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어공주 이야기가 아니다. 샤랸Q(シャ?Q)라는 록밴드를 이끌었던 리드 보컬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가수 츤쿠의 이야기다. 가수로서 목소리는 자신만이 가진 악기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목소리를 잃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2015년 4월 4일 긴키대학 입학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미 성대적출 수술을 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어서 축사는 스크린 위에 영상으로 전달된다. 소리를 잃어버린 자신에게 킨키대학에서 입학식 연출을 해 달라고 의뢰를 받아서 무대에 서게 되었다. 그는 이 대학을 졸업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의 메시지에는 이런 말이 들어있다.
자신은 목소리를 잃고 막 걷기 시작한 1학년생과 똑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자신이기에 할 수 있는 일, 이런 자신밖에 할 수 없는 일,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려고 생각한단다. 여러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신밖에 할 수 없는 일. 그것을 추구하면 학력도 아니고 성적도 아니라고 한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한다.
록밴드의 리드 보컬 츤쿠(츤쿠♂〉라는 이름은 어릴 적 머리카락이 뾰쪽하게(ツン) 서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친구들이 "츤쿤"이라고 불렸던 데서 유래했단다.(위키백과 참조.)는 과거를 회상하며 아내와 세 아이 이야기와 자신의 음악활동, 투병생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수이면서도 아이돌 그룹 여성 14인조 モ?ニング娘(모닝구무스메)의 작사, 작곡, 프로듀스를 담당했으며 그들의 뉴욕 공연을 보며 감개무량 해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가 쓴 곡 중에는 밀리언 셀러의 음반도 있었다.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던 리드 보컬이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렇게 절망적이거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론 후회되는 일은 있었다. 잠 잘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게 살았다. 약과 영양제를 달고 살았다. 비타민, 스테로이드, 영양제 등 뭐든지 약으로 해결했다. 너무 바빠서 짧은 시간을 자야 했기에 수면 유도제를 복용하고 그런 것이 알게 모르게 몸에 밴 것이다. 그런 생활은 몸에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두드러기 때문에 가려워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목에서도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8년 무도관에서 샤란Q 결성 20주년 기념 라이브 때는 목 상태가 좋지 않을 때라서 목소리가 나올지 어떨지 불안해한다. 많은 곳을 이동해야 하는 투어이기 때문에 컨디션이나 목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무렵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동료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방송이 나오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필요한 것 외에는 점차 안 보게 되고 가족들도 점점 음악 프로그램을 안 보게 되었다.
2013년 8월 31일 샤란Q 결성 25주년 기념 라이브 투어가 시작된다. 도쿄, 나고야, 오사카, 센다이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아마츄어 시절부터 결혼해서도 가족을 공연 현장에 데려가지 않았는데 샤란Q 결성 25주년 때에는 가족 전부가 라이브 공연을 보게 된다. 공연을 보러 오게 한 이유는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알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아빠에게는 언제나 응원해주는 이렇게 많은 아군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아빠의 일은 이렇다고. 프로란 이렇게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는 센다이 공연 때 무대에서 바라본 광경은 지금까지도 확실하게 떠오르는 자신의 보물이라고 했다. 라이브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팬들이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안심하는 아내를 본 것이다.
다행히 그 공연에서 걱정하던 것과 달리 목소리가 잘 나와서 공연 영상을 촬영해 두었다. 자신이 우겨서.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최후의 노랫소리가 되었단다.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공연 투어가 끝나고 2개월 후 내시경으로 봤을 때는 눈으로 알아볼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의사는 악성종양이나 암일 가능성은 99% 아니라고 했다. 또 적출 수술을 하고 난 뒤 어떤 영향이 있을까 봐 수술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의사도 괜찮다며 외과 수술을 권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풀어 오른 무언가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느낌이 분명 있었다. 그때부터 3주가 지나도 목의 느낌은 좋아지지 않았다. 뒤늦게 생각한 것은 몸은 정직하다는 것, 자기의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것이다.(의사의 말을 너무 믿었다는 것.) 이전과 달리 몸의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자신의 기분이나 감각을 믿고 행동하세요. 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판단보다 의사의 판단을 너무 믿어버렸다고 후회한다.
아는 프로듀서가 소개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후두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45세 나이에. 다른 건 생각할 수도 없다. 암=죽음, 가족과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등등 미래의 일을 생각할 수 없었다. TNM이라는 분류법으로 말하면 T2. 초기라기보다는 조기 발견이었다. 병명은 [성대의 편평 상피암]으로 확정했다. 그런데 자신의 창조한 [모닝구 무스메‘의 뉴욕 공연에 참석했다가 하루빨리 돌아오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오게 된다. 심각하게 전이가 된 것이다.
결혼할 때까지 폭군 같은 남편을 자처하던 그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완전히 입장이 역전되었다. 아내는 그때부터 남편에게 맡겨두지 않겠다면서 아이도 어리니까 확실히 하라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고 전문의를 소개받기 위해 지인과 통화를 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른 의사도 만나 봤더라면 좀 더 빨리 암을 발견했을 텐데. 더구나 목소리를 사용하는 프로니까 신중하게 목을 다루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반복한 자신이 잘못이었다는 후회를 한다.
성대적출 수술을 하기 직전에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내어 얘기하는 장면은 정말 짠했다. 천천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장남에게 [엄마 말씀 잘 들어라, 우리 가족의 유일한 남자아이니까, 엄마를 도와주어야 해.]
장녀에게 [멋진 목소리를 가졌으니 노래 연습을 잘 하렴. 아빠 몫까지 노래하겠다고 전에 말했잖아.]
작은 딸에게 [언니를 본받아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 엄청 사랑한다.]
마지막 목소리라니... 그러고 보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노래를 따라 부르고 누군가를 부르고,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모든 것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졌다. 또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도.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의 세 아이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산다고 했다.
だから, 生きる(그러니까, 산다.)
生


이번에도 듣도 보도 못한 단어가 많이 나왔다. 더구나 오사카 사투리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가수라서 유튜브에서 찾아 보았다. 역시나 인기있던 그룹이라 그런지 검색 횟수도 어마어마했다. 몇 곡 들어봤는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한 곡 감상들 하시라고 올려놓는다.
**유트브 바로가기 (샤란Q의 싱글 베드シングルベッド)
https://www.youtube.com/watch?v=UYXNA54dDKs
**이 책도 상품 검색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