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100세 철학자 이야기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에 김형석 교수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이야기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로 기억한다. 백세 철학자의 이야기를 접하고 보니 나이 얘기는 빠트릴 수 없는 것 같다. “나이 71세는 나도 처음이라서...”라는 배우 윤여정의 말을 접하고는 얼마나 웃겼던지. 유머와 긍정적인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몰래 미소가 떠올랐다. 여기 김형석 교수의 세 자리로 바뀐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말도 재치가 묻어난다. 큰 사고 없이 건강관리를 잘 한다면 누구든지 모르는 사이에 백세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100세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안 된다. 의학과 과학기술의 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노후의 대비는 심각한 상황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 중 경제 분야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지 않아도 막연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100세를 맞이한 산 증인으로서, 앞날의 희망적인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반가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서 청소년부터 삼포 세대’, 중년에 이르기까지 언젠가 100세를 맞이할 모든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행복한 삶에 대한 메시지다.


 작가는 인간의 조건, 만나고 사랑하는 것, 우리가 가야 할 그곳,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이 네 가지 주제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사회에 소속되어 삶을 일구어 나간다. 경쟁을 통해 취직의 기쁨을 누렸지만 어느 덧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 되어버리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법. 이럴 때 한 템포 쉬면서 백세 철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흔히 사람들은 과거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현재 상황이 힘들 때 더 자주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까.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언젠가 행복하기 위하여 앞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행복이 미래에만 있다면 인간은 행복해 질 수 없다고 한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행복이 머무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이 행복이다. 그런데 현재라는 시간은 하나의 과정이며 흐름이다. 미래에서 현재를 거쳐 과거로 가는 것이 시간이라고 해도 현재는 지나가는 과정이며, 시간이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간다고 해도 현재는 지나가는 순간순간이다.’(P17)


 많은 현자들이 현재를 살라고 했다. 과거도 미래도 우리에게 큰 힘을 주지 못한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쉽게 잊어버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소홀히 보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낄 때 우리의 다가오지 않은 미래도 행복한 삶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주어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인격적 성장과 인간적 능력의 향상이다. 경제는 그 일을 뒷받침하는 수단과 방편에 그쳐야 한다. 돈의 가치를 알고 정당한 사회의식을 갖추게 된다면 재물 때문에 오는 개인이나 사회의 불행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P66)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의 행복은 인격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와는 무관하게 독일의 시인 괴테도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격적 삶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뜻이다. 부족한 인격에는 참다운 행복이 있을 수 없으며 행복은 인격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P129)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주어야 하는 것은 인격적 성장과 인간적 능력의 향상이라는 말에 시선이 머문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도 행복하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왜 그럴까. 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한다. 끊임없이 성취하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인격적인 성장을 갖기 위한 노력보다는 겉으로 드러내는 재력이나 위치에 연연하며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내면적인 성장보다 외면적인 성장을 행복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참다운 행복을 위하여 이제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신적 가치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백세가 된 지금, 오늘도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하면 못할 것이 없고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일곱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좋다. 이 시대의 청년이라면 무한의 가능성을 개척해 가는 세대로 거듭나야 한다.’(P145)


 평양 숭실학교 3학년 때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훈화 말씀이 하라는 일곱 번의 외침이었다고 한다. 다른 어떤 말보다 단순하고 명쾌한 한 단어가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 같다. 무언가를 시작하다가도 끝을 맺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청소년기든 장년기든 나이를 떠나서 무한의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세월을 허송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주는 말이다.


사회적 성장이 없다면 감사를 모르며 남을 위할 줄 모른다. 예절을 깨닫지 못하며 상대방의 기분이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잃고 있다. 어딘가 사람을 대하는데 거칠고 딱딱하며 정중함이 없다. 항상 이기적이어서 남의 도움만 받으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친절을 베풀지 못함은 물론 예절까지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항상 실패하게 된다.’(P224)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때 확 와 닿는 말이 사회적 성장이었다. ‘사회적 성장이라는 말, 생각해보면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난 관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함께 소통하고 협조하고 기쁨과 고통을 나누는 조화로운 삶에서 사회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이 그대로 사회의 성장(P225)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래 살 욕심만 가졌지, 많이 살아야겠다는 뜻을 가져 보지 못했다. 나의 1년으로 다른 사람의 3년을 살 수도 있으며, 나의 1년으로 다른 사람의 3년을 살 수도 있으며, 나의 3년이 남의 반년도 못 되는 경우가 있다. 예수는 불과 33개월의 공생활로 당신의 뜻을 다 이루셨다.’(P244)


 정말 그렇다. 막연하게 오래 살고 싶은 생각만 했지 많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나의 1년을 다른 사람의 3년만큼 충실하고 알차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생각은 못해봤을까. 헛되이 낭비하는 시간을 모두 끌어 모아 집중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나도 오래가 아니라 많이살고 싶어졌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하루하루 나를 돌아보며 할 일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요소를 줄여야한다. ‘많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방점을 찍고 노력한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고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었다. 성장하는 너와 내가 있어야 사회적으로도 성장한다는 것, 그것이 한 국가를 이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뭔가 답답한 게 있었다. 서구 기계문명과 물질주의에 심취한 나머지 우리 고유의 멋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겉모습을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높이고 쌓고 넓히면서 사라져가는 것에는 안중에 없었다. 학창시절 다도 수업이 생각났다. 언젠가부터 우리 고유의 것은 점점 사라지고 현대화 세계화 된 것이 최선인 것처럼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수백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축제 장면이라든가 그들만의 것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면 우리는 우리 고유의 멋을 잊은 지 오래되지 않았나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조금 빗나간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국민전체가 따를 수 있는 가치관의 공감대가 없으며 다수의 국민들이 참여하고 함께 건설할 가치 의식과 방향이 없다’(P177)는 말로도 공감할 수 있었다.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어도 훌륭한 인격과 좋은 취미는 우리의 삶을 행복하고 더욱 가치 있는 삶으로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살아가는 내내 달고 살아야하는 고독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한다. 살아있기에 고통도 슬픔도 있는 것이다. 병약하게 태어나 언제나 조절과 주의로 살았기 때문에 백세를 사는 기적을 이루었다는 저자, 그 삶의 이야기는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행복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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