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 이 봄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대견하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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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다. 산과 들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수목들은 초록이 점점 색을 더해가고 빨간 장미들의 물결로 가득하다. 진한 초록 잎들도 그 나름대로 좋지만, 나는 새 봄이 되면서 움트는 버드나무며 이름 모를 나무들의 연한 연두색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그 거칠고 거무죽죽한 나뭇가지에서 어떻게 그런 여린 잎이 나왔을까 신기하고 놀랍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꽃과 나무 등 자연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이 책은 현진 스님이 청주 근교의 마야사에서 꽃밭과 텃밭을 가꾸며 살면서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체험하면서 평소의 생각을 담은 이야기이다.


오늘 많이 배우지 못했다 해도, 적어도 한 가지는 배웠을 것이다.

조금도 배우지 못했다 해도 적어도 병이 나지는 않았다.

병이 났다 해도 죽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고마워해야 한다.(P45)

 

 태국에서 존경받는 어느 스님의 법문이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행복과 건강’을 주는 비결이란다. 누구나 들어서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경쟁과 비교의식에 자기도 모르게 휩쓸리다 보면 그러한 평범한 진리를 잊어버린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난 일이 감사하고, 눈부신 햇살을 느끼고 만물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감사하는 마음은 신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니 자연히 건강해지는 것이다.


“꽃의 언어는 향기이다”(P74)라고 말했다는 도종환 시인의 재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시인은 보통 사람과는 남다른 사유의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꽃은 저마다 모양도 색깔도 다른 것처럼 향기도 다르다. 사람들이 모두 개성이 다르듯이, 꽃은 각각 향기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도 자신 나름의 향기를 가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그것이 자신의 삶을 다듬어 나가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마다 스님의 정성과 손길이 깃들어 있다. 남의 식구 같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어로 나열해 보면 감사, 행복이 주를 이룬다. “유구(有求)면 유고(有苦)이고, 무구(無求)면 무고(無苦)이다”(P97) 이는 불교학자 김동화 박사의 말이다. 의미하는 바는 “구하는 것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고, 구하는 것이 없으면 괴로움도 없다.”이다. 조금 덜 바라는 마음으로 괴로움을 줄일 수 있다. 얼마나 명쾌한 정리인가. 이것이 무구(無求) 행복론 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 인간은 이미 행복을 갖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자꾸 욕심을 내는 바람에 그 행복을 회수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들의 마음속 깊이 숨겨 두기로 했다. 이렇게 인간은 마음속에 행복을 가지고 있는데도 자꾸만 밖에서 찾으려 한다.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행복은 항상 우리 마음속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꽃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일은 어쩌면 또 다른 수행이다. 몸과 마음이 일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든 일을 뿌리치고 산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수행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웃을 대할 때 ‘친절과 미소’를 잃지 않으며 살아가는 태도와 비교심리와 집착을 버릴 때 우리는 행복으로 갈 수 있다. 피로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와 울림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행복이란 그다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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