지로 주변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청와대, 시장, 덕수궁, 천막 극장에서 등 장소를 불문하고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오케스트라, 정말 멋지다. 모두 어우러져 화합하는 풍경이 그려진다. 정장차림이 아닌, 반바지 차림으로도 누구나 분위기에 젖어드는 흥겨운 잔치의 장면이었다.
서울예고 교장, 성남시립예술단 총감독, 한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CEO로 종횡무진하는 지휘자 금난새는 아직도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설 때마다 두근거림으로 설렌다고 한다. 그 비결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에 몰입한 지 50년이란다. 평범한 우리도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기쁨과 행복은 보장되지 않을까. 음악의 현장에서 많은 청중들과 만나면서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유쾌하게 들려준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이면서도 결코 명예와 권위로 무장하지 않았다. 친근하고 소탈함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에 이런 진정한 예술인이 있어서 얼마나 행운인가 싶다. 세상에 음악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사랑에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음악이야말로 국경이 없다.
모든 것을 청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하고 공연하는 서비스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CEO의 자세가 아닐까. 다른 이유 없이 오로지 청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원래는 유럽에서 음악활동을 펼칠 생각이었지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총감독이자 카라얀 콩쿠르 심사 위원장이었던 슈트레제만 박사의 조언에 따라 국내를 무대로 전환했다고 한다. 음악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하게 느껴졌다. 음악가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 쉽고 친절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해설은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재미를 선사해 준다. 예술은 물론 경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은 ‘상상력’이라는 말에 여운이 남는다. 멜로디의 기본 윤곽을 토대로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변주곡, 삶과 경영은 끝없는 변주곡이라는 말이. 클래식 음악계의 스티브 잡스 CEO 금난새의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 세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민, 음악 인생의 이야기는 유쾌한 웃음과 감동이 멈추질 않는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