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안성진 지음 / 가나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작가가 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일상의 생활이 모두 글로 변할 것이고 여행을 해도 그 순간순간의 모습이 책속의 배경이 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되는 상상 한번 쯤 해 봤을 것이다. 옛날처럼 등단을 해야만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겠지. 3년 전 하우석의 <내 인생 5년 후 >라는 책을 읽고 마음이 동해서 5년 동안의 기간을 정하고 버킷리스트의 목록을 작성한 적이 있다. 그 목록의 궁극적 목표는 내 이름으로 된 책 출간하기도 들어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블로그 활동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리며 그걸로 나름 위안 삼으며 지내다가 안성진 작가의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를 만나게 되었다. 예스 이십사 블로그 활동을 하던 중 작가가 된 분이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되살아났다. 내 안에 잠들었던 작가의 재능을 다시 깨울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무척 고조되면서 읽어나갔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으로 많은 책을 접했었다. 3년 간 1만 권의 책을 읽고 작가가 되었다는 김병완 작가 등 여러 책을 읽고 나면 열정이 마구 솟아올랐다. 아, 나도 될 수 있겠구나 싶다가도 내가 어떻게? 로 바뀌기도 하고 차츰 마음이 식어가기도 했다. 이전에 읽은 책이 글쓰기, 즉 당신도 글을 써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종류의 책이었다면, 이 책은 글쓰기는 물론 책 쓰기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무리 천 권을 읽는 독자라도 한 권의 책을 쓴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본격적인 책 쓰기 코너는 쓰고 싶은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원고 투고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알려준다. 마치 내 책을 내기 위해 이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랜만에 마음이 뜨거워져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었다.
작가를 꿈꾼다면 글쓰기를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가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절실하지 않아서라고 하겠다. 또 하나는 스스로 의심을 하고 한계를 그으며 포기하는 것이다. ‘작가가 되려면 내가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까?란 마음의 장벽을 빨리 허물’(p63)라고 한다. 일단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은 무조건 쓰는 것이 정답임에는 틀림없다. 어느 책에서는 하루에 A4용지 4장씩 한 달 동안 계속 쓰면 책 한 권의 분량이 탄생한다고 했다. 여기서는 하루 한 두 장씩 써서 A4용지 100장이 모여 3개월이면 책 한 권이 된다니 기간과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다. 아, 이렇게 단순한 것을...
글쓰기는 최고의 자기계발이다.
이 말에 대해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일기나 감사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한다. 반성하고 실천하는 삶으로 나아간다. 책읽기를 통해서도 마음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그리 강력하지는 않다. 결심을 하고도 금세 잊어버린다.
글쓰기로 인생을 바꾼 많은 사람들을 본다. 자신의 책을 내면 가족들의 대우도 달라진다는데.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많이 했었다. 하루를 시작하며 잠들 때까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런데 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든 생각은 절실하지 않다는 이유 말고도 매일의 습관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된다. ‘모닝 페이지’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 습관이야말로 탁월한 재능을 선사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물론 절실함이 책상 앞에 앉게 하는 힘이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다. 운전을 하면서 운전하는 법을 배운다. 글도 마친가지다. 직접 쓰면서 배우는 것이다. 딴 생각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쓰기부터 하자.(P32)
과연 그렇구나. 이렇게 쉽고 간단한 일이다.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배워야지 다른 어떤 것에서 글쓰기를 배울 수 있겠는가.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봤지만 글쓰기의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백지를 채우고 시간도 채워야 한단다. 완벽한 시간과 분위기를 기다려서 하려고 한다면 그 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기계적으로 무조건 쓰라고 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글쓰기 예찬과 기쁨을 논하는 저자의 진중함이 느껴졌다. 누에고치에서 실이 나오듯이 글을 쓰고 싶다. 자연스럽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이겠지. 무엇을 쓸까, 어떻게 쓸까 고민하지 말고 쓰면서 생각하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서평을 쓰면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방대한 책을 읽고 인용할 내용이나 좋은 문장을 표시해 놓고도 막상 리뷰를 쓰려면 막힐 때가 있는데 그냥 쓰다 보니 생각이 떠오르는 거였다.
양질전환의 법칙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는 예술가들의 실험에서도 많은 연습을 한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은 입증되었다. 글쓰기 역시 이 법칙이 적용된다. 많이 쓰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문학의 역사에 이름을 날린 대문호들도 초고는 쓰레기였다고 한다. 5년은 쓰레기 글을 써 나간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양질전환의 법칙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여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극히 적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어제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겠지. 글쓰기는 예술적인 유희가 아니고 직업이고 삶의 길이라던 베스트셀러 작가 다니엘 스틸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아침 9시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펜과 공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글감을 찾기 위해 일한다는. 절실함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양질전환의 법칙을 증명해 줄 것이다.
도저히 쓸 게 없어도
무조건 써 나가는 것,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단다. 생각하고 나서 쓰기보다는 쓰면서 생각하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예전에 난 일기를 수년 동안 계속 썼었다. 하루치 일기를 몇 장 씩이나 쓴 적도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멈춘 지 오래되었다. 쓰다보면 쓸 말이 자꾸 실타래처럼 풀리던 신기한 기억이었다. 첫 책을 쓴 작가들의 이야기도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만 했던 이기적 삶에서 책을 씀으로써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된 <끝내는 엄마VS끝내주는 엄마>의 김영희 작가, 두려움을 버리고 주저하지 말라는 추교진 작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는 글로 쓴 경치’라는 김흥중 작가, 책 쓰기는 머리와 손으로 하는 게 아니고 뜨거운 마음과 무거운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 조형근 작가 등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글을 쓸 때 필요한 좋은 습관들도 좋았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침을 활용하고 건강하게 사는 습관을 이야기한다. 글쓰기와 건강의 상관관계는 전에 읽은 책에서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공부하지 마라’던 얘기가 떠올랐다. 운동이야말로 건강은 물론 뇌를 활성화시켜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체력이 받쳐줘야 공부도 글쓰기도 지속할 수 있다는 말은 당연하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독자 중 한 분이라도 글을 쓰게 되거나 책을 쓰게 된다면 마치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유 하나를 품은 것처럼 행복해 질 것 같다고 했다.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진다. 매일 아침 글을 쓰면 이미 작가라고 했다. 나도 이제부터 열정을 되살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작가의 재능을 깨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막연히 소망하다가 스러지는 촛불처럼 꺼진 꿈을 다시 키우고 싶다. 우선순위에 모닝 페이지를 쓰는 훈련을 올려놓아야겠다. 작심삼일로 멈추기도 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마음을 곧추세워야겠다. 양질전환의 법칙을 확인하는 그날까지. 소중한 책 읽을 기회를 주신 안성진 작가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