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소년 만화시편 1
서윤후.노키드 지음 / 네오카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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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만화는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래픽-포엠(graphic-poem)으로 불리는 약간 낯선 텍스트다. 보통 시집은- 물론 시마다 다르겠지만- 자연의 풍경 등의 서정적인 그림과 어울려 더욱 감성적인 면을 표현하고 우리를 끌어들인다. 이 책을 만나보니 시와 만화의 만남도 괜찮은 듯 어울린다. 하지만, 우선 책의 제목이 선뜻 와 닿지 않았었다.

 

 ‘구체적(具體的)’이라는 단어는 ‘사물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추고 있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체적 소년’ 이라니... 읽어 나가는 중에 알았다. ‘눈에 띄지 못해 어디선가 호명 받지 못하고, 그 자체로 희미해져가는 소년에 늘 연민을 가지고 있었’(P36)다고, 그게 자신이라고 생각되어서. 그러면서 ‘모호함’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거기서 피어나게 될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구체적’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나. 또한 만화와 더불어 시를 좀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뜻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다.

 

 저자가 청년 세대여서 그런지 현실적인 문제나 고민 등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친구와 오랫동안 고시원에서 시를 읽고 쓰면서 지금에 이르렀음을 안도하면서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는 시가 맨 처음에 나오는 <남극으로 가는 캠핑카>다.

 

<독거 청년>은 ‘독거 노인’과 대비되는 느낌이다.

 

‘나는 나를 슬퍼할 자신이 있습니다 두 손으로 얼굴을 포개거나,

일 인 분의 점심을 차리는 일에 능숙합니다 홀수와 짝수가 나란해집니다.‘(P24)

 

 일단은 혼자 있으니, 누구 눈치를 보며 슬픔을 참을 필요가 없다. ‘자신 있게’ 슬퍼할 수가 있는 것이다. 혼밥, 혼술 등 혼자서 하는 일이 다양해지고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여기서 ‘홀수와 짝수’는 숟가락 하나에 젓가락 두 개를 가리킨다. 온전히 텍스트만 보았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만화를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연못>이라는 시는 좀 슬픈 느낌이다. 어릴 때 시인은 동생에게 엄마, 아빠, 형의 역할을 골고루 해야 했단다. 그 시절의 느낌을 담은 시라서 ‘항상 슬픔이 맺혀 있는’ 시라고 한다. 시의 일부이다.

 

‘풀이 죽은 동생이

죽은 따옴표로 흰 접시를 채웠다

밥을 먹을수록 말수가 사라지는 동생

이 병신아

소리 없이 우는 건 누가 알려 줬냐고'(P71)

 

 

<우리가 열렬했던 천사>의 끝부분.

 

 그밖에도 청년들의 가장 피부로 느끼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취업’일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기에. 바로 ‘실업’에 대한 생각을 담은 시는 <우리가 열렬했던 천사>이다. 일자리를 얻었다가도 잃고, 잃었다가도 얻는 그것의 반복된 삶이다. 이 만화시편은 청년세대들의 공감과 더불어 부모세대들은 청년세대의 생각과 고민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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