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Messy -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저자 팀 하포드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밀리언셀러 <경제학 콘서트>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에 이 책으로 재능 있는 경제 저널리스트에게 수여하는 바스티아 상을 수상했고 다시 <메시>를 출간한 후 또 한 번의 바스티아 상을 수상했다. <메시>의 핵심 내용은 TED 강연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Messy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엉망인’, ‘지저분한’의 뜻을 갖고 있다. 이 한 단어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질서와 정리정돈에 갈증을 느끼며 산다. 말끔하게 정리된 책상, 집안 등 을 꿈꾸며 그대로 유지되는 삶을 원한다. 성장하면서 어른들로 부터 정리정돈을 잘 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교육 시켜 왔다. 정리정돈을 해 놓으면 우선은 보기에 좋다. 질서 있게 꽂혀 있는 책장, 서류 파일 등... 일을 잘 해 낼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모든 일에 작심삼일의 법칙이라도 적용되는 것처럼 흐지부지 되고 만다. 그것에 우리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 나는 어쩔 수 없나봐’ 하며 자포자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는 책이다. 오히려 혼돈 속에서 ‘극적인 결과’가 탄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반면 지금도 정리정돈에 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메시형 인간을 응원하는 이 책은 어떤 근거와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지 알아보자.


 우리는 정확성의 상징으로 컴퓨터를 떠올릴 수 있다. 컴퓨터가 실수를 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의 강력함과 유용함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야기되는 불완전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평범한 시민이 범죄자로 오인되어 수갑을 채워진 채 연행된 사례, 생활의 일부가 된 GPS를 믿고 운행하다가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의 사례 등을 보여 준다. 자동화 시스템은 경이로운 기술이지만, 지나치게 믿다 보면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례들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동화시스템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 의 경향이 되어 간다.


 ‘컴퓨터가 인간보다 100배 더 정확하고 100만 배 더 빠르다고 해도 실수할 확률이 1만배 높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p94)


 2010년 엑서터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스 하슬람(Alex Haslam)과 크레이그 나이트(Craig Knight)의 실험은 의미심장한 사례를 보여 준다. 사무공간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사무실의 환경이 사람들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작업자의 정서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깔끔한 사무실’, 깔끔한 사무실에 약간의 장식을 한 사무실, 피실험자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민 사무실, 자신이 꾸민 사무실을 ‘원위치’시킨 사무실 이렇게 네 공간이었다. 이중에서 가장 성과가 높은 사무실은 세 번째의 ‘자율권’을 준 사무실이었다.


 그야말로 정리정돈 열풍은 세계적인 현상인 모양이다. 일본의 기업 교세라 샌디에이고 지사는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의 책상 상태를 샅샅히 검사하며,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 2006년 말 영국의 관세청 직원들은 책상에서 가족사진과 기념품, 장신구를 모두 치우라는 지시를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큰 광산회사 BHP빌리턴의 직원들은 책상에 놓을 수 있는 것과 놓을 수 없는 것, 물건을 두는 위치 등을 세세하게 규정하는 11쪽짜리 업무수행지침서를 받았다.(p127) 이것이야말로 업무의욕을 싹 사라지게 만드는 책상의 비밀이다. 너무 깨끗하고 정돈된 사무실을 보면 누구나 위압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정리정돈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잘 하는 척,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며 모든 것을 효율적인 성과를 낸다는 것을 가장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다소 위험하더라도 깔끔하게 정돈된 놀이터보다 그냥 공터의 개방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게 놀고 창의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철저한 계획보다는 무계획속에서 성과가 나오고, 인공적으로 만든 질서정연한 숲보다는 무질서한 상태의 자연이 건강하다. 이는 숲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고 사람이 사는 지역, 도시, 나라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으로 한데 어울려 활기차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 동안 억눌려 왔던 ‘정리정돈’의 스트레스에서 조금 벗어나도 될 것 같다. 질서와 정리정돈만이 그 사람이 유능하다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잣대는 아닌 듯하다. 약간의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오히려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니. 정리정돈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우선순위의 일에 집중하고 실행에 최선을 다 할 때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좋은 기회와 혁신을 잡는 비밀은 이 책에 있다.



 “나의 덕목 중 질서는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이 덕목에 대한 과오는 늘 나를 뒤쫓으며 성가시게 했고 수정하고 개선해도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너무나 자주 수렁에 빠지고 말아 나는 이 덕목은 언제든 쉽게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p20~21)

-벤자민 프랭클린의 회고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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