こころ (文庫)
나쓰메 소세키 / 巖波書店 / 1989년 5월
평점 :
품절


 나쓰메 소세키의 이 작품을 번역본으로 두 번 읽었고 이번에는 원서로 읽어보았다. 갖고 있는 번역본이 있어서 중간 중간 원 문장과 대조하며 읽었다. 역시 문학 작품이라 그런지 직역보다는 문학적 감수성이 느껴지는 문장이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원 문장을 읽으면서는 맨 처음 작가가 쓴 날 것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그 사람을 늘 선생님이라고 불렀다.’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왠지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아마도 과거형이라서 그럴 것이다. 화자인 나는 친구와 함께 가마쿠라의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그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된다. 그 후 도쿄로 돌아와서 선생님 집에 자주 놀러가면서 조금씩 친해진다. 나는 선생님과 자주 만나며 이야기하면서 무언가 침울하고도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자신은 친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은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를 멀리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신은 다른 사람들이 다가올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는 선생에게 다가가게 되고 점점 친한 사이가 되어 나중에는 선생님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게 된다.

 

 ‘사랑은 죄악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말이 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선생은 인간을 믿지 않는다. 자기 자신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모님도 마찬가지냐고 되묻는 나에게 조금 망설이는 듯 하면서도 단호하게 자신은 인간 자체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숨겨진 사연이 있다는 걸 감지할 뿐이다.

 

 나는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고향에 내려간다. 다행인지 생각보다는 아버지의 상태가 나쁜 것 같지 않아서 안심이 된다. 아버지와 장기를 두면서 심심치 않게 해 드리지만 마음은 도쿄의 선생님에게 가 있다. 그러다가 한 통의 간단한 안부 편지를 받고 나중에는 장문의 편지를 받는다. 두 번째 상당히 두꺼운 편지를 받고 의아했는데, 이 편지를 도착했을 때 자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는 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버지보다는 선생의 안부가 걱정이 되고 불안에 휩싸여 도쿄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지 안에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계기와 그 집에서 대학생 때 하숙을 함께 했던 K와의 이야기. K의 죽음까지 모두 들어있었다. 도쿄에서 처음 만나러 갔던 날 조시가야의 묘지에서 마주치고 섬뜩한 표정을 짓던 선생님을 그제야 이해하게 된다.

 

 서로 삼각관계 인 것처럼 보였고 선생이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선언했을 무렵 갑자기 K는 죽음을 선택한다. 그 후 선생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사회에 나가 일을 하지도 않고 은둔자처럼 생활을 한다. 물론 갑자기 그가 돌변한 것에 대해서는 아내도 아무 영문을 모른다.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을 뿐 아내에게 내색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는 자신의 과거를 화자인 에게 이야기해 주기로 했었는데 공교롭게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향에서 돌아오지 못하자 편지로 고백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화자가 고향에 내려간 사이에 선생은 K의 뒤를 따라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K의 죽음과 선생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거론된다고 한다. 일전에 읽은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접했다. 그러니까 단순한 삼각관계에 의한 것보다는 K가 선생님과의 우정 이상의 마음을 품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선생님의 경우를 보면 K의 죽음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이 컸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자리를 얻으려 애쓰지도 않고 세상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K의 뒤를 따라서 죽음으로 죄책감을 갚아야 했을까 싶기도 하다. 아내에게 있어 유일한 남자는 선생님 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의지하고 살았다는데. 여기에는 시대적 배경인 메이지 시대에 대한 과오를 씻고 싶어 하는 지식인으로서 소세키의 고뇌가 느껴지기도 했다. 노기 장군이 순사한 것처럼 메이지 시대가 가는 것과 함께 선생님의 과오를 씻는 어떤 의식을 담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어렵게 읽은 터라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야 다른 생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 상품 검색을 해보니 출판사는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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